***
2005년 3월 12-13일
등산학교 정규과정 15기 첫 주의 기록
글쓴이 윤강명
***
북한산 꼭 데려가 달라는 공장 후배 녀석과의 약속을 지키려
토요일 아침 9시 구파발 역에서 모였다.
마침 공장 식구 몇 명이 간다기에 합류를 했다.
이 날의 모토는 가장 가볍게 어렵지 않게 이다.
진관사 근처 어떤 농장으로 통과....입장료를 간단히 세이브...
사모바위 비봉을 거쳐
구기동으로 하산해서 가볍게 한잔.
등산학교 15기 정규과정에 입교한 권회 님을 오후4시 우이동에서 만나기로 했고
김종구 선생님 책임하에 열리는 첫 교육이라 긴장도 된다.
산에 최대한 오래 머물기가 특기이며 취미이며 모또인데
자꾸만 시간 체크를 한다.
다시 구파발로 가서 의정부로 돌아 우이동 도착. 길이 많이 달라져 있다.
***
우이동 에델바이스 장비점에 박태원 선생님과 김종구 선생님, 15기 교육생 선종채 님이 계신다.
지난 번 원주 판대 빙장에서 잃어버린 랜턴 등을 보충하고 도선사로 오르니
아직 임종을 못한 겨울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열린캠프에 발을 담근 이후 처음으로 맨 먼저 도착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주차장이 휑하다.
화장실 앞 로얄석에 주차를 했다.
이어 속속 차들이 들어오고 배고픈 분들은 국수 한 그릇씩 뚝딱. 김은섭 선생님이 계산. 내가 계산하는 줄 알고 아껴먹었는데 김선생님이 하시니까 모두 "더 먹을 걸...." 하며 아쉬워들 한다.
경찰대학 산악부원들이 학교행사 때문에 전원 결석을 하는 바람에 교육생이 적다.
갸날프기 그지없는 권회 님에게도 로프가 배당됐다.
'에구...저걸 내가 져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눈을 감아 버렸다.
밝은 날 하루재를 오르는 게 얼마만인가.
캠프장도 마찬가지다.
고한옥 님이 놀란다. "어쩐 일인공. 안 깜깜할 때 나타나고 말이야..."
캠프장 바로 전 작은 계곡 건너에 교육생 텐트가 설치되고
동문들은 플라이 치기에 바쁘다.
추운데다 바람이 몰아쳐 거대한 플라이 귀퉁이가 잘 잡혀지지 않는다.
성낙신 선생님, 우종석 선생님, 김동원 님이 애를 쓰신다.
두 번 만에 완성됐다.
주방에선 박은숙 님과 영희 선배, 김진나 님이 뚝딱거리고,
김병천 구조대장은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한 솥단지 끓여와 어서 먹으라고 권하고...
지난 겨울과정에서 선보였던 손성연 선생님의 엄마표 고추장이 오늘도 인기다.
선생님은 고추장 좀 주기로 해놓고 아직도 콩까먹은 소식이다.(삐졌음)
주방 뒤 반지하 바닥에선 은성수 님이 2인용 텐트를 가져와 치고 있다.
은성수 님은 우모 바지에 신형 노스페이스 의자까지 들고 왔다.
걸어 다니는 장비점? 영어로 하면 워킹 마운틴 에큅먼트 샵?
우리가 산악회라면 단연 은성수 님을 장비대장에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박철규 선배도 같은 의자를 내놓는다.
오늘은 선생님들이 무지 많은데....
전두성 선생님과 이승훈 선생님이 안 보인다. 선화 님은?
맛있는 김치찌개에 각종 반찬들...대포알도 왔다갔다 한다.
김종구 책임강사 선생님을 위시하여 선생님들이 교육하러 가시고
남은 자들 사이에 술잔이 돈다.
이어 산노래 담당 강사(?) 은성수 님과 그의 보조 고한옥 님이 출동한다.
너무 춥다.
발이 시려 도대체 앉아있을 수가 없다.
일찌감치 침낭에 들었다.
여덟시가 좀 넘어 데날리봉 원정대 훈련팀이 야간훈련 하러 떠난다.
플라스틱 이중화를 신고 안자일렌 연습하고 다른 곳에서 비박을 한단다.
철수 님이 인사를 한다.
침낭을 덮어썼다.
데날리 원정 포기를 선언하지 않았으면 함께 훈련을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돈다.
강인철 선배가 물 끓인다고 머리맡에서 라이터 달라 뭐 달라 하는데 손만 바깥으로 내서 전달을 했다.
잠결에 김종구 선생님이 "술 없나....." 그러시는 것 같다.
교육을 마치셨나 보다. 은성수 님 텐트 안으로 몇 분 모이는 것 같다.
강호철 선생님이 늦게 오셨나 보다.
***
부산스런 분위기다. 교육장으로 이동하나 보다.
모른 척 침낭 속에 파묻혔다.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났더니 날이 환하다.
노승헌 선배는 일 때문에 먼저 하산.
성낙신 선생님도 어제 밤 교육 마치고 하산.
철규 선배랑 인수산장에 맡길 장비 몇 개를 들고 오른다.
날이 추워서 콧물이 계속 흐른다.
휴지 안 쓰고 코풀기...연습을 하지만 잘 안된다. 한 번 성공.
백운대쪽 등산로가 완존 빙판이다.
김세원 형이 짠! 나타났다.
철규 선배가 아이젠을 착용할 동안 먼저 오르기로 했다.
백운산장까지 세원 형한테 거의 매달리다 시피 해서 도착.
입 몇 개라도 덜자며 산장에서 국수 한 그릇.
백운산장까지 올라오며 빙판에 하도 고생을 해서 필요도 없는 아이젠을 샀다.
지난 밤 얼까봐 구조대로 가져간 달걀을 조심스레 지고 오르는 김병천 구조대장을 만났다.
산장 뒤로 잠깐 오르니 교육장 바로 아래 돌멩이를 벽 삼아
데날리 팀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여기서 비박을 했단다. 강정국 님이 도선사에서 마주쳐서 함께 훈련했단다.
괜히 심통이 나서 이것저것 주워 먹는다. 잉잉잉..
토스트 조가 아직 편성되지 않았다.
나 더러 구우라지만 다 굶을 수도 있다는데 합의가 돼 퀵서비스만 하기로 했다.
데날리 팀에서 못 먹고 온 사과를 먹으러 갔다가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나중에 몇몇 선배들한테 뺀질이로 찍혔다.
나 더러 가끔 선배 라고 불렀다가 "내가 왜 이러지..." 바로 철회하는 박은숙 님이 주방장으로 맹활약을 했다. 김동원 김세원 님이 보조였던가?
검지 손가락 태워먹고 우모복 태워먹고....죄송함다....
등산학교 졸업한 이후에도 교육 때마다 계속 재수 삼수 하다 보니 교육을 받지 않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
마치 학교 안가고 땡땡이 치는 것 같다.
맨 오른쪽 코스 왼쪽에 줄 하나가 더 걸려있다.
찰스 님 고한옥 님이 선등훈련을 하고 있다.
나 원...난 언제나 저들처럼 될까..
줄 걸려 있는데도 무서운디 말여...
폭탄이나 건지러 갈까? 아님 지뢰 묻으러 갈까...
어슬렁 거리는데 강인철 선배가 빨리 장비 착용 하라고 해서 정신이 들었다.
진나 현숙 님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세트가 되어 오르락 내리락 한다.
선샘들은 추워서 우모복 차림들이다.
선종채 황보근 김창인 님 열심이지만
권회 님한테 눈이 자꾸 간다.
맨 오른쪽 코스를 곧잘 오른다. 누군가 그런다. 저 자는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자세도 좋고...
다행이다. 폭탄이 아니라서...하지만 좀 서운하기도 하다.
계보를 이을 후진이 양성되지 않으면.....
열린캠프 최대파벌 폭탄클럽이 위기에 봉착했다...비상사태다!
김태완 님은 왜 안 나온 거야?
조창현 님은 처음 뵙는다.(폭탄 이기를 바라며....)
기껏 장비 착용하고 나타났더니 교육 종료가 가까워졌다.
선등훈련 줄에 걸려 그냥 올랐다. 구멍 홀드를 사용 안하고 해보려 했는데 역시 어려워 포기.
정천기 님이 오르는데 내가 하강을 하는 바람에 줄과 줄 사이에 껴 애를 먹는다.
하지만 내공이 높은 분이니....
정천기 님은 정말 짜증난다.
인술 잘 펴지, 비디오 좋지, 오디오 좋지,
그거만 해도 넘치는데 왜 암벽까지 잘하냔 말이야. 빙벽은 또 어떻고...스벌스벌..꿍얼꿍얼..
줄이 하나하나 걷어지고 김종구 선생님의 종료 강의가 이어진다.
말씀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지난 학기 과외수업까지 받은 카라비나 하강기 조작이 잘 안된다.
꼴찌로 출발했다.
백운산장 뒤 하산 슬랩이 또 무섭다.
틈만 나면 돋아나는 이 비겁함은 무언가.
지겨운 놈 같으니라고..
먼저 출발한 분들이 슬랩 밑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교육생들이 뒤따라 오냐고 묻는다.
"아뇨..저희가 마지막인데요.."
그럼 교육생들은?
먼저 내려갔을 리가 없는데......
메인 등산로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먼저 가려는 놈...개기는 놈....
인수산장 앞에서 김종구 선샘이 기다리고 계신다.
"교육생들은?"
모두들 갸우뚱...
일단 철수하기로 결정.
도선사 주차장에 교육생이 먼저 와 있다. 다행이다.
잘못 알아들어서 인수하강코스로 내려왔단다.
트럭 뿐만 아니라 차들이 풍성하다.
6번종점 맞은편 주차장 안 콩비지 집에 들렀다.
바글바글....전투태세로 비지를 작날 내고 있는데 신성희 님 등장.
산노래 한잔.
요들 없이 복창하니까 뭔가 좀 빠진 것 같으다.
영희 선배가 골든벨을 울리셨단다.
최종현 선생님이 운전을 해주시기로 했다.
잃어버린 핸폰을 마장동에 사시는 분이 주워서 보관중이란다.
최종현 선생님은 겨울과정과 정규과정 모두 담임이셨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끝까지 챙겨주시지 않았다는 걸 꼬투리 잡아
버려진 자식들의 심정이 어떤지 아느냐며...
어떻게 병아리들을 두고 그럴 수 있냐며...
엄마 없는 설움을 얼마나 아시냐며....
두고두고 개기고 있다. 히히.
마장동을 거쳐 신사동을 거쳐 가락동에 들러 신성희 님과 못다한 수다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