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를 각기 층이 다른 네 평으로 나누어 A를 직원실 B를 교실 C를 거리로 구분한다. 무대 중앙에서 우측 제일 높은 평면이 A 즉 직원실로 되었으며 교사용의 책상과 의자가 서넛 책상 주위에 놓여 있다. 또한 직원실을 상징할 수 있는 어떤 암시적인 도구나 간략한 장치가 있어도 좋겠다. 제 4경에 등장할 이정연의 집 옴팡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야겠다. 이 직원실에서 한단 낮은 중앙 좌측의 평면은 B, 즉 교실로서 학생들의 책상과 의자가 몇조 적당히 놓여있다. 그리고 직원실과 교실의 출입은 무대 후면을 이용하여 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직원실과 교실의 출입문은 자연히 후면에다 설정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그리고 거리는 무대전면의 전평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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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1경
(C) 거리
(무대 전면에 설정된 길에 조명이 떨어지면 하수로부터 등교하는 ???????????????)
[이] ??????
[안] 응! 늦었군! (주춤 다가서면서) 그런데 요새 왜 그렇게 시무룩하지?
[이] (괴로운 듯 입술을 깨물고 무언가 결심한 듯) 선생님! 저 학교 그만두겠어요!
[안] (놀래며) 아니 갑자기?
[이] 저--- 지금까지 사실은 선생님께도 숨겨왔어요. 그렇지만 이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실은 모시고 있는 홀어머니가 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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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1경
거리
(등교시간이다. 무대우측에서 단정한 옷차림으로 단어장을 들여다보며 등교하는 최길자양. 고등학교 삼학년 매반 반장이다. 이때 좌측에서 유춘자, 전혜리 두학생 사뭇건들거리는 자세로 나타난다. 옷차림이라든지 걸음걸이가 아무래도 단정치가 못하다)
[전] (놀리느라고) 최길자! 책만보고 길을 걸으면 위험해요.!
[최] (놀라서 우뚝선다) (두사람 까르르 웃는다.)
[유] 얘! 너처럼 공부 잘하는 반장님께서 길에서도 단어장을 보고 다니니 우리같은 말괄량이들은 아예 공부할 생각 말아야!
[최] 내가 단어장보고 다니는거하고 너희들 공부하고 무슨 상관이있니?
[전] 모르시는 말씀! 공부론 너를 못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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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데 길에서 까지 공불하니 무슨 재주로 쫓아가니? 의기를 상실했어! (모두 까르르 웃는다) ((최는 거의 난처한 처지에 빠진다 이때 양수미 우측에서 나오다 이 광경을 보고 끼어든다 ))
[양] 길자야! 들어가지도 않고 여기 서 있니?
[최] 어! 아무것도 아니야!
[전] 또 한분 오셨구나! 모범생이!
[양] 너희들 정신좀 차려 남 조롱하는것만 능사로 삼지말고
[전] 어머나! 훈계가 교무주임 선생보다 더 하구나!
[유] 우리의 양수미양을 교무주임선생으로 모십시다. (유, 전, 박, 까르르 웃는다.)
[최] 수미야! 어서 들어가자 길거리에서 싱겡이 할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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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오늘 파티에 네 보이 후렌드도 오기로 했니?
[전] 그럼! 그럴 말이라고 하니?
[박] 아유! 지긋지긋한 하루가 또 식작 되는구나! 나는 아침에 교문을 들어설때는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야!
[유] 얘! 너 머리 웨이브좀 풀어라! 생활지도부에 또 걸리겠다. (전혜리 곱게 머리를 만진다) ((이때 안선생 등장)) 얘! 저기 담임선생이 오신다 <귀여운 베이비 말이야 어서 들어가자.>
(그들 퇴장)
((잠시후 교감 강신옥 선생이 나타나 들어간다 잠시후 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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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깊어서 누워계신데 부족한 제 수입만으론 학교를 계속할 수가 없어요.
[안] (동정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그럼--- 그 동안의 학비는?
[이] (약간 당황한 듯 하다가 다시 침착하게) 제가 가정교사를 하고 있어요.
[안] 어머닌 대단하신가?
[이]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안] 우선 학비걱정 말고 학교 나와요 만일 안되면 졸업까지는 내가 돌 볼 테니--- 집에도 한번 가보겠구---
[이] (울먹이며)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안] (급히 말을 막아서) 알겠어요! 더 이상 생각 말고 내말 들어요 불과 몇 달이면 졸업 할테니 좀더 용감해져요 자 그럼 들어가지---
[이] (묵묵히 고개 숙인 채 뒤를 따른다.)
- F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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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2경
(A) 직원실
(아무도 없는 직원실 책상에서 안 선생이 열심히 중간시험 답안지에 채점을 하고 있다. 조명은 책상 주위만이 부각되도록 비치고 있다 안 선생의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에 안 선생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
[안] (소리) 오늘 방과후 중간시험 답안지에 열심히 채점을 하고 있을 때 제가 담임하고 있는 고삼매반의 반장 최길자양과 부반장 양수미양이 무엇인지 중대한 일이라도 일어났는지 몹시 굳은 표정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또 무슨 일이 있었구나 하는 불안감마저 지닌채 두 학생을 맞이할 수 밖 에 없었습니다. (안 선생의 소리가 살아지며 최, 양, 두 학생 직원실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와 안 선생 옆에 와 선다. 이와 동시에 조명 직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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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을 환하게 비쳐 준다.)
[안] (얼굴 들며) 무슨 일?
[최]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흥분한 목소리로) 선생님! 저희들 오늘로서 반장, 부 반장을 그만 두었으면 해요!
[안] (놀라서)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일이 있었어?
[양] 선생님 저희들은 이 이상 더 참을 수가 없어요. 전교에서 제일 말썽 많은 반이 저희 반이었어요. 그런데도 선생님은 저희 자신들의 양심에만 맡기시고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시지 않으셨어요. 저희들은 이런 반의 반장, 부 반장을 맡을 능력이 없어요.
[안] (달래면서) 저 그렇게들 흥분하지 말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침착하게 자세히 얘기 해 봐요.
[최] 말씀드리겠어요. 지난 주 저희 학생위원회에서 실시한 복장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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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결과를 선생님에게 보고 드린 적이 있어요. 그때 저희 반에서는 위반 학생이 스물 세명이나 나왔어요. 이런 결과는 전교를 통 털어서 우리 반밖에 없었습니다.
[안]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양] 그런데도 선생님은 담임선생님으로서 어떤 조치를 취하셨어요. 벌써 일주일이나 넘었는데도 나아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위반 학생들은 여보란듯이 의기양양하게 반에서 판을 치고 있어요. 정말 이제는 창피해서도 이 반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아요. (울먹해진다)
[안] (잠시 고개를 숙이고 들다) 여러분이 얘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어요. 복장검사 결과 내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여러분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군요. 물론 내가 그대로 방임한건 아냐? 그때 분명히 그 학생들을 불러서 간단히 주의를 주고 즉시 시정하도록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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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파-마를 한 머리를 당장 짤라 버릴 수 는 없지 않아? 아무리 규칙이 규칙이지만 여성에 있어서의 머리는 거의 생명과도 같은건데 여승처럼 박박 깎어 버릴 수 없다는 고충을 학생들은 알꺼에요. 그리고 그 학생들에게 다시는 그런 짓을 않하도록 언약도 받은 거고--- . 게다가 위반학생 여덞명 중에서 다섯 명은 곱슬머리였어요. 때문에 간단히 외형만 가지고 경솔하게 그 학생의 품행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양] (나서며) 선생님! 그렇지만 그 애들은 선생님의 그런 유화적인 주의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어요. 그 애들에겐 아무런 자극도 안 되는 걸요.
[안] 하지만 한가지 실수만 보고서 그 인간의 전부를 의심 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나는 내 나름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될 수 있는 대로 학생들의 인격을 손상하지 않는 방향에서 지도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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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력하고 있는 거에요. 물론 이 뜻이 정당하게 전달이 잘 되는진 의문이지만---
[최] 그게 문제에요 선생님! 선생님의 그 뜻이 그 애들에게는 오히려 저희들의 그런 위반을 해도 거의 무관심 하신 것 처럼 전달이 되거든요. 첫째 교육 문제만 해도 그래요. 주의 받은 그 이튼날 재검사 받을 때도 선생님 앞에 갈 때에는 다른 사람의 교복과 바꿔 입고 가는 거에요. 그래서 돌아올 때는 의기양양해서 선생님을 속인걸 자랑삼아 하거든요.
[안] 알겠어요. 그렇지만 난 이전 것도 생각해봐요. 너무 규칙만 내세워 학생들을 단속하면 오히려 학생들의 마음속에 반발의 싹이 생길지도 모르는 문제라고--- . 어떤 제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조그마한 본능일 수도 있으니까요.
[최] (반발심을 느끼며) 어머! 선생님은 마치 무정부주위자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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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시네요. 저희 학교의 전통과 명예를 자랑으로 여기시는 교장선생님의 뜻과는 정반대세요. 선생님 학교의 전통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양] 그러시기 때문에 선생님은 반 애들이 무시하고 있어요. 그 애들 이 선생님의 별명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안] 글쎄 뭐라고들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뭐라고들 그래요?
[양] 귀여운 베이비라고요!
[안] (어이없이 웃으며) 어머? 그래? 학생들이 선생님을 어린아이 취급을 하는군요. 그래도 흔히 들 선생님에 붙여주는 별명치고는 얌전하고 귀여운 별명이군요. (잠시 웃다 약간 진지하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내 자신 경험도 적고 아직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있어서는 유치하니까 어린애나 마찬가지니까--- .
[최] 선생님은 정말 너무 마음이 좋으세요. 그 때문에 크라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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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상태에 빠지는 건지도 몰라요.
[양] 선생님! 저희가 선생님을 뵈러 이리로 올 때 교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참고로 말씀 드리겠어요.
[안] 말해 봐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최] 정말 저희는 조금이라도 학교의 명예와 전통을 존중하여 좋은 크라스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런 저희들에게 그 애들은 어마어마한 적개심을 가지고 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양] 진정으로 선생님에 부탁드려요. 좀 더 철저하게 불량 학생들을 단속해 주세요 너무 동떨어진 곳에서 바라만 보시지 말고 저희 가까이서 일일이 채찍질 해 주세요.
(두 학생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급히 나간다. 조명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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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4경
(B) 교실
(유춘자, 전혜리, 박애경 세 학생이 방과후 텅 빈 교실에 남아 있다. 유는 가운데 책상에 올라 앉은 채 돈을 세고 있다. 박은 거울을 보며 눈썹을 손질하고 있다. 전은 머리를 묘하게 빗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불량학생의 표본들이다.)
[유] 얘 혜리야! 너한테 꾼 돈 갚구 나면 몇 푼 안남는구나.
[전] 내 돈은 천천히 갚아라! 괜히 오늘 트위스트 파티에서 째째하게 보이지 말구!
[유] 그런데 애경이는 어째 기분이 이상하니? 시들해 뵈니 말이야.
[박] 정말 어떡할까 걱정이야. 어제께도 늦게 들어갔다가 우리 마마한테 혼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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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얘는 별걸 다 걱정하는구나 얘! 네가 지금 한 두 살 먹은 어린애니! 엄마만 찾게! 아. 숙제하다 늦었다고 그러면 될꺼 아니야! 나중에 전화해라! 우리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고---
(전, 유 깔깔거리고 웃는다)
[박] 대학입학시험에 트위스트나 시험 봤으면 좋겠다. (모두 와! 웃는다.)
[유] 왜! 있지! 그런 대학?
[박] 어디 그런 대학이 있니?
[유] 먹구 대학!
(다시 까르르 웃는 일동. 이때 문에서 최, 손, 두 사람이 나타난다. 조용해지는 일동. 유는 얼른 돈을 감추고 전, 박도 하던 동작을 일제히 멈춘다. 잠시동안 어색하고 거북한 분위기가 이들 사이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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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박 콧방귀를 치고는 노래를 중얼거린다. <쌔드 무비> 유, 전도 들으라는 듯 부르기 시작한다. 노한 얼굴로 이들을 응시하던 최와 손.)
[최] (못 참겠다는 듯) 얘들아! 신성한 교실에서 째즈 따위를 부르는거 삼가 줄 수 없니?
[박] 어머? 그런 불경제가 어디 있니? 차비 버리고 집에 갔다 또 나올 건 뭐냐? 학생이 부자냐? 얘! 그런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자처해서 볼게 뭐냐?
[유] 게다가 우리는 수업 중에 열심히 공부한다! 그만큼 열심 했으면 됐지 방과후까지 너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받고 싶지는 않아!
[양] 그렇지만 너희들은 교복을 입은 채 교실 안에 있지 않니?
[전] 그러니까 지금 곧 밖에 나간다구 그렇잖아! 외출할 준비를 하느라고 잠시 교실신세를 지는데도 않되겠다는거니?
[유] 흣--- 교실의 신성성이 더럽혀 진다는 얘기겠지 얘들아! 교실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기전에 빨리 빨리 외출복으로 갈아 입고 나가자!
[박] 좋았어! 얘 혜리야! 너 어저께 빌려준다는 빨간 쉐타 가져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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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음 여기 있어. (가방에서 꺼내주며) 그 대신 네 블라우스는 내가 입는 거다!
[박] (쉐타를 몸에 대보며) 어머! 멋있다! 어떠니 이 스릴과 써스펜스! 아가씨가 교복을 벗을때!
[전] 학생이 교문을 나설때는?
[유] 모범생들에게는 이런 순간의 기막힌 스릴은 모르실꺼야. 그렇지? 반장님! 어때 너희들과 우리에게 끼어보지 않을래? 그러면 틀림없이 또 다른 새 인생이 있다는데 감동할텐데--- 눈 뜨자마자 교복을 입고 학교에 출석해서는 딱딱한 책상 앞에서 지루한 선생의 설교나 듣고 그리고 또 끝나면 곧장 집에 가서 숙제 입시준비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아까운 청춘은 자꾸만 시들어 가고 아이 아까워라! 얘! 이 터질 듯한 청춘의 정열을 그런 고리타분한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쉬어 버리게 할 순 없잖아! 자유와 모험 쾌락과 스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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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멋있는 것이라는걸 새삼 느꼈어! 이것도 인간수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 얘들아! 우리가 안내해 줄께! 한번 따라 와봐! 너희들도 절대로 후회는 하지 않을꺼야! 머리도 좀 웨이브를 넣고 이 볼품없는 제복대신에 날씬한 양장을 하고, 자! 너희들도 그 훌륭한 쎈스를 발휘해 보란 말이야!
(세 사람 큰소리로 웃는다.)
[박] 정말 혜리 다운 걸작이구나 둘도 없는 인생! 둘도 없는 생명! 그 단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이리 저리 두개 세개의 다른 생활을 살아본단 말이야. 학교생활은 학교 나왔을 때만 충실하면 그만인거야. 그외에는 진짜 자유스러운 세계 아무의 간섭도 않는 자유분방한 생활이 있단 말이야.
[유] 옳은 말씀이야. 이런 민주주의 세계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받는 다는건 정말 참을 수 없는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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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침해야! 시대착오지!
[최] (기가 막혀) 너희 같은 학생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정말 이학교가 어떻게 될지 두렵구나. 틀림없이 사막이나 황야처럼 되고 말거야.
[양] 그럼 그렇게 되면 학교의 명예나 전통 같은 건 있을 수도 없을꺼야.
[유] 흥! 학교의 명예나 전통이라구?
[박] 우습다 아니. 우리들이 어쨌다구 학교의 명예니 전통을 들추니? 우리가 교복을 입고 다녀야 말이지 우리는 밖에 나가면 여학교생인지도 모른단 말이야.
[양] 참 너희들처럼 뻔뻔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꺼야?
[박] 얘! 혜리야 들었니? 우리보고 뻔뻔한 심장을 가졌단다!
[전] 그야 너희들보다는 심장이 강심장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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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얘들아 그 시시한 설교 들으라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최에게) 얘! 너희들 거 가장 모범생인 채하고 우리를 너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아. 너희들에게 조금도 피해는 입히지 않을 테니까! 자! 늦기 전에 빨리들 가자!
[전] 그래! 그럼 우리가 가거든 문이나 활짝 열고 더러운 냄새나 뽑아 내시지!
[박] 잘 있어! 모범생님들! (세사람 <쌔드. 무비> 를 소리높이 부르며 퇴장. 남은 두 사람 분해서 씩씩거리며 꼼짝 않고 서 있다.
조명 -F.O-)
[경] 5경
이정연의 집
(불이 켜지면 초라한 단칸방에 문이 열리고 이정연의 노모 기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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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상수에서 안선생 정연을 앞세우고 등장 방문앞으로 다가서며)
[이] 어머니! 학교에서 선생님이 오셨어요.
[모] 에이그! 어서 오세요. (일어난다)
[안] 누워 계세요. 얼마나 고생하십니까?
[모] 죽어지지도 않는 신세 정연이를 맡겨 놓고 선생님 뵈올 염치 없습니다.
[안] 별 말씀을--- 정연이 같은 효성으로 곧 회춘하시겠지요.
(정연이 무엇을 사려는지 밖으로 나가려 한다.)
[안] 어디가?
[이] 아녀요 잠깐---
[안] 나 곧 가겠어---
[이] 좀 들어 앉으시지도 못하시구---
[모] 에이그 누추해 들어오시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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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아녀요 마침 급한 일로 시장에 좀 가는 길이어서 근데 정연인 어디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나요? (이때 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 돌리고 당황한다.)
[모] 에이그 불쌍한 것 모르죠 뭐 조석 끓여 먹고 밤에 나가면 통행금지 넘어야 들어와 고꾸라지니---
(거리의 레코드상에서 나오는 트위스트곡이 요란하다. 거의 열시가 되는 거리는 네온싸인의 광선이 명멸하고 마구 달리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가 요란하다. 이때 유, 전, 박 사복차림으로 등장. 전은 트위스트곡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유] (돌아오며) 얘! 얘! 인제 그만둬라! 인제 정신없다.
[전] (멈추며) 아! 피곤하다!
[유] 세시간이나 계속 내리 추었으니 넌들 견디겠니?
[박]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리니 허리가 쿡 쿡 쑤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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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러면 너의 병원에 입원하지 뭐! 얘! 춘자야! 어디서 좀 쉬었다 가자!
[박] 얘는! (시계를 보며) 열시 넘었다.
[유] 게다가 돈도 떨어졌고 택시 값도 없고
[박] 헤리 OK 얼마 남았지 않니?
[전] 아까 그이가 저녁을 못 먹었다구 그래서 저녁 값을 주어 버렸지!
[유] 너도 병신이다. 아 남자 저녁 값을 대주는 여자가 어디 있니? 그러면 오히려 여자 위신이 떨어지는 거야!
[전] 그럼 어떡해!
[박] 얘! 좋은 수가 있다. 이 근처에 이정연이 아르바이트하는 비어홀 있지 않니? 오늘은 그애 신세 좀 지자!
[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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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공연 끝나고 올 시간인데!
[유] 아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유] 그래! 우리말이라면 거절하지 못할 처지니까!
[박] O.K 그럼 기다려!
[전] (다시 트위스트를 추며) 올까?
[유] 안 오고 어떡해! 그 애가 비어홀 나가는 건 우리밖에 모르거든 애가 좀 앙큼하지만 우리가 자기의 비밀을 쥐고 있으니까 우리 앞에선 별 수 없거든.
(이때 박과 늘씬한 옷매무새를 한 이정연이 나타난다.)
[유] 정연아! 고단하겠구나!
[이] ---
[유] 일은 재미있니?
[전] 그럴테지! 얘! 그러고 다니면 숙녀도 이만 저만한 숙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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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이] (싸늘하게) 그만들 놀려라!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니? 지금 한참 바빠서 금방 들어가 봐야겠어!
[유] 미안하다. 영업방해를 해서! 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트위스트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인데 돈이 다 떨어졌지 뭐냐? 그래서 이대로 걸어갈 수도 없고 택시 값좀 뜯을려고---
[이] 나도 그럴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너희들이 돈 때문에 들릴 줄 알았어! 그렇지만 너희들 남의 약점을 노리고 이렇게 애를 먹일 줄은 몰랐다. 정말 실망했어!
[유] 어머! 오해하지마! 뭐 우리들 네가 하는 일을 고자질 할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
[전] 그래! 오늘까지 반에서 너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니? 우리는 그렇게 값싸게 놀리는 그런 족속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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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박] 게다가 너는 선생님에게나 반 아이들한테 신임을 받고 있지 않니?
[이] 그래 알았어! 그럼 자랄른지 모르지만 지금 가진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받아둬! 택시값은 겨우 될꺼야! (돈을 꺼내 주며) 미안해! (이때 안 선생이 나타난다. 이를 확인하고는 놀라서.)
[안] 어머? 이정연이 아냐? (유, 전, 박 비실비실 도망하려고 한다.)
[안] (강하게) 거기 서요! 춘자! 왜 도망하려고 그러지?
[이] (부끄러운 듯 말을 못하고 있다.)
[안] 아르바이트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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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개를 끄떡)
[안] 그럼 자세한 얘기는 내일 조용히 하기로 하고 어서 마저 일해요.
[이] (울먹해서 꾸벅 절을 하고 총총히 살아진다.)
(세 사람 장승처럼 그 자리에 선 채 선생의 눈치만 본다.)
[안] (감성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학생들 오늘 내가 학생들의 뒤를 쭉 미행했어요. 좀 비열한 짓인 진 몰라도 학생들의 그 동안의 행동으로 봐서 어쩔 수 없었어요! 오늘 트위스트파티라는 것도 다 목격했어요.
(세 사람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다.)
[안] 정말 말이 안나올 정도에요. 이런 것이 학생들의 청춘인가요? 이게 소위 학생들의 인생수업이란 거에요? 얼마나 값싸고 더러운 청춘이에요. 정말 꼴불견이야. 춘자! 춘자는 아까 길자와 수미에게 훌륭한 말을 했더군. 이게 학생들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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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민주주의 세계고 자유의 세계야? 지금 나는 너무나 한심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에요. 나는 지금껏 학생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고 심지어 동정까지 해 왔어! 여러분의 마음속에 뒤끓고 있는 순결한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나 고귀한 가치를 발휘하리라 믿어왔어요 그래서 나는 여러분의 빈번한 학측 위반에도 틀림없이 선량학생들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알고 별로 심한 말도 않해 왔어요 그래서 여러분한테 <순진하 베이비> 라는 별명까지 들으면서 말이에요. (감정이 격해지며 목멘 소리) 그렇지만 이게 뭐에요? 이런 내게 보여준 건 실망과 배신과 모욕뿐이에요 여러분의 순결한 마음에 기대를 걸었던 내가 바보였어요. 이제는 절대로 여러분을 달리 보겠어요. 이제부터는 여러분과 나와의 인간적인 흐름은 깨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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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졌어요. 그리고 이런 생활이 하고 싶으면 교문을 완전히 떠나서 마음놓고 해봐요. (운다)
[유] ---
[전] 선생님! 잘못했어요.
[박] 선생님! 용서해 주세요.
(셋 다 운다)
[안] (참으며) 다 큰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울다니 볼품없어요. 여러분들이 아무리 운다고 나는 다시는 속지 않을꺼에요. 자! 빨리들 돌아가세요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니까 혜리 택시 잡아요. 너무 늦었으니까 내가 집까지 바래다주지!
(세사람 움직이지 않는다.)
[안] 집에 가서 하루 밤 충분히 생각해 봐요 자! 가요
(네사람 퇴장한다 조명 천천히 F.O 되면서 안의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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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안] (소리)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충격의 연속입니다. 지금 저희 반 학생들의 탈선행위를 목격하고 나 자신 담임으로서의 무지와 무능력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대체 요즘 학생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행동하며 무엇을 반발하려는지 모르겠군요 정말 이런 괘도를 벗어난 학생들로 하여금 올바른 제 길을 다시 찾게 하고 정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자신과 능력이 제게 있을까요?
[경] 7경
교실
(방과후 텅 빈 교실에서 안 선생과 이정연 마주앉아 조용히 얘기하고 있다.)
[안] 글쎄 우등생인 정연이가 무엇 때문에 그런 엉뚱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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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침통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안] 물론 깊은 이유가 있을 줄은 알아! 그렇다고 그런 조잡하고 풍기가 좋지 않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니, 얼마나 됐어? 나간지?
[이] 처음부터 그곳에서 일한것은 아니예요. 어머니가 복막염으로 누우시자 다니시던 은행식당에서 그만두시게 되고 저도 학교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린 동생과 먹고 살기 조차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던 가정교사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해서 할 수 없이 수입이 좀 낫다고 해서 창피를 무릅쓰고 나가게 된거에요.
[안] 아무리 그렇드래도 그런 일은 학생으로서는 절대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니야? 그리고 학교서 알면 당장 퇴학을 당한다는 걸 알았을 텐데---
[이] 그렇지만 낮에 학교 다니고 밤에만 일을 할려니 거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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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나은 직장이 없을 것 같아서요.
[안] 아무리 수입이라지만 자기자신을 잘못하면 파멸의 구렁이로 몰아 넣을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한 곳에 몸을 던지는 것이 현명한 것일까? 나는 절대로 찬성할 수가 없어.
[이] 그러면 어떡하면 좋아요? 학교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졸업만은 하고 싶었어요. 선생님의 도움은 더욱 염치가 없구---
[안] 그건 나도 이해해요 그렇지만 다른 좋은 직장도 있지 않을까?
[이] 더 좋은 직장이 있다면 누가 그 짓이 좋아서 그런데서 일하겠어요. 학교가 끝나기가 바쁘게 배고프다고 우는 동생들에게 죽이라도 끓여주고는 쉴새없이 병원에 계신 어머님 시중, 저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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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어요. 그래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끝까지 졸업할 때까지 버티어 나가자고 스스로 격려하며 살아왔어요. 선생님! 그게 잘못이라면 저는 어떡하면 좋아요.! (운다)
[안] 자! 그만! 정연이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알겠어 다만 좀더 나은 방법을 생각해 보자는것 뿐이었어! 내가 도울 수만 있으면 아무걱정도 없으련만---
[이] 선생님! 제가 남의 동정을 받으며 살 것 같으면 벌써 학교를 그만 둔지가 오래일꺼에요.
[안] 아무튼 큰일났군! 어떻게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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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여튼 빠른 시일 안에 좋은 직장으로 옮길 방도를 알아봐야지!
[이]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안] (고개를 끄덕 끄덕 눈물짓는다)
(조명 -F.O-)
[경] 8경
직원실
(텅 빈 직원실에서 안 선생이 학적부를 정리하고 있다. 잠시 쓰다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다. 이때 이 학교의 교무주임 강신옥 선생이 나타난다. 안경을 낀 사십이 넘은 양반으로 비교적 강직한 인상을 풍긴다.)
[강] (안 선생에게로 다가가며) 아! 안 선생 아직 계셨군요?
[안] (퍼뜩 정신이 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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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저 실은 곤란한 문제가 생겨서 왔어요. (의자에 앉으며) 어제 청소년 선도위원회에서 학교로 연락이 왔는데 안 선생 반에 있는 이정연이란 학생이 비어홀에서 붙들렸데요.
[안] (저도 모르게) 어머? (놀란다)
[강] 정말 놀랄 일이에요. 나 아직 교장선생님에겐 보고 않했지만 우선 담임인 안 선생과 자세한걸 상의했으면 해서 왔어요.
[안] 네! 실은 저도 이정연이 때문에 선생님하고 의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강] 아니 그렇다면 안 선생은 벌써 알고 있었던가요?
[안] 오래 전부터는 아닙니다 마는 최근에 우연한 기회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강] 하! 그건 곤란한 문젠데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학교당국에 보고했어야 옳았는데 만일 이 일이 확대되어 사회에 알려진다면 학교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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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죄송합니다. 사실은 담임의 입장으로서 될 수 있는 데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강] 이런 사건은 아무리 좋은 해결책을 모색해도 별수 없는 거에요. 그저 짤라 버리는 게 제일 상책입니다. 엄연한 학교의 규칙이 있는 거고 더구나 이정연의 경우는 도저히 상상 할 수도 없는 탈선행위이니까---
[안] 그러나 담임의 입장으로 그 학생에게 자세한 사정을 들어 봤습니다마는 정말 난처한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학생의 학업에 대한 열의는 대단했기 때문에 저는 좀더 분별없는 처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학생의 뜻을 계속하게 하는 마음으로 좀더 좋은 조건이 생길 때 까지 눈감아 왔던 것입니다.
[강] 물론 안 선생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지금 그렇게 감상주의에 빠져 동정만 할 수 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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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생도 그런 일을 하다 적발이 되면 어떤 처벌을 받는다는것 쯤은 알고 있을테니까?
[안] 그야 그 학생을 학측 대로 처벌을 해버린다면 문제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저는 교육자로서 그런 안이한 해결 방법으로 학생의 잘못을 다스리는데는 어딘가 모르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이 있습니다.
[강] 아니 납득이 안 간다니 그게 무슨 얘기죠?
[안] 예를 들면 한 학생이 어쩔 수 없는 경우로서 비행을 저질렀을 때 그 학생을 단순히 그 이유로 퇴학을 시킨다면 사건은 간단히 끝날 거에요. 그렇지만 그것은 결코 적절한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학생의 창창한 앞날을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간단히 처리 할수 는 없는 것입니다. 이정연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학생이 빠져있는 곤경에서 어떻게 빠져 나 올 수 있는 힘이 되주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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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인간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 안 선생의 고귀한 인간애에 감탄해요. 교무주임 자리를 나하고 바꾸었으면 좋겠군요. 그러나 단적으로 얘기할 것 같으면 우리학교는 선량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에요. 따라서 이 학교에 지망한 학생들도 선량한 학생뿐입니다. 그 때문에 이 학교가 우수하고 전통 있는 학교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이러한 전체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이단자가 생기면 이를 수술해 내야 되는 거에요. 다시 말하면 아름다운 화초가 만발한 정원에 자리를 잡고 있는 보기 싫은 한두폭의 잡초는 뽑아 버리는 게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한 것입니다. 잡초란 번식력이 강한 듯 악의 씨는 선을 침해하는 마력이 강하니까 미연에 이를 제거해야 하는거에요.
[안] (반발적으로) 그러나 이정연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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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는 그 학생은 할 수 없이 그런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거에요. 이것은 다만 그 학생 개인의 책임만은 아닌것이에요.
[강] 그렇다면 아무짓이라도 하라고 내버려 둘 수 는 없지 않아요? 이런 조그마한 일이 미칠 무서운 결과를 우리 힘으로 방지해야 하는거에요.
(이때 종료종이 울린다.)
[강] 벌써 수업이 끝났군요. 토론은 여기서 끝이기로 하고 전체 직원회의에 회부 할테니 안선생의 의견은 그 자리에서 발표하시죠.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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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려다) 교무주임으로서 선생께 한말씀 하겠어요. 안 선생 학급은 학교의 선생들이나 학생들 사이에서도 별로 평이 좋지 않아요 좀 더 철저한 감독을 하도록 부탁해요.
(이때 수업을 마친 안 선생의 친구 원해영 선생이 들어온다. 강 선생 나간다. 안 선생은 맥없이 의자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고민한다. 원선생 측은한 듯 바라보다 천천히 안 선생에게로 다가간다.)
[경] 9경
교실
(교실 안 벌써 어둑어둑 해졌다. 안 선생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교실 책상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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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원 선생이 들어온다.)
[원] (안 선생 옆으로 와서) 안 선생 큰일이군. 그래도 잘 버티었어 정말 훌륭했어!
[안] 원 선생! 아무 말도 말아 줘! 잠시 혼자 있고 싶어!
[원] 그 심정 알겠어! 정말 미안해. 나도 응원을 할려고 마음먹었는데 입이 안 떨어져 역시 안 선생만 한 용기와 신념이 부족해! 그렇지만 안 선생의 옳은 말이 많은 선생들에게 감동을 준거 사실이야.
[안] 원 선생! 그만 뭐라고 해도 나는 우리 반이 학교 안에서 가장 불량한 반이라는데 책임을 면할 수는 없어! 그러나 왜 그렇게 됐느냐 하는 근본원인은 찾을 생각은 안하고 모두 담임의 무능력으로만 돌릴려고 하는 정말 답답해 죽겠어!
[원] 결국 곤란한 건 그런 불량학급을 맡는 담임들이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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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덩어리야!
[안] 난 오늘처럼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섭섭함을 느껴 본적은 없어 그리고 내 자신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도저히 선생노릇을 할 수 없다는 무능력을 깨달았어!
[원] (근심스러운 듯) 그럼 어떡할려구?
[원] 원 선생! 아무래도 학교를 그만 두어야겠어!
[원] 어머? 그런---
[안] 아니 어쩔 수 없어! 내 자신 아무 자신도 목표도 없이 학생들 앞에서 아는 소리를 할 수 가 없을 것 같아! 마치 거짓 탈을 쓰고 인간교육을 하겠다는 거 같아! 내일이라도 교장선생님에게 사표를 내겠어!
[원] 안 선생! 도피한다는 건 비겁한거야! 좀 더 강경히 주장해 봐요.
[안] 그러나 불신임 받은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것도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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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이야.
[원] 천만에! 그건 안 선생의 자의식과잉이야. 그만큼 교육적 양심을 가진 이가 한사람이라도 없다면 이 학교는 언제까지나 보수적인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해!
[안] 아니 반드시 아름다운 화원이 될꺼야.
[원] 정말 안 선생답지 않은 소리야. 이 낡고 모순된 학교의 폐단을 알면서도 자기 혼자만 탈출하려는 안 선생의 양심이 의심돼! (사이) 사실 내가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없지만 안 선생의 훌륭한 신념이 좌절 되는게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야. 안 선생! 오늘밤만이라도 충분히 생각해봐. 내일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거야. 그럼 오늘은 이만.
[안] 여러가지 고마워! 이 학교에 있으면서 원 선생 도움이 많았어! 오늘은 나 때문에 너무 늦어져서 미안해! 난 잠시 마음 좀 가라앉히고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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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그럼 내일 만나요.
[안] 잘가요.
(움직이지 않는 안 선생 (사이) 이때 유, 전, 박 세 학생이 교실 안으로 조심스러이 들어온다. 세 사람 동시에 선생님을 부른다.)
[안] (깜짝 놀라) 선생님! 우리들이 잘못했어요. 우리들은 어떤 처벌을 받아도 좋아요. 선생님만은 그대로 계세요. 이 학교에 남아 계세요. (운다)
[안] 학생들! 내가 하는 얘기를 들었군요. 내가 학교를 그만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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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학생들 때문만은 아니에요. 내 개인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니까 너무 염려들 말아요.
[박] 아니에요 선생님! 오늘 불량학생들 때문에 직원회의가 열리는 것을 알고 그 결과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면서 선생님이 꼭 저희들을 위해서 혼자 애를 쓰실거 라고 얘기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 걱정을 끼쳐드려서.
[안] 그랬어요? 그러나 오늘 회의는 학생들 보다 이정연이가 문제였어요. 아르바이트 하는게 탄로가 났어요.
[박] 이정연이가?
[안] 내가 있는 힘을 다해서 두둔했지만 다수선생님들의 주장에 의해서 결국 퇴학처분이 결정됐어요. 더 이상 어떡할 도리가 없었어!
[유] 우등생인 정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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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을 만난 것을 다행으로 알고 한마디하겠어요. 그 동안 여러분들의 행동이 결코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았을꺼에요. 앞으로는 절대로 자신을 파멸의 길로 끌어들이지 말고 얼마 안 남은 대학입시준비에 열성을 다해주길 진심으로 부탁해요. 서로 서로 격려하고 부족한 것은 서로 도와가며 자기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을 가지고 살아가요. 그러면 어떤 역경이 닥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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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도 걱정할게 없어요. 약속해줘요. 내가 이 학교에 없더라도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해요.
[박] 선생님! 그럼 정말 그만두실 작정이에요? (울먹해진다)
[유] 우린 어떡해요. 선생님! 이제부터 좋은 사람이 필경 마음먹었는데.
[전] (선생에 매달리며) 선생님! 우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네 선생님!
[박] 선생님만 계셔주신다면 저희는 정말 좋은 학생이 될 것을 맹세하겠어요.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지 듣겠어요.
(세 사람 소리내어 운다.)
[안] (참기 어려운 감정을 간신히 억제하며)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니야. 나 한사람 없드래도 자신들만 단단히 마음먹으면 안 될게 없어요. 자!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서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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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람 살며시 밖으로 나간다. 안선생 차분한 마음으로 책상을 정리한다 이때 밖에서 이정연 "씨루에트" 로 나타난다.
[이] 선생님
[안] 그러지 않아도 정연이네 집으로 곧 갈참이 었는데!
[이] (고요한 심정으로) 감사합니다.
[안] 나로서는 힘자라는데 까지 싸워봤지만--- 정연이! 인간이란 한번의 실패가 인생전체의 실패는 아니니까! 오히려 비약할 수 있는 단계가 될지도 몰라! (이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우리의 많은 선배들의 예가 있지않어! 그중에는 학교도 못다닌 사람들도 많어! 사람이 성공하고 실쳁하는건 그사람이 노력과 결심과 그리고 굽이지 않는 신념과 용기에 달려있는 거야. 정연이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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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는 우리학교의 어느 학생보다 훌륭해요. 다만 다수의 보편적인 생활환경에서 정연이의 독특한 생활방식이 이해가 안된 것 뿐이야 말하자면 정연이의 그 정신을 알아주지 못한거지 정연이! ??것은 내 무능력때문이야! 내가 정연이의 딱한 사정을 실직적으로 도와주지 못한데서 온 결과야! 정말 ?야말로 무어라고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울음에 복바쳐 말을 채 맺지 못한다.)
[이] 아니예요. 선생님은 아무잘못도 없으세요. 선생님에게 오늘의 난처한 처지를 만들어 드린건 저예요 저 때문에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셨어요. 면목없어요. (사이) 사실 제가 한짓이 용서받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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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일이란건 알고 있어요 다만 제가 허용이나 불량한 생각에서 그런 일을 한게 아니라 착실하게 살아가려는 수단으로 택했다는게 주위에서 이해를 못 얻는데에서 온 고독감과 배신감이 들었을 뿐이예요. 그동안 정말 여러가지로 심려만 끼쳐 드렸습니다. 이 은혜는 일생 잊지 않겠어요.
[안] 정연이 (손을 잡으며) 용기를 내! 정연이 같은 강한 의지만 가지면 이 세상에서 두려울게 없는거야 나도 이제는 아주 마음놓고 물심양면으로 도울수 있을 것 같애 이를 악물고 자기라는걸 한시도 소홀히 생각하지 말고 살아가요
[이] 선생님! (두 사람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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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이)
[이] (억지로 눈물을 거두면) 선생님, 그럼 가보겠어요. 저를 잊지만 말아주세요. (정연이 천천히 교실 안의 모든 정든 물건들을 만져보며) 정말 정다운 것들이예요. 내가 사랑하던 책상 칠판 이 모든 것! (울음이 복받쳐 뛰쳐나가며) 선생님! 안녕히 계셔요.
[안] (따라나가며) 정연이! 난 언제나 정연이 곁에 있을게!
(다시 고요해지는 교실안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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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며 살아가는 거에요. (사이) 늦었으니 어서들 돌아가요. 내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러분들을 지켜 줄테니까!
(세 사람의 울음소리 높아간다. 선생도 돌아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는다. 조명 -F.O-)
[경] 10경
직원실
(한사람 직원실, 밤의 고요 속에 안 선생 홀로 사표를 막 쓰고 조용히 일어서 실내를 거닌다. 착잡한 심정 속에 여러가지 회상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
[최] (소리) 선생님! 선생님은 너무 순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란한 입장에 있는지 아세요?
[양] (소리) 선생님! 그렇게 높은 곳에서만 바라보고 계시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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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생 속에 끼어 드세요.
[강] (소리) 안 선생의 고귀한 인간애에 감탄해요. 교무주임 자리를 나하고 바꾸었으면 좋겠군요. 정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소리) (오경의 대사 중에서)
[원] (소리) 정말 안 선생답지 않은 소리야! 이 낡고 모순된 학교의 폐단을 알면서도 자기혼자만 탈출하려는 안 선생의 양심이 의심돼.
[유] (소리) 우린 어떡해요. 선생님! 이제부터 좋은 사람이 될려고 마음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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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리) 선생님! 우리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네 선생님!
[박] 선생님만 계셔주신다면 저희는 정말 좋은 학생이 될 것을 맹세하겠어요.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지 듣겠어요.
(세 사람의 우는소리가 낮이 계속된다. 이윽고 안 선생 천천히 책상으로 옮겨 사표를 천천히 집어서는 찢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종이조각들이 하늘 하늘 안선생의 손에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