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체험학교에 놀러 온 동요작곡가 겸 가수 이종일씨가 ‘경사가 났다’며 나를 서편 창고로 데리고 갔다. 창고에 가보니 짚단 속에 호랑이 무늬의 고양이 새끼 4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음 날, 고양이 새끼를 보기위해 창고로 갔다가 어미와 마주쳤다. 젖을 물리고 있던 어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새끼들을 걱정하는 불안한 눈빛은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날 고양이 새끼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며칠 후, 새끼 고양이들의 작은 울음소리가 들려 소리를 따라 가 보니 동편 황토집 디딜방앗간에 있는 오토바이 헬맷 속이었다. 어미와 또 눈이 마주치면 새끼들을 다른 곳으로 피신 시킬까봐 가능한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며칠간은 그냥 지나치다가 일주일 정도 반복되자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중 1때 였다.
군불을 때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불살이 제법 올라 장작을 넣고 있는데 아궁이 속에서 고양의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속에서는 ‘장작들을 끌어내야 하는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두려움은 나의 몸에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두려움은 불에 타 그의 시체나 다름없는 고양이를 쳐다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의 울음 소리는 더욱 다급해 지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 부절하고 있는 그때 조금 잦아 든 아궁이의 불 속에서 고양이가 튀어 나왔다.
나는 뒤로 발랑 나 자빠졌다. 정신을 차려 고양이를 살펴보니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수염만 타고 나머지는 연기에 그을린 흔적 만 조금 있었다. 두려움 때문에 안절부절 한 내 자신이 미웠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나는 고양이를 끌어안고 몇 번이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과를 했다.
황토집으로 달려갔다.
새끼고양이가 장독대 사이에 숨어 있다가 나의 발자국 소리에 어미인 줄 알고 밖으로 나왔다. 새끼 고양이를 보자마자 두 가지로 정리되었다.
‘어미가 버린 새끼 고양이’, ‘일주일을 굶은 새끼 고양이’
나는 학교 식당 냉장고로 달려가 멸치와 우유를 가져왔다.
새끼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장독대 뒤로 몸을 숨겼다. 그래도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어미를 찾고 있었다.
멸치와 우유를 접시에 담아 바닥에 놓고 새끼 고양이가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했다.
아직 어미젖을 떼지 못한 상태인지 입도 대지 않았다.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아 우유를 입에 가져다주었다. 새끼 고양이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며칠 일찍 찾아 왔더라면...’ 이런 후회도 나의 안타까운 마음도 죽어가는 새끼고양이의 생명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는 인간의 임종으로 숨을 거두었다.
비록 어미에게는 버림 받았지만 사체마저 뒷산에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장례를 치루어 주기로 결정했다.
고양이 그림이 들어있는 수건으로 새끼고양이 염을 했다.
그리고 체험학교 동편 동산 꼭대기 천하명당 자리에 구덩이를 파고 새끼고양이를 묻었다.
혹시나 다른 동물들이 사체를 파 헤칠까봐 평평한 돌로 무덤을 덮어 주었다.
‘좋은 곳으로 가서 다음 생에서는 어미에게 버림받는 고양이로 태어나지 말고 인간으로 태어나라’고 빌어 주었다.
고양이 새끼의 장례를 치루고 난 뒤 ‘혹시나’라며 엉뚱한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쩌면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에게 키워 달라고 한 마리를 남겨 둔 것이 아닐까!’라는 전혀 다른 생각이었다.
‘버린 것이 아니라 남겨 놓았다.’라는 생각에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 장례를 치룬 후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나를 피했던 교촌마을 들고양이들이 나를 만나면 ‘후다닥’ 도망을 치지 않고 친근한 눈빛을 보내며 호감을 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새끼고양이의 장례식이 고양이신문을 통해 알려 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송국장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라는 교촌마을 들고양이 대장의 공식적인 선포와 동의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 고양이와의 소통 2부가 이어집니다.-
첫댓글 고양이 신문을 통해 적이 아님을을 알리고 소통까지 이루어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2부를 기대하며......
금방 탁구치고 나오다가 치킨 뼈다귀가 담긴 비닐봉지를 뜯고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안계에는 교촌고양이 소식이 안 전해졌는지 아니면 시간이 너무 흘러서인지 잽싸게 도망을 치더군요^^
고양이 그림이 들어있는 수건으로 염을 했다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왜 좀 전에 읽은 각목이 떠올랐는지요.
평소 체험장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데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옷을 입고 당겨야 겠습니다.
ㅎㅎㅎ그때 그때 달라요
생매장 당한 돼지의 절규를 보며 슬퍼하면서도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 인간의 두 모습...
고양이는 착한 송국장이, 황소 개구리는 나쁜 송국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