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불의의 사고로 전역한 뒤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육사 출신 예비역 장교의 아들이 미 웨스트포인트(육사)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서 세차장을 경영하는 진용주(44)씨는 육사 43기 출신의 예비역 장교다. 1990년 2월 방한한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현 미국 부통령)이 최전방 초소를 방문했을 때 헌병장교로 경호 임무를 마치고 군용 지프로 부대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맞은편에서 오던 승용차가 갑자기 나타난 어린이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다 진씨가 탄 지프와 충돌, 진씨 눈이 지프 내부 손잡이와 부딪치면서 크게 다친 것이다. 6개월간 수도통합병원에 입원한 그는 결국 오른쪽 눈을 잃은 채 직업군인의 길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고위 지휘관의 주선으로 모 그룹 비서실에 취직한 진씨는 98년 회사측의 배려로 MBA코스를 밟기 위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회사의 부도로 학업의 꿈을 6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그 뒤 5년여 동안 맨해튼에서 세탁소 등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사업이 제대로 안 돼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자라는 애들을 보고 다시 힘을 냈지요."
- ▲ 육사 43기 출신 예비역 장교 진용주(왼쪽)씨와 지난달 말 미 웨스트포인트에 합격한 아들 기석(오른쪽)씨가 나란히 서서 웃고 있다. 웨스트포인트는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미 육군 사관학교다. 진용주씨 제공
3년 전 그는 그동안 어렵사리 모은 돈을 털어 세차장을 내 지금까지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엔 미국 시민권도 받았다.
그가 사고를 당한 지 18년 만인 지난달 말 둘째 아들 기석(18)씨는 그에게 웨스트포인트 합격증을 안겨줬다. 사관학교 생활을 잘 알고 있는 진씨는 아들에게 육사 입학을 일부러 권유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들이 그의 '꿈'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던 선물이었다.
아들이 "규칙적이고 정해진 룰(rule) 속에서 생활하는 게 내게 맞는다. 삶의 계기를 줄 수 있는 게 웨스트포인트일 것 같다"며 지원을 희망해 승낙했다고 진씨는 전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는 매년 약 10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며 이 중 한국계는 20~3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의 경우 978명의 졸업생 가운데 35명이 한국계였다.
남지초등53회에서 퍼왔습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