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5일 새벽비바람 오전 안개 오후 맑음
한계령 휴게소
한계령 휴게소는 국립공원이라 야영이 되지 않지만 염치 불구하고
휴게소 앞에 텐트를 친다.
날이 어두워지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휴계소는 문을 닫고 일하시던 분들은 퇴근한다 그리고 앞마당에
트럭한대가 불을키고 우동과 라면을 판다.
아까부터 계속 으슬렁거리던 진도견 두마리가 여간 거슬리는게 아니다
내가 햄에 쏘주한잔을 먹으려고하자
살며시 옆에와서 달라고 처다보고 서있다.. 짖거나 보채지 않는것보니
영특한게 틀림없다..
내 한입먹고 햄을 잘라주니 얌전히 앉아서 받아먹는다
쏘주한병이 바닥을 들어내자 햄도 다떨어진다..
몇분 내손을 응시하더니 흥미없다는듯 저만치로 슬슬 사라진다...
휴게소 사람이 다 퇴근하고 없는데도 두 마리개는 자유롭게 으슬렁거린다
혹시나 돌변해서 달려들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12시 조금 넘은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도 세차게 분다..
후라이를 설치하고 다시 잠에 든다..
그리곤 커다란 2마리 개가 텐트를 덥치는 꿈을 꿨다.
무서운 꿈과 바람소리에 일어나보니 새벽 2시 30분
계속되는 비바람에 깊이 잠들지 못하고 선잠을 잔탓인지 몸이 찌뿌둥하다
새벽 4시 텐트밖이 시끌시끌하다..
일어나 보니 새벽산행하시는 분들이 줄줄이 올라가신다.
아침을 맞이 한다 비는 더이상오지않으나 바람이 몹시 분다...
아침 일찍 군 짚차 한대가 올라와 트럭에서 오뎅과 라면을 먹는다 조금있자
저 한계령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개미들 처럼 대오를 맞춰 군인 아저씨들이
오는게 아닌가..
이내 한계령 휴게소주차장은 연병장이 되고말았다..
짐을 맡기고 희운각으로 가야되는데 휴게소 주인이 아직 오지 않는다. 그러던 사이
군인들이 열을 맞춰 설악산으로 오른다.
군인들이 모두 올라가고 나서야 휴게소가 문을 열었다..
이제 필요없는 텐트와 옷가지 등을 정리해서 맡기곤..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마지막 구간 설악산으로 향한다..
산길도 어제 내린비로 진흙탕이 되어 질척이고
야무진 돌들도 생각보다 매우 미끄럽다 .
수혜로인해 길은 파헤처지고 공사 진행중인 구간이 많아 이동이 불편하다 더욱이 서북능
구간은암릉 너덜길로 인해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많이 느껴졌다.
군인아저씨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껏 설악산의 암릉미를 느껴며
끝청에 도착한다.
산능선마다 구름이 빠른속도로 이동하며 설악의 절경들을 부끄려운듯
잠시보여주곤 다시 뒤덥는다. 사진 몇장을찍고 희운각대피소로 이동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등뒤를 떠밀고 하늘은 맑은 파란색하늘을 선보이며
산꾼의 마음을 설레이게한다.
소청봉에 올라 마누라님께 전화를 드리고는 점심을 먹는다.
좌측으론 용아장성과 내설악 서북능선이 발아래서 꿈틀거리고
우측으로는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그리고 멀리속초 바닷가가 손에 잡힐듯하다.
오늘의 목적지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한다. 매점앞에 보니 시원한 물통에 담긴
맥주가 눈길을 끈다. 배낭에서 죽끓여먹을때 넣어서 먹던 새우와 멸치를 안주삼아
캔맥주를 마신다. 어제 내린 비때문인지 날씨가 너무 청명하다.
나무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대피소앞 벤치에서 신발끈을 탁 풀고 넉나간 사람처럼
그렇게 다람쥐를 친구삼아 맥주한잔을 마신다. 어찌알리오 이기분을 이맛을 ...
간단히 라면을 끊여먹고 잠을 청한다.
저녁에 갑작스레 들어닥친 많은 사람들로 인해 밖은 시끌벅적하다
널널히 자기도 틀린것 같다. 꿈나라로 살포시 이동하려할때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비명소리 남자고함소리 병깨지는 소리 난리법석이다.
참, 내가 다 부끄럽다.
몇시간을 싸우고 또싸우고 생난리를 피운다.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난 잠이든다.
6월 16일 맑음
새벽 4시 30분 일어나 보니 몇분은 벌써 출발하신모양이다.
어제 불러놓은 누룽지에 삶은 달걀을 으게 먹고는 출발이다.
5시 30분 벌써 여명이 동쪽에서 밝아온다. 안개와 가스없는
맑은 날이라 동해쪽 바닷물결의 출렁임이 느껴질 정도다.
내심 걱정하고 기대했던 공룡능선은 수혜로 인해 공사가 천지에서 해데고
흙이나 너덜지대를 돌로 다져 계단으로 만들어 놓아
예전의 명성에는 못하는 듯 하다.
4시간 걸린다는 공룡을 두시간에 주파한것도 길이 생각보다 편해서일것이다.
일행이 생겼다. 주말마다 대간을 뛰며 이번에 마지막구간을 하러오신분이다.
앞서 서 큰키로 성큼성큼 가신다. 마등령 황청봉구간은 광장히 멋진구간이다.
암릉 너덜길로 인해 비가오면 좀 힘들수도 있지만 내가 간날은 아주 맑은 날이여서
설악산을 제대로 보며 산행할수있었다.
미시령에 도착하면 마누라님과 기별이가 오기로 되어있어 벌써부터 기대된다.
저녁에는 부모님과 김성과 림이도 오기로했다.마지막구간을 같이 갈 동지가 생긴다는것
그리고 마지막구간을 갈수있다는것 참 운좋은 놈이다, 난
유명한 황철봉 커다란 암릉 너덜길은 내발로 기어도 내려왔다.
미시령에는 초소가 있어서 풀숲에 숨어서 기웃거리다 후다닥 내려오니,
다행히 지키는 사람은 없다.
마누라님과 기별양보다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배낭을 발코니에 던저놓고
휴게소에서 맥주 몇병과 오징어 땅콩을 사서는
파란 맑은 하늘이 아래서 동해가 바라다 보이는
나무 테크에 털석 주저 않아 맥주를 마신다. 캬~~ 신선이 따로없도다
시원한 바람이 한껏 불어 지나온 힘들었던 일들을 씻어가고
우리는 금세 산이라는 공동관심사로 친해진다.
맥주 잘마셨습니다...
마누라님과 기별양이 도착하고 우린 내일 보자고 약속하고 서로 헤여진다.
부모님이 오시고 우리들은 용대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박을 하러 이동한다.
어둠이 내려앉고 어머니 아버지 미정이 기별이 그렇게 다섯명은
바베큐통에 석쇠를 올려놓고 통영에서 아버님이 공수해오신 장어를
숯불에 구어먹는다. 침질질
세상에 가장 따뜻한 손과 악수하고 사랑하는 눈길로 봐주는 아버지와
못난 아들걱정에 더 마르신것 같은 사랑하는 어머니와 손을꼭잡고
사진도 찍고 장어도 먹고 그렇게 밤은 깊어간다.
다들 잠에 쩔어서 기다리기에 지쳤을 무렵 김성과 림이가 왔다.
밖에서 어둠을 뚫고 숯에 불이 지펴지고 장어는 지글지글 익어가고
우리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는
숲의 숨소리와 같이 호흡하며 밤을 관통한다.
6월 17일 겁나게 맑음
번쩍 눈이 떠진다.
주위를 보니 다들 곤히 자고있다.
방해하기 싫어서 헤드렌턴을 키고 혼자 배낭을 싼다.
어둠속에서 혼자 앉아 잠시 상념에 잠긴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그러나 명쾌한
주저리주저리 설명할순있지만 듣는사람이나
말하는 나나 별루 와닫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온갖 수사와 비유법으로 설명해도 딱히 가슴이 안와닫는
그럼 생각들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수없이 많은 왜?란 의문을 달고 그렇게 450km를 왔지만
아직도 난 알수없다.
아버님 잘주무셨습니까하고
인사할수있다는게 참 행복하다.
마지막 구간을 같이 뛸사람들은 배낭을 챙기고
남은 사람들은 진부령에서 합류하기로 한다.
그렇게 아버지/김성/림이 우리 넷은 미시령으로 향한다.
아침은 벌써 황금빛으로 우리 곁에 있었다.
첫구간 지리산에 올랐을때 맑은 날이 이후
덕유산 소백산 그리고 설악산 이렇게 써놓으니
좋은 날씨가 참 많았는것 같지만.
40일중 6일정도밖에 안되고 가스와 안개로 인해
경치라고는 거의 없었다 배낭에 무거운 사진기가
찍어달라고 울고있어도 찍을요량이 없었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아마 먼저 가셨을꺼라 예상하고
우리들도 부지런히 백두대간을 올라탄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오랜만의 산행
즐겁고 행복하다.
김성은 앞에서 쌩쌩달리고 난 그 뒤를 아버지와 림이가 뒤따라온다.
너무도 맑은 날씨와 보드라운 황금빛 햇살로인해
간만에 사진기가 연신 셔터를 움직이며 호강한다.
예상한것보다 길이 험하기도 하고 예상했떤 시간보다 조금더 걸린다.
대간령에 이러러 아저씨를 다시 만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마지막 구간을 간다.
스키시즌이 아니라 비어있어
좀비가 나올것 같은 알프스 리조트에서
아버지와 림이 김성은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아저씨와 난 백두대간길을 찾아 나선다.
몇번이고 헛갈렸지만 무사히 능선을 잡고
꿈에도 그리던 진부령에 도착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진부령에 도착하자
마누라님이 꽃다발을 주고 뒤쪽으로 백두대간 단독연속종주라는
글이 크게 써진 플랑이 걸려있다.
뭐라해야하는 그냥 기분이 좋다 설명할수 없을정도로
평소같으면 부끄럽고 여러워했을건데
그냥 마냥 좋다.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도
나와 손을꼭 잡은 어머니도
호탕하게 웃으며 연신 사진찍자는 마누라님도
멀리서 와준 동지 김성과 림이
그렇게 시간이 멈춘듯우린 기뻐하고 즐거워한다.
아저씨와 난 그렇게 사진 몇장을 찍고
전화번호와 메일을 교환하고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서로의 길을 간다.
속초에서 회먹으며 뒷풀이하기로하고 이동하던중
항상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던
최명종 벅지형님/백부기 형님/권기수형님께 전화를 드린다.
형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회도먹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풀어내며 즐거운시간을 가진다
난 참 행복한 놈인거 같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거제로 내려가시고
우린 해수욕장으로 가서 아직 추운 이른 바다를 첨벙 빠지며
동심으로 돌아간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마누라님은 내 힘의 원천 사랑해~
지원오신분들(벅지형님/금연이/기별이/모스형님/김성/림이/우동형님/마누라님)
그리고 한번이라도 제생각해주시며
응원하신분들 감사합니다.
백/두/대/간/단/독/연/속/종/주
40일간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모험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