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이수봉 근처 명당에서 점식 먹을 때마다 멀리 바라만 보았던 광교산 언젠가 광교에서 이곳 청계까지 걸어 보았으면 했는데 거부기 산님께서 다녀오시고 해서 더욱 가고파진다.
낙엽따라 가신 부모님 그리고 맏형님의 추모행사가 끝나면 떠날 참인데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 내일 가자 하신다. 평소와 같이 일어나 하늘을 보니 별이 반짝이고 날씨가 좋은 것 같아 멧세지를 보내려는데 먼저 밸이 울린다.
08:30 경기대 정문 출발 목표로 각자 올라 산에서 만나자고 협의하고 부지런히 떠날 채비를 한다. 사당역에서 경기대 가는 교통편이 있다 길래 가보니 남태령 방향으로 영통행 직행버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물어보니 경기대 후문에 정차한단다.
한차 가득히 태워 출발하는데 입석은 없는 것으로 봐서 자주 있는 모양이다.(07:55) 사당을 출발한 좌석버스는 과천 의왕간 고속도로를 타다가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동수원IC로 내려 곧바로 서는 곳이 경기대 후문이다.(08:25)
광교산 들머리를 물어보니 정문 가까이 있단다. 교정 내부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멋찐 정문이 보이고 바로 옆으로 몇분의 산님들이 오르신다. 어디쯤 계시느냐고 전화하니 한 분은 막 도착해서 오르는 중이고 한 분은 길이 막혀 아직도 장안문 부근 버스안 이란다.
들머리 주변을 살피면서 아주 천천히 오르다 양지쪽에서 기다리며 야호로 불러보니 바로 앞에서 모자를 푹 눌러 쓴 젊은 청년같은 분이 아는 체 한다.
완만한 소나무 능선길을 오르는데 좌측으로 꽤 넓은 광교 저수지가 보이고 영동고속도로를 바쁘게 달리는 차량 소리도 들린다. 백년약수 천년약수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 오르락 내리락 하니 맞은편에 드리어 제 1봉인 형제봉이 아침햇살로 환하게 웃으며 어서 오라하신다.
수원 화성 안산 용인 수지쪽의 이곳 저곳을 디카에 담고 비로봉을 향하다가 뒤돌아보니 비슷한 모양의 봉우리 셋이 연이어 있는데 말 그대로 형제봉 같다.
비로봉에 있는 정자에 올라 커피한잔 하고 토끼재를 통과하는데 좌측아래 버스종점에서 많은 분들이 올라오신다. 가파른 길을 30여분 오르니 드디어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582)이다.
분당 용인 바로 아래 고기리 멀리 북쪽으로 오늘 가야할 청계산도 조망하며 잠시 기념사진 찍고 경기방송 송신탑을 지나 완만한 능선길을 가는데 많이 익숙한 명칭의 노루목 대피소도 만난다.
푸른 창공을 향하여 솟구친 중계탑을 감상하다보니 상광교 버스종점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예전에 이곳까지 와봤던 기역이 새롭다.
통신대 시설물이 보이는 앞 양지쪽에 앉아 포도주 한병과 과일로 중간 급유를 하고 (11:20) 둥근 접시를 여러개 매달은 특이한 중계탑 우측을 돌아가니 백운산 정상이다.
바로 아래 모락산 능선이 이어지고 과천 수원간 고속도로 그 넘어로 수리산과 안산시 그리고 멀리 서해바다도 보일락 말락 한다. 이제부턴 급경사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첫 번재 갈림길(백운저수지↔고기리)을 지나 비단같은 능선이 40여분간 계속되다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바라산 나무표지판이 보인다.(12:40)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시루봉과 이곳까지 원형처럼 돌아 내려온 것 같다. 백운저수지와 모락산을 바라보며 대충 요기하고 해가 짧아 이내 일어선다.
또다시 매우 급한 경사지를 내려오니 2번째 갈림길인 바라산재(백운저수지↔고기리)와 만나고 우측으로 예쁜 주택도 보이는데 깊은 산골마을처럼 매우 한적하다.몇 기의 묘를 지나 무명봉에 오르니 3번째 갈림길(백운저수지↔고기리)이다.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가 바로 아래인데 아직도 청계산 방향으로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인다. 원형 철조망을 따라 가는데 우측 아래엔 제법 큰 규모의 현대식 건물과 운동장도 보인다. 하산길 안내표시판으로 봐서는 이곳이 국가정보대학원 건물일 것 같다.
드디어 청계산 국사봉이 바로 건너편에 보이고 외곽순환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바로 아래인데 이제부터가 문제다.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안양 분당간 도로로 끊겨 있으니 게다가 제법 넓고 왕래하는 고속차량들이 많아 무단 횡단도 매우 위험할 것 같다.
안내판을 보니 원터와 정신문화원 가는 길만 표시되어 있고 곧바로 가는 길은 없단다. 하지만 몇 달전 무단 횡단경험이 있으신 분의 주도하에 직진하는데 이내 둥근 철조망이 가로 막고 있다. 넘어갈까 망서리다 그만 포기하고 정신문화원 방향으로 내려오는 데 이곳 능선까지도 원형 철조망이 길게 늘어져 있다.
20여분 내려오니 우측으로 조금 전 보았던 건물 진입로 같은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대단한 울타리가 처져있다. 울타리를 따라 가다보니 방향이 돌아가는 것 같아 지름길로 이어질 듯한 능선을 찾아 가보니 철조망을 넘어간 흔적이 있다. 그렇지 이 길로 가면 되겠다 싶어 흥얼대며 가는데 바로 아래 운중 저수지가 보이고 고속 질주하는 차량소리가 요란하다.
숲 속을 헤치고 급경사지를 내려오니 도로와 만나는데 중간을 높게 막아 놓아 넘어갈 수도 없다.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내리막길을 10여분 가니 정신 문화원쪽으로 빠지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리로 빠지면 되겠다는 확신으로 굴 쪽으로 접근하는데 굴 저편에서 무쏘 승용차가 이 길을 역으로 올라온다. 아니 이길은 빠져 나가는 길인데 어찌 된 일이야 급히 안됩니다 하며 손을 저으니 그제서야 알아차리고 후진하려는데 운전솜씨가 서투른지....
바로 그때 덤프차량 한대가 이 길로 내려온다. 큰일이다. 저 차는 지금 굴 안에 있는 차가 보이지 않을 테니... 곧바로 정지신호를 보내니 속도를 줄여 서서히 접근하다 후진하는 차와 마주한다.
터널을 빠져 나와 보니 바로 옆으로 그 유명한 토끼굴도 보인다. 철조망 울타리를 타고 정상적으로 내려오면 저 토끼굴로 이어질 것인데 괜히 잔 꽤를 부리다보니..
도로옆 낮게 세워진 입간판의 방향표시를 보니 직진방향으로 작게 엑스표시가 되어 있다. 운전 초보자나 이곳 지리에 익숙치 아니한 자는 실수하기 쉽고 굴 밖으로 나가자마자 휘어지는 구간이라 통상 고속으로 내려오는 차와 맞 부닥칠 수밖에 없어 매우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옆으로 거부기님 산행기에서 본 장모님이라는 멋찐 음식점도 보이고 도로 건너편에 정신문화원 입구 그리고 분당방향으로 적색 순두부 입간판도 보이는데 이곳이 거부기님께서 가셨다는 청계산 들머리다.
주변을 살피니 분당 가는 버스정류장도 바로 옆이고 여기저기 먹거리가 좋아 보이는지라 거부기님을 유혹한 그 놈이 이곳에 상주할 만 하다. 우리도 꼬실까했는데 이 놈 오늘따라 어디로 갔는지 한적하기만 하다.
포장도로를 따라 동네안으로 들어가다 성모 수도원 입구 바로 우측으로 조그만 계곡길을 따라 오르니 외곽순환고속도로를 관통하는 작은 터널과 만난다.
이제부터 시작되는 오름길은 한참동안 차량소리가 요란한데 골고다 언덕길처럼 생겼는지 예수님께서 자신이 매달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힘들게 오르시면서 벌어지는 내용들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이어지는데 끝까지 읽어보며 올라가니 이곳에서 매달리고 운명하시어 제자들에 의해 안장되었다 한다.
우리 인간들의 죄악을 대신해서 속죄물로 바쳐졌다고 하는데 창조주 하나님께서 굳이 이런식으로 했어야만 하나? 당장에 마귀를 죽여 버리면 그만 일텐데.....
하지만 창조주 역시 죄의 값은 사망이라는 엄정한 약조 하에서는 창조주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치러야할 원칙인 모양이다.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탕자를 석방하여 부모자식의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처럼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한 자식들이 하나같이 몽땅 죽을 수 밖에 없을 테니.....
사탄에 넘어가 있는 탕자를 빼내오기 위해서는 원칙대로 완벽한 재물을 창조주 자신이 마련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아에 사람을 창조하지 아니하면 그런 고통도 없었을 텐데......
우리들이 아무리 도를 닦으며 선한 삶을 산다고 해도 아주 조그만 실수로도 마귀의 손아귀에 다시 잡혀 들게 될 터이니 하는 수 없이 우리 인간을 창조하신 분께서는 그런 방법으로 우리들을 되찾으려 하셨나 보다. 비싼 대가를 손수 치루고.....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파른 길을 오르니 능선길과 마주치고 왼쪽으로 국사봉이 보인다. 이젠 양지쪽을 찾아 에너지를 채워야 할 판이다. 겨울을 알리려는 찬바람은 오늘 하루 종일 매섭게 불어 댄다.
국사봉 바로 아래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우선 곡주부터 돌린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땀이 식으며 한기가 돌아 온수와 컵라면이 그리워 진다. 갑자기 서둘러 오는 바람에 준비를 못했는지.....
국사봉에 이르니 벌써 태양은 서쪽으로 많이 기우러져 있다. (16:00) 어둡기 전에 하산해야 하니 곧바로 이수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조금전에 마신 곡주가 효력을 발휘하는지 이수봉을 거뜬히 오른다.(16:35) 예전에는 없던 이수봉이라는 멋찐 표지석도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 갈림길을 보니 역시 주중인지라 오늘도 휴업상태다. 날씨가 추워서 인지 사람을 전혀 만날 수 없다. 벌써 석기봉과 망경대는 붉은 빛이 감돈다.
시루봉에서부터 이곳 국사봉까지의 능선길도 석양빛을 보내주며 조심히 하산하라 하신다. 부지런히 소나무 능선길을 빠져 나와 송전탑 부근에서 과일 먹으며 건너편 국사봉 능선을 보니 대충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달빛도 없고 해드 랜턴도 없으니 빨리 하산해야 할 것 같다.
소매봉을 가로질러 과천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드니 드디어 남태령을 넘어오는 차량들의 불빛이 줄을 잇고 여기저기 반짝이는 불빛으로 야경이 깊어간다.
서쪽 하늘 한쪽 편에 남아 있는 아주 엷은 빛에 의지하면서 조심조심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더 이상 바로 앞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다행이도 바로 아래 시민 체육공원의 불빛이 가깝다.(18:00)
장거리 산행인지라 곧바로 사우나에 들러 몸을 풀고 남원추어탕으로 보양하며 오늘 하루길을 되돌아 보니 우리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다. 왜 우리는 오늘 이렇게 무식하게 먼 길을 쉬지 않고 걸어야만 했나? 구경거리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산행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일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처했나?
한때 우리도 정신없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했건만..... 오늘 두분(57세 ,54세)과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의 길을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하산하고 보니 저마다 못 다 이룬 열정이 그만큼 많았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남원추어탕 위로 소주잔을 돌리며 내심 즐거워할 수 있으니 나름대로 행복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