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오봉산은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접근하는 게 가장 빠르다.
예전에는 794m의 주봉을 따라 경운산으로 불렸으나, 요즘은 오봉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른다고 한다.
자, 그럼 시원한 계곡물 소리와 함께 시작해볼까나.
모처럼 평일에 시간이 나, 어느 산에 오를까 고민하다가 춘천 오봉산으로 길을 잡았다. 가평, 포천에서 접근하는 명지산과 화악산도 고민해 봤으나 교통이 불편해 다음에 친구들과 차를 갖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용산에서 청춘 ITX를 타고 한 시간, 춘천에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 한 시간,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면 청평사 유원지에 도착한다. 집에서 8시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소양호에 도착하는 11시 10분이 넘었다.
09:00 용산역
용산역에서 남춘천까지는 6600원, 춘천까지는 6800원이다. 남춘천에 버스가 좀 더 많고, 춘천 중심지인 명동으로 가려면 춘천보다 접근성이 좋지만, 바로 소양호에 오를 거라면 춘천으로 바로 가는 게 더 좋다. 남춘천에서 탄 버스가 춘천을 지나 소양호로 가기 때문이다. 기차는 5분 거리지만 버스는...그렇지 않다.
11:10 소양호
남춘천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소양호 종점에 이른다. 날이 잔뜩 흐려서 물빛이 더욱 깊다. 앞에 가는 두 아가씨는 남춘천에서 함께 버스에 올라 내 뒷자리에 앉았는데, 한 시간 내내 전날 방송한 힐링캠프에 출연한 기성용 이야기다. 압권은 둘 중 한 아가씨가 "너 온다고 엄마한테 얘기하고, 청평사 간다고 했어. 춘천에서 거기가 제일 나아" 요런 얘기를 했더니, 상대 아가씨 왈, "난 도서관 간다고 뻥쳤는데..." 나도 학교 다닐 때 영구랑 논다고 말할 수 없어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 했던 게 생각난다. 어머니 죄송해요.
11:40 소양호
기다리던 배에 오른지 10분 정도 지나면 청평사 유원지 선착장이다. 산을 막아 세운 거대한 댐에 띄운 배라 기분이 묘하다. 배가 아니어도 청평사에 갈 수는 있으나 길을 한참을 돌아야 한다.
11:50 청평사 입구
청평사 입구에서 길이 두 갈래다. 왼쪽은 음식점을 지나 바로 청평사에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주차장 옆길로 바로 산에 오르는 길이다. 관광객을 피해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나중에 알았는데, 왼쪽 길로 가면 유원지 입장료 2천원을 받는 매표소가 있다. 오른쪽 등산로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냥 산에 오르면 된다.
오늘의 등산로는 빨간 선을 따라 청평사를 끼고 오봉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예상 시간은 4~5시간이다.
11:55 등산로 입구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 드디어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여기부터 정상 부근까지 사람을 하나도 구경 못했는데, 반대쪽 길보다 더 험한 탓인 듯하다.
12:41 7부 능선
한 시간 정도를 올라오니 소양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위에 사진기를 올려 놓고 셀카 인증샷에 도전했으나 카메라 장면 인식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해 밤에 찍은 사진처럼 나왔다.
13:20 구멍바위
오봉산 등산로의 아이콘인 구멍바위다. 바위에 구멍이 난 건 아니고, 바위 몇 개가 쌓인 곳에 사람 하나 간신히 통과할 만한 구멍이 있다. 경사가 급해 손잡이를 잡고 올라야 한다. 큰 배낭을 메면 통과하기가 힘들 정도로 비좁다.
13:40 오봉산 정상표지석
등산 시작 2시간 만에 정상에 도착. 여기에 올 때까지 등산객을 딱 한 팀 만났다. 정상에 혼자 여유 있게 도시락 까먹는 것도 처음이다. 말벌이 호시탐탐 김밥을 노리더니 옆에서 놀고 있는 토종 꿀벌 한 마리를 낚아채 날아가 버렸다. 다른 녀석이 얼굴 가까이 날아와 탐색을 하기에 모자로 냅다 후려쳤는데, 땅바닥에 떨어져서 잠시 허우적 거리더니 금새 기운을 차리고 다른 사냥감을 찾아갔다. 말벌이란 놈 생각보다 강하다.
14:11 중간 어딘가 봉우리에서
소양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과 호수, 계곡까지 모두 있으니 정말 기분이 상쾌해진다. 자주 다시 가고 싶은 산에 이름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청평사 지나 내려오는 길 옆에 있는 폭포. 물줄기가 시원하다. 저기에 들어가 땀을 식히면 좋으련만, 물을 보면 입수가 정석이라는 예능이 아니기에 참아야 했다. 자, 동영상으로 감상하도록.
첫댓글 야 내가 부끄러워?
부끄럽게 왜 이래~
역시 글쓰기 전공이라 다르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