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감리위원회는 지난 3월 27일 미국에서는 최초로 연간 매출액이 200만 달러를 넘는 대형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비닐봉투(플라스틱 백)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주지 못하게 함으로써 재생 불가능한 쓰레기의 양을 줄여보겠다는 친환경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최초라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로서는 자부심을 가질만한 이 결정은 그러나 역으로 미국이 국제수준에 한참 뒤진 환경후진국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슈퍼마켓은 비닐봉투 인심이 후한 곳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비닐봉투에 담을 수 있는 물건들도 여러 개에 나누는 것은 물론 두 겹, 세 겹으로 안전하게 담아주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한 해 동안 대략 2억 개의 비닐봉투가 쓰여 지고 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결과 한번 사용된 뒤 쓰레기 매립지로 보내지는 비닐봉투의 양은 연간 1,400톤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양의 비닐봉투를 만드는데 해마다 45만 갤런의 석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으면 석유소비를 그만큼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광역 쓰레기 매립장의 경우 가장 큰 골칫거리는 폐합성수지일 것입니다. 열가소성 수지의 경우 매립이 불가 하지만 대부분의 매립장에서는 다른 일반 매립 쓰레기에 비해 그 양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매립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폐합성수지는 그 원료가 석유입니다. 나무나 종이 등 식물을 원료로 한 물질들은 부패하기 때문에 매립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석유를 원료로 한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폐합성수지 종류는 좀처럼 썩지 않기 때문에 매립장에서도 큰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을 전 세계적으로 규제하려는 교토의정서 가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선 미국 정부가 환경보호를 우선시하기 보다는 온실가스 배출의 획일적 규제를 반대하는 미국 기업들의 기존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교토의정서 가입을 저지한 미국 기업들의 로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온 “캘리포니아 잡화상 연합회”의 로비와 기본적으로 속성이 동일합니다.
잡화상 연합회의 반대 논리는 “비닐봉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다른 종료의 백을 만들어 사용하면 비용이 더 든다.”는 것과 “비닐봉투 대체품은 튼튼하지 못해 물건을 많이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로비에 호응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비용이 더 들어가면 그것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 된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서 비닐봉투가 흥청망청 사용되고 있는 것은 이들의 로비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번 샌프란시스코의 비닐봉투 사용금지 조치는 미국 사회에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 비닐봉투가 사라지는 날은 아직은 한참 멀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닐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미국처럼 후한 편은 아니지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사용하기에 편리하다는 이유로 사용을 남발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원유 값은 점점 급등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1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석유제품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은 사용을 자제하여야 합니다. 쓰레기 매립장마다 골치를 앓는 것은 과자봉지나 스티로폼 및 일회용 라면 용기 등 매립을 해도 부식되지 않는 제품들입니다. 이러한 물질들은 소각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처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형 마켓의 경우 비닐봉투를 무료로 주지는 않습니다. 봉투 한 개당 20원 정도를 받으니까 그나마 사용의 남발을 조금은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 억제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시민단체들이 주창했던 시장갈 때 장바구니 들고 가기 운동이나 폐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어 사용하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잘 살리고 시민들에게 홍보하여 심각한 폐비닐 쓰레기 문제를 환경적인 차원에서 시민들의 의식 개혁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접근해 나가야 할 때라고 보여 집니다.
비닐봉투의 천국으로 불려 지던 시대가 이제는 막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폐합성수지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가며 사용 규제를 조례로 제정하여 처리가 곤란한 쓰레기일수록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금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주지 못하게 규제한 조례안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