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아름다운 공원
옛날에는 공원이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주변이 전부 공원이니까. 그러나 우리나라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인구의 집중현상이 생기다 보니 공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시에도 꼭 소규모의 공원을 조성한다.
거제에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각 지역마다 공원이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현대의 감각에 맞는 공원이 별로 없다. 장승포 능포지구의 조각공원, 옥포의 중앙공원, 고현은 인구가 10만이 다 되어가지만 공원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오늘 거제면의 뒷동산에 조성된 공원을 찾았다. 거제는 옛날에 문화의 중심지로 각종 고건물과 관아들이 들어있던 곳이다. 거제면의 중심지인 서정리의 뒷동산에는 앞으로는 거제면소와 거제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고 그 부근에는 기성관과 질청, 동으로는 거제여상과 세진암과 반곡서원이 있으며 북으로는 옥산금성이 있고 서로는 거제향교가 자리 잡고 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있어 주민들이 언제나 산책을 하기에 좋게 되었다. 나는 오늘 서정리 사슴조합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금 걸어가니 활터가 나온다. 활터는 남쪽으로 향하고 아주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부터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양쪽에는 수 백 년된 소나무 군이 운집해있다.
여기 소나무는 해송이 아니고 전부 적송 즉 소나무이다. 적송은 어릴 때는 모르나 나이가 들면 가지가 처지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미를 나타내고 줄기의 윗부분은 붉은색을 띤다. 즉 한국의 나무하며 소나무이고 동양화하면 소나무가 생각난다. 지금은 오후 2시 마지막 여름을 보내느라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 이곳 소나무 공원에는 솔솔바람이 불고 거제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들어와 한없이 한가롭다.
얼마를 더 가니 잔디로 구성된 체육공원이 있고 거제팔경의 현판이 세워져 있다
1. 황사낙안(黃沙落雁):모래밭에 날아 앉은 기러기나 갈매기의 아름다운 모습(거제만의 모습)
2. 산성청풍(山城晴風):옥산금성의 맑은 바람은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3. 오암낙조(烏岩落照):오수 뒤쪽 새바위 위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의 아름다운 풍경
4. 동산명월(東山明月):계룡산 너머 소나무 사이로 솟아오는 달은 교교하기 짝이 없고
5. 죽림야우(竹林夜雨):죽림 대밭에 내리는 비는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하는 듯하고 또 고독한 밤 님을 그리워 우는 듯한 애절함을 느끼며
6.세진모종(洗塵暮鍾):세진암에 들려오는 저녁 범종소리는 복잡한 내 마음을 청아하게 하며
7.연진귀범(연진귀범):내간 앞바다에 떠있는 돛단배의 한가로운 모습
8.개암모설(龜岩暮雪):해질녘의 계룡산 거북바위에 하얗게 쌓인 설경은 정말 장관이다.
이 내용을 보면 대부분 거제면에 있는 내용이다. 그 이유는 옛날에 이곳에 현이 있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체육공원을 지나 오솔길을 가노라니 거제여상과 세진암 그리고 반곡서원이 보인다. 다시 왼쪽으로 올라가니 온통 소나무 밭이다. 오래된 것은 몇 백 년에서 작은 것은 몇 십 년 된 것들이 혼재되어 있다. 곳곳에 잔디로 구성된 체육시설이 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띄엄띄엄 있다. 작은 동산의 중앙에 오니 저 멀리 옥산금성이 보이고 그 옆으로 계룡산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바퀴 산책하는데 약 30여분이 걸리고 간단히 운동을 하면서 돌면 약 1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 한 바퀴 돌아 거제 향교가 있는 입구 쪽으로 오니 큰 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하나는 참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물푸레나무인 것 같다. 물푸레나무는 약 400-500년이라 된 아주 오래된 거목이다. 옆집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이 주변에는 아는 이가 없고 옛날 할아버지 때에도 이정도 크기라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갈만하다.
거제에는 숲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송림으로 아름답게 이루어진 곳은 없다. 한번 시간을 내어 주변도 보고 소나무도 구경해 보는 것도 어떠할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