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제 원리가 물씬 풍기는 일반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로마서 16장에 등장하는 산업인의 좋은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현장으로 설명하면 어떨까. 서울 서초동의 구현남 안과(원장 구현남 집사·41·서울 산돌선교교회)는 이미 평범한 병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 30분, 첨단 의료장비로 둘러싸인 병원에서 찬송가 소리가 층계 아래까지 울려 퍼진다. 10여명 이상의 사람들이 빙 둘러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구성 멤버들이 참으로 다양했다. 구 집사를 포함해 병원 소속의 가족들-간호사들과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채희님 집사, 옆 건물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연화 집사, 라식 수술을 위해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다락방으로 연결된 성도, 네팔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복음을 접해 신학생이 되려고 기도한다는 네팔인들 등이 모여 메시지를 듣고, 한 주 동안 강단으로부터 나온 기도제목을 점검하는 자리인 셈이다. 이 모임이 점심시간인 2시 30분을 조금 넘으면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도 그대로 공개되기도 한다.
안과 의사로서, 이 현장을 대하는 구 집사의 마음과 기도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6년 동안의 훈련과 지속된 말씀운동이 뒷받침이 됐다고 한다.
6년 전 친구이기도 한 이연화 집사의 병원에 우연히 들르게 됐다. 그 곳에서는 이미 산돌 선교교회(이문식 목사 담임)의 권남숙 사모와 함께 병원에서 다락방이 열리고 있었다. 만남의 축복으로 연결된 순간이었다. 원래 복음과 성경 말씀이 궁금했던 구 집사로서는, 무엇보다도 영적인 사실에 눈이 열렸던 것이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말씀운동의 한 가운데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메시지를 통해 영적인 사실을 아니까 적극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료를 보내고 복음을 전했던 것 같습니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그들의 불신자 상태가 보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진료 횟수가 많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복음을 전했는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영접을 했다. 병원 현장이 참으로 큰문이라는 것을 새삼 알았다고 한다.
사실 병원을 운영하면서 복음 안에 모인 병원 가족들과 병원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큰돈을 벌 욕심은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신기하게도 복음을 접한 이후로 절묘하게 훈련 시간표에 맞춰 병원을 움직이신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한다. 개업하고 얼마 후에 환자들이 뜸했는데, 그 때 2년 동안 다락방 전도신학원 훈련을 착실히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력을 좋게 하는 수술로 각광을 받고 있는 라식 수술을 위해 엑시머 레이저 기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다는데. 기계를 수입하기 위해 절차를 밟는 중, IMF로 인해 환율이 갑작스레 2배나 뛰어올랐던 시기였다. 이미 신청을 한 상태라서 참으로 난감했다. 그 상황을 하나님께 맡기는 적극적인 기도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서류 미비로 구 집사 혼자만 기계 수입이 취소되었던 것이다. 물론 시간적 여유도 함께 주어져 훈련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섬세한 시술이 요구되는 라식 수술 환자들로 병원에서 눈코 뜰 새 없을 만큼 바쁘다.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붙여진 영혼이다 싶으면, 같은 교회 집사이면서 병원의 중요한 동역자인 채 집사에게 바톤을 넘긴다. 그 과정 중에 외국인근로자들의 진료로 인연을 맺은 네팔인들도 수요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현장이 더 많은 영혼들을 살리는 현장으로, 그리고 세계복음화를 위한 현장으로 사용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구 집사는 "이 병원에서 돈을 못 벌면 오히려 하나님이 손해가 아니겠냐"며 우스개 소리를 했다. 한편 구 원장은 부부의사이기도 한데, 남편은 김영진 성형외과의 원장이다.
복음 한 가지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현장이 된 병원, 그곳에서 중요한 만남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어떤 것보다 뛰어난 경쟁력 있는 경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