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덤 오브 헤븐" 에서 주인공이 쓰고 나오는 투구는 일명 "노르만 투구 (Norman Helm)" 라고 불리는 형태의 투구입니다. 이 투구는 주로 노르만족이 애용하던 투구인데 10~11세기 노르만족이 시칠리아, 영국 등지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유럽에 널리 퍼진 형태의 투구입니다. 위의 사진은 일반적인 노르만 투구 입니다.
이 투구에서 코를 가리는 부분은 코가리개 (nasal) 혹은 코 보호대 (nose guard)라고 불립니다. 이렇게 코부분을 철판으로 길게 내려 가린 이유는 얼굴 부위 중 코가 적의 공격에 가장 잘 맞는 부위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코는 얼굴 중에서 가장 돌출된 부위이기 때문에 적이 얼굴을 공격하면 가장 많이 맞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보통 주먹다짐을 할 때도 코에 맞는 경우가 많은 것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특히 유럽인들은 동양인보다 코가 크기 때문에 더 코에 일격을 맞을 확률이 큽니다.
그리고 코에 저렇게 보호대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얼굴을 향한 공격이 일단 코 보호대에 먼저 맞게 됩니다. 코는 얼굴에서 가장 앞으로 튀어나온 부위기 때문에 그곳에 보호구를 장착해 놓으면 대부분의 베기 공격은 일단 코에 먼저 맞게 됩니다. 물론 코 보호대를 달아도 다른 부위를 향한 찌르기 공격이나 화살공격에는 취약하지만, 그 작은 틈으로 공격이 들어올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 부위로 정확하게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또한 저렇게 코와 머리 윗부분만 가리면 대부분의 공격은 차단할 수 있으면서도 투구가 상대적으로 가볍고 통풍이 잘될 뿐더러 시야도 차단당하지 앟게 됩니다. 투구가 가볍고 통풍이 잘되면 장기간 동안 투구를 써도 신체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십자군 원정 같이 무더운 중동지방에서 전투가 계속되는 경우에는 얼굴 전체를 가린 Great Helm 류의 투구는 쓰기에 너무 덥기 때문에 더운지방에서는 장시간 쓰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통풍이 잘 안되기 때문에 쉽게 더워짐) 얼굴 전체를 가리면 얼굴에 대한 방어력이 좋아지긴 합니다. 하지만 그 경우 시야가 좁아져 전투에 방해된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