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로댕갤러리에서도... 올겨울 가볼곳에 무척 많습니다.
자주 전시번개를 해야겠어요.
◆로댕 갤러리 ‘신체풍경전’(내년 2월23일까지·02-2259-7781) 작가 9명이
회화·조각·영상·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 몸의 풍경화다.
삼성미술관 이준 학예연구실장은
국제적인 추세에 맞물려 90년대 이후 한국 작가들도 인간의 비인간화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욕망·성·정체성· 자아의 반영으로서의 신체, 또 페미니즘 시각에서 본 젠더 문제에
이르기까지 몸과 관련된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고 말한다.
인간의 내장과 감각기관을 발가벗기며 희로애락의 단면을 보여주는 정복수의 누드는
기괴한 해부도를 연상시킨다.
박성태의 누드는 섬세한 알루미늄 망사로 만들어 공중에 띄운 신체 군상.
김명숙 의 누드는 깊은 숲속, 자연 풍경의 일부가 돼 버린 몸이다.
공성훈의 누드는 슬라이드 영상 작업. 작가 자신의 알몸 사진을 여러장 겹친 형상이
마치
다족류 벌레 같다.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이 인간 벌레는 ‘어느날 일어나 보니 벌레가
돼 있었다’는
카프카의 ‘변신’? 인간 복제의 시대, 오히려 증폭되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김아타 의 누드는 섬뜩하다. 알몸의 모델들을 아크릴 판 사이에 집어넣고 대형 볼트로
꽉 조여
매단 다음 촬영했다. 남녀 여러명이 겹쳐 있는 작품을 가리키며 작가는
굴비처럼 엮고 족자처럼 걸어 보았다 고 덤덤히 말한다.
몸을 꽉 누르는 아크릴 판은 세상을 가르는 각종 경계, 혹은 사회적 관습과 규범이다.
김일용의 누드는 허연 껍질이다. 석고로 몸을 떠내는 캐스팅 작업을 바탕으로 만든 합성수지
조각들로 신체를 조립했다. 영혼이 쑥 빠져나간 허물 같은 몸은 허약하기 그지없지만
한편으론 재조립과 성형이 가능하다. 하이퍼리얼한 이 시대, 인간의 몸이다.
박영숙의 누드는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머리 대신 다리미·주전자·꽃 등을
달고 있는 여성의 누드에는 출산의 흔적이 생생하다.
윤애영의 누드는 드럼통 안에 있다. 통 속 모니터에서는 작가가 거주하는 파리 뒷 골목이 펼쳐진다.
특수안경을 끼고 보면 3D 알몸이 화면 위로 떠다닌다. 배회하며 떠도는 작가 자신, 혹은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정현의 누드는 문명의 흔적인 철도용 침목을 둘둘 말아 세운 뒤 그 표면을 전기톱과
도끼로 자르고
찍어내 만든 신체 형상이다. 세상에 내던져진 숙명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비극성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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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