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16) - 한여름의 좋은 만남
지난 주말에 전문스피치 카리스마과정을 이수한 동호인들이 마련한 연수행사에 아내와 함께 참여하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양석승 교수는 광주대학교의 같은 학과에서 20년 넘게 같이 봉직하며 친밀하게 지낸 대학 후배다. 학교생활은 물론 삶의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주고받은 각별한 사이여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한 것이다.
매사에 열성적인 양 교수는 강인한 집념과 꾸준한 노력으로 유머와 노래, 연설의 대가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대기만성형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웃음과 감성충전을 위한 개인연구소를 차려 여러 차례 휴먼콘서트를 열기도 하였다. 그의 꿈은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시와 노래, 웃음이 넘치는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졌으면.
토요일(8월 6일)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낮 12시에 광주에서 합류하는 일행들을 태우고 목포로 향하였다. 오후 한 시 넘어 목포 인동주 마을에 도착한 일행들은 이 고장의 전통막걸리인 인동주와 삼합, 게장을 곁들여 점심을 들고 인근에 있는 목포자연사박물관에 들렀다.
목포자연사박물관은 공룡모형과 화석, 동식물, 곤충, 조류, 어류표본 등 자연사 자료와 함께 지역의 문화사와 예술관련 자료 등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데 특히 2009년에 압해대교 공사현장에서 발굴한 백아기의 공룡 알 화석이 눈길을 끈다. 박물관에 들를 때마다 억겁의 시간과 생명의 신비를 접하며 숙연한 마음이 든다. 부시장이 점심을 대접하고 박물관에서는 전문안내인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드링크를 서비스하여 고마웠다.
오후 네 시 반에 목포를 출발하여 서남해안에 있는 신안군 증도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 차안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양 교수의 친구인 변호사, 한국무용을 하는 교수, 40년 지기인 약사, 웃음동호인 클럽의 치과의사, 스피치클럽의 유치원 원장과 어린이집 원장 자매, 봉사정신이 몸에 밴 기초의원, 고장을 지키는 향토화가 등 다채로운 멤버들이다.
나는 자기소개와 함께 스피치클럽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며칠 전 전국웅변대회에서 전라북도의 농부가 쟁쟁한 인물들을 제치고 우승한 사연을 소개하였다. 연설의 기교도 중요하지만 전하는 메시지와 내용의 충실도가 더 소중한 것임을 일깨고 싶어서다. 아내는 인연과 연인의 차이점을 우스개로 소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내용인즉 '인연은 옷깃을 스치는 사이요, 연인은 옷 속을 스치는 사이라는 것', 짧아도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을까?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인 무안반도를 거쳐 오후 여섯 시 경에 신안군 증도에 도착하였다. 증도는 완도의 청산도 등과 함께 슬로시티(여유로운 고장)로 지정된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이다. 작년에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연육교가 개통되어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이 섬에서 나오는 천일염은 널리 알려진 기호식품이고 아름다운 해변에 자리 잡은 리조트, 엘도라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휴양시설이다. 짱뚱어와 게들이 서식하는 바닷가를 30여 분 간 돌아본 후 숙소인 엘도라도로 향하였다.
엘도라도에서 새로운 멤버들이 합류하였다. 그 중에는 대학 선배며 모교 교수로 정년퇴임한 한원택 함경남도지사 부부도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엘도라도에 여장을 풀고 10분 거리의 작은 섬에 자리 잡은 배 카페, 보물섬으로 향하였다. 박우량 신안군수가 마련한 저녁식사 자리는 이곳이 주산지인 민어회와 병어조림을 곁들인 깔끔한 메뉴에 스승과 제자, 선후배, 동호인들이 모인 정겨운 만찬장이 되었다. 바쁜 일정을 쪼개어 멀리 찾아온 손님을 맞는 군수의 호의가 고맙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도서지역을 관할하는 군수는 섬주민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였는데 외딴 도서를 생태 모범 고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행정당국과 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더 좋으리라. 만찬을 끝내니 저녁 9시가 훌쩍 지났다. 밖으로 나오니 초승달이 밝다. 날짜를 세어보니 음력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뜻 깊은 날에 좋은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누리었구나.
일행 모두가 함께 묵기에는 비좁아 일부는 엘도라도에 머물고 나머지는 20여 분 거리에 있는 지도면 송도리의 모텔로 향하였다. 나는 작년 8월에 엘도라도에서 머문 적이 있어서 송도를 택했다. 잠을 자다 깨니 새벽 세시, 자리에서 일어나 모텔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큰 다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텔 바로 아래쪽에는 꽤 큰 송도해산물위판장의 불빛이 캄캄한 해역을 비춘다.
2005년에 개통된 지도대교는 지도와 사옥도를 잇는 길이 660미터의 꽤 긴 다리인데 사방이 잠든 고요한 시간에도 간간히 차량들이 오가고 있다. 어제부터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남해안에 비바람이 일 것이라 예보되었는데 아직까지 비가 오지 않아 호젓한 새벽 산책길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 8시경 모텔을 나서 엘도라도의 일행들과 합류하여 면소재지에 있는 식당으로 향하였다. 식사준비시간을 이용하여 인근에 있는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바닷가를 돌아보기도. 그곳의 이정표에는 바다건너 중국의 상해가 450km라고 적혀 있어서 신안군이 중국과 가까운 지역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아침 식사는 짱뚱어탕, 1인당 만원이라는 밥값이 꽤 비싸다. 아무리 관광시즌이라도 이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석 달 전 순천만에서 똑같은 짱뚱어탕을 7천원에 사먹은 적이 있다. 아침을 들고나니 오전 10시가 가깝다. 엘도라도에 들러 열한시쯤에 증도에서 출발하여 광주로 향하였다.
행사에 참여한 여러분들이 마음씨가 곱고 배려심이 많아 흐뭇한 분위기다. 더구나 여러 가지 선물들을 듬뿍 안겨주어 기쁜 표정들이다. 주최 측인 양 교수는 담양 특산의 부채를, 신안군수는 증도 특산 천일염을, 유기농장을 경영하는 강선아 원장은 자신이 지은 오색미와 녹미를, 이현숙 치과의사는 양말을 나눠주었다.
광주에 도착하니 12시 반, 동명동의 음식점 가족회관에서 한정식으로 점심을 들었다. 양 교수의 아버지가 음식점 바로 이웃에 살고 있어서 한사코 사양하는 아버지를 모셔왔다. 건장한 풍채의 80 노옹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일행들을 향하여 큰절을 올린다. 경박한 세태에 아들의 지인들을 깍듯이 대하는 인품이 고아하다. 점심 후에 양석승 교수가 마련한 휴먼콘서트가 오후 2시로 잡혀 있어서 일행들은 그곳으로 향하였다. 나는 다른 행사가 있어서 음식점에서 일행들과 작별하고.
오후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일 년 중 가장 붐비는 휴가철에 좋은 사람, 좋은 모임에 참여한 것을 기뻐하며 더운 여름철에 모두들 건강하고 좋은 날들이기를 기원한다.
추신,
다음날 양 교수에게 확인하니 콘서트에 참석한 이들은 저녁 7시까지 흥겨운 시간을 가진 후 헤어졌고 서울로 가는 일행은 밤 11시 넘어서 무사히 도착하였다고 한다. 장거리 안전운행에 수고한 동양고속의 운전기사와 바쁜 시간을 틈내어 짧은 휴식, 큰 활력의 기회를 가진 참가자들의 건승을 빈다.
첫댓글 신성회 7.23 모임에 대한 글은 왜 안쓰시나요. 멋진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