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문제가 진행 되는 가운데 문제의 '태왕사신기'의 전초전이라는 차원에서 요즈음 '해신'을 예의 주시하며 시청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해신' 게시판에서 진행되는 상황이 제가 보기에 심상치 않은 듯도 하여 시청자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데 읽다 보면 제 나름대로 기가 막힌 글들을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사도 총관으로 격상된 염문총관님께 더이상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않될듯 하옵니다..."(시청자 김상호 작성)
시청자의 위와 같은 글은 그저 우연히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해신에서 이사도에 대한 설정 및 위상이 그랬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분명히 '이사도 정권'의 나라 이름은 '제(齊)'라고 엄연히 정해졌으며 당연히 염 문은 제나라의 대왕 이 사도가 임명한 제나라 총관입니다.
그러니 김상호 씨의 글은 다음과 같이 적혔어야 옳을 것입니다.
"일개 상인 집단의 대행수에서 한 나라의 장수인 제나라 총관으로 격상되신 염 문 총관님에게 더 이상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 안 될 듯 하옵니다…."
사실 염 문 발탁을 통해서 볼 중요한 점은 바로 제나라 대왕 이사도의 그릇 크기입니다.
신라로 치면 이것은 출세 자체가 불가능한 벼슬입니다.
신라 내에서는 나라 안의 진골(眞骨)들만 차지하던 총관(總管: 장군) 벼슬을 이사도는 염 문의 솜씨 한 번 보고 선뜻 허락합니다.
그것도 동고동락하던 자국의 장수들에게조차 이례적으로 여겨지는 발탁입니다.
그러나『바람의 나라』에서 무휼이 괴유·마로·부정 연주·추발소를 발탁한 사례를 훓어 본다면 우리 카페 독자분들에게는 전혀 이상한 장면이 아닐 것입니다.
총관(중국어 zongguan 總管) 벼슬이란 그리 만만한 자리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능력을 보고 발탁하는 이 사도 왕(王)의 안목이 뛰어나다 할 수 밖에 없지요.
한데 해신 시청자 중에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이 점에 주목한 분들은 아무도 없었습니다.(물론 픽션이니 그런 점도 있겠습니다만.)
제나라 대왕 이사도의 대담함은 그 부하들을 보아도 명확합니다.
이사도는 비밀리에 병사 백 여 명을 당 왕조 내 제나라 관저(오늘날로 치면 대사관)에 파견 했는데 목적은 당의 궁궐을 불살라 버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나라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그 백여 명이 당군과의 악전고투 끝에 생포당합니다. 그런데 그 지휘자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글 일부를 소개합니다.
"窮理得其魁首,乃中岳寺僧圓靜,年八十餘,嘗爲史思明將,偉悍過人."
(제나라 병사들의) 지휘자는 이름을 원정이라고 하는 중악사(中岳寺)의 중이었(던 것이)다. 나이가 80살이 넘은 이 중은 원래 사사명(史思明)의 부하로 있었던 사람인데, 몸집도 크고 완력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初執之,使巨力者奮鎚,不能折脛.圓靜罵曰:'鼠子,折人■猶不能,敢稱健兒乎!' 乃自置其足敎折之.臨刑,乃曰:'誤我事,不得使洛城流血.' "
처음, 이 중을 문초할 때, 힘깨나 쓴다는 병졸이 쇠메로 중의 다리를 내리쳤지만, 그의 다리뼈를 절단하지 못하였다. 그 때, 그 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쥐새끼! 쇠메로 사람의 다리뼈도 끊지 못하니(는 주제에) (그래도) 감히 씩씩하고 굳센 사나이라고 자처 하느냐?’
중은 자기의 다리를 제대로 놓으면서 쇠메를 어떻게 내리쳐야 사람의 다리뼈를 끊을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사형을 당할 때(도) 이 중은 이리하여 곧 말하였다(이렇게 부르짖었다).
‘내가 일을 잘못했도다(분하구나)! 낙(양)성으로 하여금 피 흐르게 하지 못하다니(낙양성을 피바다로 만들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이다).’
『舊唐書』卷一百二十四「列傳第七十四/李正己/ 師道」, p. 3539.
여하튼 '해신' 제작진이 은연 중에 당과 신라의 입장에서만 이사도를 평가하고 그 일방적 잣대로 제나라를 깎아내리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우며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물론 부정적인 의미로) 될 듯 싶습니다.
그것은 그렇다고 일단 해두지요. 그보다 염 문이라는 인기 캐릭터가 제나라에 투신한 것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습니다.
드라마 스토리 상 어차피 염 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사도라는 인물을 보는 만큼 염 문의 격상은 불가피한 순서이겠지요.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도를 넘는다는 점입니다.
부풀리기가 정도 이상이니 이를 걸러 보고 듣지 않는 시청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평가 조차 나옵니다.
"왜냐하면 염문님께서는 삼국지의 유명한 제갈공명보다 훨씬더 지략이 뛰어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기 떄문입니다." (해신 시청자 조성연)
이러한 것들만 보아도 드라마의 위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있고 또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제작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하다못해 제갈 량도『삼국지 연의』에서 지나치게 과대평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마당입니다.
과연 염 문 즉 염 장이 제갈 량을 넘어설만한 지성을 가진 사람이었을까요?
염 장에 대한 자료가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갈 량에 비해 비중이 큰 인물이라 보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송일국 씨의 연기와 KBS의 각색력에 대?칭찬을 보낼 부분은 보낼지언정 그것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실의 해석은 비약 이상의 억지가 될 것임이 너무도 자명합니다.
이러한 사례가 '태왕사신기'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없다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시놉시스대로라면 광개토 태왕만한 '무뇌충(!)'도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태왕이나 실존인물들 보다는 작가적 상상으로 탄생한 인물들이 부당한(!) 역사적 조명을 더 받게 될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모저모로 우려가 됩니다.
회원 적곡 마로가 썼습니다.
첫댓글 ..무뇌충...(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