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이냐 증세냐 -
요즘 세간의 화제는 담뱃값 인상입니다. 한 갑에 2,500원 하는 담뱃값을 단박에 4,500원으로 올리겠다는 재경부 발표에 서민증세라는 반대여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담뱃값뿐 아니라,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도 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손자의 교육비 명목으로 1억 원까지 비과세하는 기발한 방안을 제출했습니다. ‘부자감세’라는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형편입니다. 이런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1) 담뱃값 인상에 대한 시중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국민건강 증진차원이지, 절대로 서민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글쎄요!! 예전 노무현 정권 때 담뱃값 500원 인상안이 나왔을 때 극구반대 했던 세력이 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전신 한나라당입니다. 그들이 갑자기 국민건강 운운하는 대목에 시민들은 헛웃음을 켜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건강 생각한다면, 각종 사건사고로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국민들을 먼저 생각하라는 견해도 비등하고 있습니다.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10명 대학생이 죽었고, 송파구에서는 세 모녀가 암담한 미래로 인해 자살했습니다. 병영에서는 새파란 20대 청춘이 고참병들의 따돌림과 폭력으로 신음하거나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 10여 년 한국의 자살률은 오이시디 국가 최고입니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는 - 혹은 책임지고 싶어 하지 않는 - 허다한 죽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웬 건강 타령입니까?!
2) 그렇다면 담뱃값 인상이 우회적인 서민증세라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2,500원 하는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리게 되면 정부의 세수는 연간 2조 8천억 원 정도 늘어나게 됩니다. 하루 한 갑 피우는 흡연자 연간세금이 56만 6천원에서 121만 1천원으로 2.1배 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담배 한 갑에 부여되는 세금과 부담금이 기존 1천 550원에서 3천 318원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납세자연맹 자료에 따르면, 이 정도 세금과 부담금은 시가 9억 원 주택의 재산세와 비슷한 액수입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얼마나 되는 사람이 이런 주택에 거주할까요?!) 또한 이런 금액은 연봉 4천 700만원 근로소득자의 1년 근로소득세 124만 9천원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문제는 이런 증세방안을 내놓고도 국민건강 운운하면서 사태를 호도하는 정부여당의 꼼수입니다. 그들은 오이시디 평균보다 싼 담뱃값과 국민건강증진이란 명분을 내세웁니다. 그러면 다른 점들도 오이시디와 상쇄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등록금은 우리가 오이디시 2-3위입니다. 반값 등록금은 왜 실행하지 않습니까?! 고교 무상교육은 어떤가요?! 국민행복지수 올려 주세요! 지난주에 말씀드린 문해력 수준도 오이시디 최하윈데, 그런 문제점은 왜 심각하게 수용하지 않는 거죠?!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가장 강조해온 것이 대한민국 정부 아니었나요?! 학력인플레와 고학력실업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참 답답한 마음입니다.
3) 그 와중에 <상속세 및 증여세ㆍ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지난 9월 12일 정부가 슬그머니 입법예고한 법안입니다. 그것도 딱 이틀 동안의 예고기간을 거쳤습니다. 설립된 지 30년 넘는 기업에게 가업상속공제한도를 1,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에요. 1,000억 원까지는 세금 한 푼 안 내고 가업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게 한다는 거죠. 주식증여한도 역시 특혜를 줍니다. 일반 증여세율이 10~50%인데, 200억 원까지 주식증여는 10~20% 증여세율만 부과합니다.
가업상속 공제대상 기업 매출액 규모도 현행 3,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대폭 상향조정 했습니다. 2012년 기준 법인세 신고법인 48만 개 중 매출액 5,000억 원이 넘는 기업은 689개에 불과합니다. 결국 기업의 99.8%가 상속특례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기업하는 모든 이에게 대대적인 특혜를 주는 겁니다. 이런 것을 일컬어 ‘부자감세’라고 합니다.
4)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소득불평등 통계가 처음으로 공개됐다면서요?!
9월 2일 한국의 상위계층 소득점유율 등 관련통계가 파리 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2012년 말 한국의 소득상위 1%는 전체소득의 12.23%를, 상위 10%는 전체소득의 44.8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오이시디 회원국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상위 1% 기준 3위, 상위 10% 기준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집중도입니다. 한국보다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뿐입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기업이윤이 대폭증가 한 동시에 이멍박 및 현 정권의 부자감세로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된 것입니다. 한국은 정부와 여당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묵인 하에 재벌세습이 습관처럼 밥 먹듯 이뤄지는 재벌세습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이런 까닭에 부자를 존경하고, 부자는 부의 사회 환원을 당연시하는 풍토가 없는 것이죠!
5) 상황이 이런데도 대구가 자랑하는 류성걸 의원이 독특한 부자감세방안을 내놓았군요?
그렇습니다. 류 의원은 손자의 공부를 위해서 조부모가 1억 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하는 새로운 기발한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오직 교육비 명목으로, 그것도 사교육비가 아닌 범주에서 손자 1인당 4년 내에 1억 원을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1년에 손자 1인당 2,500만원을 쓸 수 있는 겁니다, 세금 없이! 어디다 쓸까요?! 정답은 유학! 손자가 5명이면 5억, 10명이면 10억까지 무상증여가 가능한 법안을 내놓은 것이죠! 휴~~
요약하자면,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재벌과 대기업 회장-사장님들한테 인심 쓰는 겁니다. 노인들에게 2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가, 빼앗더니 이제는 담뱃값과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올려서 가진 자들에게 몰아주겠다는 겁니다. 앞으로 2년 안에 선거가 없다는 점을 최대한 악용하는 것이죠! 국가발전을 위한 부자증세와 중산층 증세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증세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충분한 사전준비와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수적입니다.
첫댓글 정말 너무 속상한 세상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오는데도 어떻게 해야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답답한 마음이라도 함께 나누어 보았습니다.
정말 휴~~ 하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
언제나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중요할 것입니다.
호락호락 하지 않은, 명민한 주인의식이 절실합니다.
이 나라 주인으로서 종놈들을 잘 부려 먹으려면 깨어 있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