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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6 학부모 대화의 시간 원고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식사하시고 연속극 다함게 차차차, 하이킥 보시면서 좀 쉬실건데 오시라 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식사 후 학교까지 오는 것은 참 좋은 걷기 운동이라 1년은 덤으로 더 건강하게 사실 것으로 봅니다.
나라 살림이 힘들어 가정 살림도 힘들고, 개인이 힘들다보니 나라가 힘들고, 서로 연결고리가 되어 힘이 듭니다.
게다가 신종플루라는 독감이 유행하여 건강을 해치고, 불안하게 만들어 힘이 듭니다.
학교교육활동도 위축되고 가정생활에서도 활동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퇴근시간은 항상 만원인데 자리가 넉넉하기에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하니 신종플루 때문으로 그렸는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열차 간에서 한 사람이 기침을 하니 다른 사람들이 멀찌감치 자리를 피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공기가 탁해 던지 내가 또 기침을 한번 했더니 자리가 많이 빈 열차 안인데도 멀리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보고는 무섭기는 무서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게 되어 의사와 면담을 하는 중에 얘기했더니 그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하기에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조심은 해야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남부보건소에서 11일부터 22일까지 학생들에게 접종을 하는데 보건소에 지역 형편을 고려하여 어려운 우리학교에 먼저 좀 해 달라고 하니 학교 이름 가나다 순으로 한다면서 접종이 시작되면 고려해 보겠다는 말만 남기고 끊기에 할 수 없구나 싶습니다.
죽고 사는 문제는 돈 많고 적음과는 관계없으니 서로 먼저 맞으려고 하겠지요.
가정의 건강을 잘 챙기시고 행복한 날이 되도록 바랍니다.
우리학교 주차장 옆에 유채와 보리, 밀을 파종해 놓았습니다.
박주사와 함께 심었는데 오시는 다른 분들은 아무렇게 생각도 안하지만 나는 항상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가 싶어 아침, 점심 퇴근할 때 살펴봅니다.
녀석들이 파릇파릇 바람에 흔들리는 게 나를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간혹 가보고 또 가보고 합니다. 지금은 그 보리나 밀, 유채가 볼품없는 작은 풀 같지만 내년 봄 쯤 되면 노랗게 물을 들일 것이고 보리나 밀은 씨앗이 맺혀 통실 통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볼품없다고 내 팽개치면 그 녀석들은 목이 말라 죽거나 누렇게 뜰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지금은 그들이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지만 자라서는 뭔가 제 할 일을 잘 할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잘 커서 반듯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하기 나름입니다.
심어놓은 보리나 밀, 유채한테 좋다는 거름을 많이 주면 죽을 것이고, 물도 많이 주면 죽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제 스스로 땅 속에서 물과 영양분을 빨아 먹어야 잘 자라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잘 자라라고 닭계분이나 가축배설물 거름을 왕창 주면 녹아 죽습니다. 거름은 아주 좋지만 이 거름은 커서 주어야 합니다.
예날 우리 마을에 어떤 분이 인민보국대 노릇을 하다가 감방을 살고 나왔는데 오자마자 감기가 걸렸던 모양입니다. 따끈한 꿀물이 좋다 타서 먹였는데 너무 과하게 먹여 가지고 그만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부인이 딸을 둘 다리고 있었는데 한 분은 시집을 가고 한분은 그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지금도 애 고향 이웃에 살고 있습니다. 꿀물이 좋지만 너무 과하게 먹으면 위험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이 해야 할 것을 애들에게 해 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톡톡 튄다고 이상한 복장과 요상한 분장을 해 가지고 다니는 것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지나친 강요나 지나친 요구 바램도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 키우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이치와 같습니다. 학문적인 이론은 멀리서 나온 게 아니고 있는 것을 찾아 논리적으로 문서화 한 것이 이론입니다. 살아가는 이치도 이미 있는 것인데 우리들이 몰라서 찾지 못한 것입니다.
어른이란 뭡니까. 옛날 조상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른이 아니라고 합니다.
어른이란 나이 많다고 어른이 아니라 가정을 가지고 한 가정을 지켜나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 합니다.
어른이란 가정을 보살펴야 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뭐가 부족한지를 알고 적당히 채워 주어야 합니다. 많이 채워 주면 어린 새싹처럼 물러 비틀어집니다. 부족한 것을 모르면 목말라 말라집니다. 일탈행동을 하게 됩니다.
국화꽃 모종인데 장미가 피어나기를 바란다면 얼마나 후회가 많겠습니까? 자녀의 적성이 뭔지를 알고 그 적성을 개발해 줘야지 부모는 자신이 바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비틀어 놓으면 꼬아놓은 분재처럼 주의의 관심은 끌겠지만 그 분재 본성의 식물처럼 튼튼히 자라나겠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자녀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담은 거울이 학교나 사회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알겠지요.
우리학교에서는 바라는 게 학생들이 공부 열심히 하고 남을 위해 배려하고 봉사하는 선을 베푸는 올바른 사람을 길러 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자동차가 만들어질 때 한 직원이 별 것 같지 않다고 바퀴에 부러진 나사를 느슨하게 쪼았다면 그 자동차는 얼마 안가 사고가 나던지 다시 수리를 해야 합니다.
어린이들도 학교에서만 잘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분들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 가르침 하나 하나가 올바르게 될 때 불량이 아닌 정품 즉 명품의 어린이가 됩니다.
부러진 나사를 채워 놓고 좋은 차가 나오길 바란다면 그 것은 큰 잘못입니다.
담배 피우면서 건강해 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거짓입니다.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말을 듣습니다. 부모의 모범은 가르침의 모델입니다. 나는 이렇게 해 놓고 너는 저렇게 해라고 하면 그것은 위선이며 거짓입니다.
구두쇠인 영감이 자식보고 남에게 선행을 베풀어라 남을 도와라 하면 그 자식이 선뜻 남을 위해 10원을 내 놓겠습니까?
욕심만 차리고 남을 이해하기보다 깔아뭉개고, 남이 잘못되면 위로보다는 그게 내 행복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녀의 교육에 큰 문제가 잇다는 것입니다. 모든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지 않고 밖에서 차는 사람은 항상 매사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이거나 어떤 큰 힘든 일은 꽁무니를 쓸쓸 뺍니다.
좋은 일만 본 어린이들은 좋은 생각만 하고 나쁜 일만 본 어린이들은 나쁜 일만 합니다. 남을 칭찬하고 남을 배려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본 어린이는 올바르며 올곧고 튼튼한 사람이 됩니다.
매사에 부정적이며 남 욕하고, 시작하기 전에 그것은 안 된다고 하면서 포기하는 사람을 본 어린이는 역시 하기 전에 일찍 포기하고 맙니다.
엘리엇은 안하는 것 보다는 잘못되더라도 하는 게 났다고 합니다.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설명 안 드려도 잘 알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어린이를 바르게 성장하도록 힘을 써야 합니다.
학교는 가르치기도 하지만 어린이 스스로 부딪기며 배우는 곳입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한 교감 선생님과 선생님이 모두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학교에서는 공부를 잘 가르쳐 보려고 학년마다 기적의 계산법 책을 사 주어 풀어보고 익히게 합니다. 또 영어 단어장도 만들어 주었으며 선생님들은 일일이 점검하고 평가하였습니다. 중간평가를 치고는 결과를 가정으로 통신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를 정확히 머가 잘 못되었다고 연락을 받으면
아-- 이게 부족하니 이걸 보완하는데 힘을 써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도대체 이게 뭐고, 너 선생님 이것도 안 가르치더나, 되레 선생님을 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엉뚱한 생각으로 우리 애만 못하는 것을 꼬집어 보냈네 하고 욕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평가보다 욕 안 먹는 게 더 좋겠지요.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중환자보고 이거 별 것 아니니 집에 가면 될 거라고 하면 좋겠습니까?
가벼운 것이야 별 것이 아니라고 해도 스스로 치유가 되는 데 큰 문제점이나 장애는 넘어가면 더 큰 문제를 만들어 갑니다.
요즘 선생님들 죽을 맛입니다. 애들 뿐 아니라 학부모님들까지도 하나 같이 자기중심적이며 남의 말에 귀 기울어 듣지 않으려고 하니 힘이 듭니다. 수업시간에 산만하면 옛날 같으면 꾸지람도 하고 때로는 회초리로 때리기도 했지만 어디 요즘 세상이 그렇습니까.
내가 인근 학교를 죽 들러보니 우리학교 선생님만큼 열심히 하는 분들이 없습니다. 교감 선생님과 합심하여 선생님들이 신종플루예방을 위해 학생들의 아침 체온을 일일이 재고, 교실로 보내고, 그러니 우리학교는 감염자가 적습니다. 주변 인근 학교는 휴반 한 학교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찍 온 학생은 오늘부터 도서실에서 난방기를 털어 따뜻하게 하고는 학생들을 맞이합니다. 일찍 온 학생은 도서실로 오면 방처럼 편안합니다. 있는 곳에서 지금 즐겁게 지내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은 내일 오지 않는 것입니다.
오늘 학예전시회만 봐도 깔끔하고 우아하고 세련되게 학생 작품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학생과 선생님이 함게 힘쓴 결과입니다.
매주 독후감 쓰고 나서 우수한 어린이에게 도서 상품권 시상도 하지요. 그리고 수학 학력을 높이려고 수준별 수업을 하려고 11월1일부터 하려고 하다가 신종플루 땜에 잠시 멈추었습니다. 11월11일부터 독감 예방 주시가 있다고 하니 그 이후로 실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학교의 선생님들은 수업을 참 잘합니다. 저가 몇몇 학교 선생님 수업을 살펴보고 왔는데 우리학교 선생님들의 수업실력이 수준급임을 알았습니다. 이게 선생님들이 연구하고 애쓰는 결과라고 봅니다. 전영주 선생님이나 김하나 선생님은 수업 대회에서 수업 잘 한다고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정보를 주고 도와주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며 다른 분들도 그 이상으로 수업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학교는 행정실 직원들이 한분 한 분 자랑스럽습니다. 실장은 어린이 활동에 관계된 일을 내가 얘기하면 즉시 처리해 줍니다. 그리고 정주사나 하주사 친절하고 열심히 사무처리를 잘 합니다. 박주사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올라오는 진입로 벽화 보셨습니까? 박주사가 했습니다. 화단에 보리 심은 것이며 잔손질은 빈틈없이 해 냅니다. 실장이 잘 이끌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일년 동안 선생님들이 어떤 일들을 했는지는 나누어준 유인물을 보시면 될 것입니다.
말을 물가에 까지 끌고 가서 물을 순순히 마시면 다행인데 안마시면 마시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때 단 꿀물을 주던지 당근을 잘게 쓸어 물에 띄어 주던지 합니다. 그래 안마시면 입을 벌려 부어넣어야 하는데
공부는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맛있게 잘 먹도록 해도 어린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든 것이 공부 가르치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희망 목표가 분명하면 그걸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데 희망이 포기된 상태라면 하지 않습니다. 희망을 갖게 하라고 이름표를 달고 이름표 밑에 자기 희망을 쓰라고 했습니다.
요즘 들려오는 말로 강남 어린이는 부모님이 알아서 애를 만들어 냅니다. 돈으로 만들지요. 그렇게 안 될 바에는 밑는 구석이라고 있어야 합니다.
그 구석이 학교인데 학교에서 하는 일을 항상 긍정으로 생각하고 따라주어야 되는 것입니다. 홍수가 나서 물에 빠진 애 보고 하늘 보고 욕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안 가르쳤다고 선생님 보고 욕할 일도 아니고, 물에 빠진 애 보고 꾸중 할 일도 아닙니다.
당장 구해 내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애를 쓰고 있지만 그래도 나와는 조금 안 맞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보고 너희 선생님은 훌륭하신 분이다 하고 자랑을 해 주어야 선생님 말을 신뢰하고 따르게 됩니다.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돌팔이네 하고 생각하면 병은 낫지 않습니다. 신뢰와 믿음,
중병도 낫겠다는 믿음이 있으면 치유되지 않습니까.
자기 선생님을 존경하고 자기 부모님을 사랑하고 효도하는 어린이는 바른 어린이입니다. 마음이 바른 어린이는 절대로 나쁜 길로 들지 않으며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려고 할 것입니다.
못하는 일도 만번 이상 하면 명장이 되고 잘 해 내는 전문가가 됩니다.
학부모님, 애들 잘 키워 반듯하고 잘 사는 어른으로서 보람을 갖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제일 큰 행복 일 것입니다.
반듯한 어린이, 성실한 어린이, 효도하는 어린이, 예절바른 어린이 는 성공합니다. 우리학교 어린이들 모두가 바르게 자라 성공 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써 주십시오.
그리고 선생님들이 조금은 부족해도 칭찬과 격려로 힘을 실어 주십시오.
그리고 한 해 동안 학교에서 한 일들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보시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해 주시고 많은
채찍도 주시고 직접 전화를 주시어 부탁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밤 길 조심 집으로 돌아가시고 좋은 꿈꾸시어 늘 행복 하시기를 바랍니다.
황무지
1부.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슈타른 버거호 너머로 소나기와 함께 갑자기 여름이 왔지요.
우리는 주랑(柱廊)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들며 한 시간 동안 얘기 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톤 태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설매를 태워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 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 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나오는가?
사람들이여, 너는 말하기 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여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붉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른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주리라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恐怖)를 보여주리라
<바람은 상쾌하게
고향으로 불어요
아일랜드의 님아
어디서 날 기다려 주나?>
"일년전 당신이 저에게 처음으로 히야신스를 줬지요.
다들 저를 히야신스 아가씨라 불렀어요."
-- 하지만 히야신스 정원에서 밤늦게
한아름 꽃을 안고 머리칼 젖은
너와 함게 돌아왔을 때
나는 말도 못하고 눈도 안보여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빛의 핵심인 정숙을 들여다 보며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황량하고 쓸쓸합니다, 바다는>
유명한 천리안 소소트리스 부인은
독감에 걸렸다. 하지만
영특한 카드를 한 벌 가지고
유럽에서 가장 슬기로운 여자로 알려져 있다.
이것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여기 당신 패가 있어요. 익사한
페니키아 수부이군요.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이건 벨라돈나, 암석의 여인
수상한 여인이예요.
이건 지팡이 셋 짚은 사나이, 이건 바퀴
이건 눈 하나밖에 없는 상인
그리고 아무 것도 안 그린 이 패는
그가 짊어지고 가는 무엇인데
내가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교살당한 사내의 패가 안보이는 군요!
물에 빠져 죽는 걸 조심하세요.
수많은 삶들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군요.
또 오세요. 에퀴톤 부인을 만나시거든
천궁도를 직접 갖고 가겠다고 전해주세요.
요새는 조심해야죠.
현실감이 없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밑으로
한 떼의 사람들이 런던교 위로 흘러갔다.
그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이 마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이따금 짧은 한숨들을 내쉬며
각자 발치만 내려 보면서
언덕을 너머 킹 윌리엄가를 내려가
성 메어리 울로스 성당이 죽은 소리로
드디어 아홉시를 알리는 곳으로.
거기서 나는 낯익은 자를 만나
소리쳐서 그를 세웠다.
"스테츤 자네 밀라에 해전 때 나와 같은 배에 탔었지!
작년 뜰에 심은 시체에 싹이 트기 시작했나?
올해엔 꽃이 필까?
혹시 때 아닌 서리가 묘상(苗床)을 망쳤나?
오오 개를 멀리하게, 비록 놈이 인간의 친구이긴 해도
그렇잖으면 놈이 발톱으로 시체를 다시 페헤칠 걸세!
그대! 위선적인 독자여! 나와 같은 자 나의 형제여!"
작가설명
엘리엇 미국 태생 영국의 시인·극작가·문학비평가. 〈황무지 The Waste Land〉(1922) 같은 시와 〈대성당의 살인 Murder in the Cathedral〉(1935)·〈칵테일 파티 The Cocktail Party〉(1950) 등의 희곡을 통해 모더니즘 운동을 주도했다. 성공적인 뮤지컬 〈캣츠 Cats〉는 〈늙은 주머니쥐의 고양이에 관한 책 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1939)을 기초로 한 극으로, 1981년 영국에서 막을 올렸고 1982년 뉴욕에서 상연되었다.
시인·극작가·문학평론가·편집인으로서 엘리엇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20세기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시어·문체·운율 등의 실험으로 영시(英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일련의 평론들을 통해 과거의 정통적 견해들을 타파하고 새로운 주장을 내세웠다. 또한 사회적·문화적 제반 문제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으며, 페이버앤드페이버출판사의 이사로서 젊은 시인들을 관대하면서도 분별력 있게 도와주던 후원자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발표된 〈4개의 4중주 Four Quartets〉로 당시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국의 시인이자 문학가로 인정받아 1948년 메리트 훈장과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한 의도는 전후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조망하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고대의 성배 전설(聖杯傳說)과 웨스턴 여사, 프레이저가 연구한 생명의 원리와 그 부활에 관한 원형 신화(原型神話)를 참조하였다. 엘리엇은 이 원형 신화에서 빌려온 상징을 20세기의 인류 문명의 황폐상과 같은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인은 자신의 개인적고뇌를 보편적 의미로 확산하여 시를 비개인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품해설
첫 행의 암시적 시구에 제시되듯이, 삶이 곧 죽음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작가는 구원의 미래를 예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의 시체에서 어떤 문명의 싹이 트고 꽃을 피울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의 전통을 지켜 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전통적 정신의 유산을 발견해 내려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대문명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황무지'는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不在), 생산이 없는 성(性), 그리고 재생(再生)이 거부된 죽음에 대해 쓴 시이다. 엘리엇은 이 시에서 전후 서구의 황폐한 정신적 상황을 '황무지'로 형상화해 표현하고 있다.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되고 있다.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4월은 재생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재생을 요구함으로써 또한 잔인하다.
전체의 내용을 통해 보면 결국 이 시는 '성배 전설'이라는 원형 상징을 이용해 20세기 인류 문명의 황폐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접목으로 구원의 미래를 예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부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