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글@@@
- 농부의 마음 -
가을 들판이 황금색으로 물결치는 수확의 계절입니다.
시골 도로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단아하고 순박하게
생긴 어디선가 본 듯한 시골처녀처럼 고와 보이기도 하고
산들은 저마다 울긋불긋 물들어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집집마다 잘 익은 감들이 바알갛게 달아올라 터질 듯
하는 시골길을 가는 동안 마음은 왜 이리 설레는 지요. 들판
가득 탱탱한 벼들을 바라보니 지난여름 장마와 병충해를 잘
넘겨서 수확의 기쁨을 맞는 농부의 마음과 뿌린 만큼 거두어
들이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방문
한 친척집에서 주말 하루동안 과수원에 있는 사과를 따서 창고
로 넣는 작업을 도와주고 왔는데 몸은 힘들지만 창고 가득 쌓이
는 사과를 바라보니 보람도 느꼈습니다. 일을 끝내고 시골길을
걸으며 타는 듯한 모든 생명들도 자기 몫을 다한 후에 스스로를
버리고 빈자리로 돌아서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보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돌아서는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말한 어느 시인
처럼 처음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게 끝맺는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찬바람이 제법 쌀쌀해짐을 느끼며
조금 후 다가올 겨울에는 서로서로 마음속 따뜻한 군불을 지필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습니다.
2000. 11. 정대준
파란 하늘 코스모스 하늘거리고
들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이네요
보잘 것 없는 시 한 편을 보냅니다
-이 가을에-
2년 원일 스님
내 삶의 한 귀퉁이에서
조그마한 화단을 가꾸며 살고파
어느 하이얀 햇살이 쏟아지는 날
품속에 고이 간직한 꽃씨를
두 손으로 소중히 보담아 가면서
그 작디작은 존재가
맑고 푸른 하늘과
촉촉한 대지의 흙에 입맞춤으로써
시리도록 시리도록 미세한 봉오리를
공기의 세계로 발돋움하려할 때
나는
두 손 모아 나의 신에게 기도 드리리
내 사랑하는 이들
그네들에게
삶의 상처와 고통을 드리우시지 마시고
세상의 진실과
삶의 기쁨과
그리고...
맑은 영혼으로 모든 걸 영위해갈 수 있도록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빛이 되어 주소서
@@@독서토론@@@
[제23회 독서토론회]
일시: 2000년 10월 21일
장소: 학과 사무실
작품: 이문열 「금시조」
참석자: 1년 김연화 윤현민 김성아
2년 정대준 한종호
4년 채갑숙 박선민 이성희
최경채(선배) 김권중(선배)
기록자: 김연화
대준: 오랜만에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후배님 선배님 모두 잘 지내셨죠?무르익어 가는 가을 향기가 글 회원들의 옷차림에서 느껴 지내요. 성아 후배는 길던 머리를 잘랐고, 연화씨는 머리가 풍성한 가을 들판 처럼 노랗게 물들어 있네요. 자-그럼 이번 토론의 작품인 '금시조'를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었는지요? 저는 이 작가가 쓴 '사람의 아들'이라는 작품을 고등학교 시절에 읽고 조금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종호: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문열의 작품을 한번쯤은 읽어 볼만하다고 봅니다.
대체로 개인적인 주관이 글 속에 많이 개입된 것 같았어요.
왜, 목표는 하난데 그 목표에 도달하는 길은 여러 가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희: 저는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 매향이니 추수니 이런 말들이 나오길래 사군자를 의인화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고 보니 그런 게 아니더군요.
경채: 대체로 보면 이문열에 대한 평가가 많이 엇갈립니다. 대중적이면서 촉망받는 작가라는 평가로 인해 이문열을 추종하는 무리들까지 있을 정도죠. 특히 작가 이인화씨는 이문열의 골초(?)팬이라죠. 그 사람의 작품도 읽어보면 왠지 이문열의 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런 반면에 회색주의 작가라는 평가도 있죠. '필론의 돼지'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에서 나타납니다. 또 시대의 조류나 독자에 대해서 딱히 자기 주장을 내세운 바가 없다는 것을 보면 두 가지 상충하는 이견이 나타납니다.
대준: 저는 이문열을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창기에는 치열한 싸움으로 인간탐구나 사회 문제를 보는 안목과 깊이 있는 작품을 다루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후 작품들은 문학적 감동이나 사회와 세계를 보는 통찰력이나 안목이 부족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고 그저 박학다식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경채: 이문열은 책을 많이 읽는 작가죠. 그래서 여러 시각에서 많은 이야기를 쓰는 편입니다. 다들 아시죠? 이문열의 아버지가 월북자라는 거... 그래서 이문열의 성장과정을 보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생각이나 행동의 제약을 많이 받았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작품도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권중: 혹시 이문열씨의 생가에 가보신 분이 계신가요? (입을 모아 ∼아니요∼) 요즘 이문열에 대해서 비평이 많죠. 색깔이 없다는 것, 그런 부분들이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수 없다느니, 그저 단순한 이야기꾼에 불과하다느니, 글의 내용도 어디선가 본듯한 내용들이라는 비평들이 있습니다.
경채: 우리나라는 문단자체에 대한 폐쇄성이 있습니다. 이문열씨 또한 문단에서 크게 자기 세력을 구축하지 못했죠.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애를 많이 쓴 것 같습니다.
권중: 이문열씨의 지금 나이가 아마 50이 넘었을 거예요. 이제 많은 작품을 쓰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80년대 초 왕성하게 작품을 많이 썼지 요즘은 글을 많이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채: 최근에 쓴 작품은 자기의 그런 회색주의에 대한 반박 같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권중: 어차피 문학은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기 때문에 요즘 이문열씨는 나름대로 대중성을 확보했고, 그래서 인지 다른 작가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이 사람은 외국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평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금시조를 보았을 때 그 문장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한문투의 글이 많아서 인지 감칠맛 나는 그런 느낌은 없었습니다. 서술방식 또한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 작품에 개입된 것 같은 느낌도 받았습니다.
경채: 이 금시조라는 작품은 특히 이렇게 토론할 만한 내용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저는 읽으면서도 토론하기에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희: 금시조의 내용을 보면 도를 중시하는 석담과, 예술은 도와 연관시키기 어렵다는 고죽과의 사상이 대립이 되죠. 여기 나오는 문장 중에 梅一生寒不賣香이란 말이 있죠. 아마 이것이 석담이 추구했고 가르치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채: 그 문장은 기생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선비의 기품을 애기해 주죠. 그 당시 쓰러져 가는 조선시대에 석담과 고죽의 인생관이 드러납니다. 실용적인 삶을 살고자 한 고죽은 문학 역시 동양적인 것보다 서양의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희: 아마 그 말은 옛것과 지금의 것이 대비되는 것과 비슷하겠죠.
경채: 그 둘을 보면 어는 것이 낫다는 결과는 없지만 서로의 삶을 부러워한 것 같습니다.
대준: 가치관의 차이겠죠. 그런데 마지막에 자기의 작품을 모두 태웠잖아요, 왜 태울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었습니다.
성희: 태우는 순간에 금시조를 본 것은 아마도 모든 것을 버릴 때 만이 한 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떠오르게 해주었습니다.
대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의 만족, 예술가로서 진정한 자기 만족에 가까워지기 위한 어쩌면 예술가로서 스승의 삶에 존경심을 표현한 대목이라 생각되네요.
권중: 그럼 예술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 예술가라면 치열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내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림으로써 금시조를 본 것 역시 한 번도 치열하게 살아본 적 없이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한번 느끼고자 했던 그런 치열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갑숙: 금시조라는 새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고, 악귀를 잡아다 처단하는 동물이랍니다. (다들, ∼아) 저는 이 글을 읽고 이문열이 글에서 잘난 체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왠지 인기드라마 허준에서 스승과 제자와의 혹독한 관계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건 아마 작가가 이문열이기 때문에 끝이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결국은 도를 무시하지 못하고 융화된 것이 아닐까요?
선민: (오랜 침묵을 깨고) 저는 반 정도 읽으니까 아마데우스가 생각났어요. 스승이 제자를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중: 맞아요, 나도 질투라고 생각해요. 고죽이 배운 것도 없이 잘했으니까 질투를 한 것일지도 모르죠. 예술가들은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보통사람들보다 민감하게 반응하죠.
갑숙: 그런데 이 글 속의 인물들 이름을 어디서 다 따왔을까요? 운곡 이라는 실존 인물은 있지만, 다른 이름들은 참 신통하게도 잘 따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경채: 저도 서예학원을 다녀 보았지만 굳이 글을 이런 식으로 써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자기의 이야기를 쓴 것 같았습니다. 수필 같은 느낌이 드네요.
성아: (눈치를 보다가) 저는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는 문단의 색 같은 건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이문열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어요. 예전에 '젊은 날의 초상'을 읽다가 포기한 적도 있거든요. 이 책은 그래도 읽을만 했는데 왠지 모르게 내용이 짜여진 스토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드라마처럼 나중에 불태우는 것도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 같았어요.
권중: 원래 고전 소설을 읽다보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대에 1980년대 소설을 읽으니까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겠죠.
경채: 저는 이 내용에 나오는 예술이나 서예에 대한 이야기들이 과연 이문열이 알고 쓴 것인지 아니면 누구를 통해서 쓴 것인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이런 글을 쓴 이문열씨는 서예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네요.
권중: 아마 제 생각에는 이문열씨는 서예에 대해서 잘 모를 것 같은데요. 그저 좋은 부분만 취합해서 썼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채: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서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갑숙: 그런 활동적인 성격에 서예를 잘 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경채: 제가 알기로는 이문열씨는 한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권중: 어쨌든 이문열씨는 대중소설가라고 봅니다.
경채: 맞아요, 자기 나름대로의 독자층을 확보했고 아마 서점에 가면 이문열의 평론이 가장 많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하다고 봐야죠. 아마 그런 유명세를 작가는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준: 책이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는 것을 떠나서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순수문학작품으로써 가치를 인정받는 문학인으로서 진정성과 삶의 자취도 중요하리라 생각이 드네요.
종호: 83년도에 이 금시조가 동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그만큼 문단에서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런 상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갑숙: 이문열씨가 너무 유명한 사람이라서 오히려 그의 작품을 덜 읽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읽게 되어서 참 좋았습니다.
권중: 이문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단을 보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작품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데 그런 평가는 진정한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그때 평가받을 수 있는 작가가 뛰어난 작가가 아닐까요, 이문열에 대한 평가가 지금은 정체돼 있지만 이 사람은 정말 10년에 한번 날까한 뛰어난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준: 이문열이란 작가가 훌륭한 작가라고 인정은 하지만 시대에 따라 평가된다는 말과 대중성과 상업성에 부합하는 작가가 뛰어난 작가란 말은 수긍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작품을 평가하는 사람이 일반 평범한 독자들의 눈과 문학에 어느 정도 안목이 있는 비평가나 문인들의 평가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봅니다. 우리들도 남들이 그냥 좋다고 해서 작품을 구입해서 읽기보다는 개인 나름대로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작품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채: 아주 상반된 평가를 많이 받는 작가가 이문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평은 시대의 조류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독자의 나이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까 앞으로의 이문열씨의 글에 기대를 해 봅시다.
대준: 이쯤에서 한 분씩 총평을 돌아가면서 하고 마무리 짓죠.
종호: 오랜만에 이문열의 글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성희: 제 작품에도 언젠가 금시조가 날아갈 것입니다. (다들 감탄 !!!)
성아: 이문열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깨진 것 같아요.
선민: 저는 아마 상투적인 걸 좋아 하나봐요, 이문열의 '선택'을 아주 재밌게 읽었거든요. 이 사람은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연화: 제가 매번 기록을 해서 혹시 책을 읽지 않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혹시라도 계실까봐서 확실하게 밝히겠습니다. 저도 책을 읽었습니다. 그것도 감명 깊게 말이죠... 음, 뭐랄까 예술을 통해서 삶의 진리를 찾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을 느꼈습니다. 이문열에 대해서는 그저 유명한 작가라는 것밖에 몰랐는데 이번 토론을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참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는 천재적인(?)작가인 것 같아요. 한동안 이문열의 책들이 책상에 수북했었는데 다 읽지 못한 게 안타깝습니다. 저도 이런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다는 야무진 생각도 해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준: 이문열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좀더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어떤 책이든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항상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네요.
***편집후기***
∼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준 경채선배님, 선민선배님, 종호 선배님 그리고 싹뚝자른 머리로 우리를 놀라게 한 성아(넘 예뻤죠?) 뒤늦게 초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난 현민이(다리 죽이던걸!)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문의 국화 한다발을 들고 나타난 정란선배(친구 결혼식에서 썸씽이?)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 했던가! 다들, 올해의 마지막 토론 날짜를 의논하며 해 가는 아쉬움에 잠깐 젖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깐, 오랜만에 만났으니 귀가는 쪼옴있다, 뒷풀이는 당근이죠!∼
### 카페『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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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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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하면 감기에 잘 걸린다는데... (김상주/24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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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집에서 10년 전에 읽었던 '인간 조건'이라는 책을 읽었다...그러고 보니 나도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기엔 서서히 무게를 느낄 나이가 되어가는가 보다 (김권중/283번)
### 작가토론회 ###
-. 일시 : 2000년 9월
-. 작가 : 황동규
1938년 평남 영유군 출생, 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어떤 개인 날(61년)」, 「악어를 조심하라고?(86년)」,「몰운대 행(91년)」, 「외계인(96년)」
늘 특유의 감수성과 지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통한 거듭남을 끊임없이 추구한 반역의 시인이자 변화의 시인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 즐거운 편지 중에서 -
【시인 황동규에 대해 한마디...】
성희 : 황순원의 아들 황동규라... 역시 부전자전이군.
미현 :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나이 들어 갈고닦는 모습이 좋아보입니다.
갑숙 : 그의 "풍장"이라는 시를 한번 읽어보세요.
효진 : 마음바닥에 잦아드는 저 빗소리
시간이 졸아드는 소리
대준 : 나이 들어서도 시와 문학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부럽다.
@@@ 회원작품 @@@
어머니의 태풍
4년 김경숙
가녀린 여인의 몸으로
작은 미풍에도 쓰러질 것 같은 몸으로
모진 세상의 태풍 속에서
걸어온 50년의 삶에
당신은 무엇을 남겼습니까?
아직
당신의 세상에는 이제 거대한 태풍은 지나갔지만
그 태풍이 남긴 흔적들을 추스리기 위해
당신이 찾지 못한 무엇이 남아 있기에
쌓이는 삶의 고통의 무게와 의미를 찾는지?
이젠
고통의 무게를 벗고 살아갈 일은
당신이 남긴 흔적들의 몫임을 말할 수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몸으로 보여 드릴 수 없기에
마음속 깊이 어머니의 태풍 같은 삶을 새겨두겠습니다.
나에게 닥쳐 올 태풍 같은 삶을
참고 견디어 보겠습니다.
어머님이기에 가능할 수 있었던 삶 속으로
저도 전진하려고 합니다.
- 과수원 -
2년 정대준
수줍은 새악시 볼처럼 바알간 얼굴
흰 속살 여물은 향기 가득한 과수원
청정한 하늘, 파릇한 잎새 사이로
살랑살랑 불어오는 보드라운 바람
뿌리들이 밀어 올린 가지가지 마다
동글동글 허공 위 붉은 열매들
아픔 없는 生이 있느냐고, 모진 가지
둥글게 부여안은 시간 툭 떨어져
바구니마다 채워지는 풋풋한 농부마음
새벽 서리 하얗게 나리는 날
산새 위해 남겨둔 잘 익은 사과 하나
가을이 새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네
- 경의선 -
2년 한종호
반세기만에 그 모습 그 자취로 지상에 드러나던 날
눈시울이 따끔거린다.
떠들썩하던 착공식후 잠잠하더니 가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
풍성한 소식을 안겨준다.
거의 한 달만에 40% 가까이 없앴다는 지뢰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을 반세기 동안 흘러버린 세월
그 만큼 남북 이산가족의 아픔도 쌓이고, 시간이 잃어버린 것을
지금도 민족의 대동맥을 잇기 위해 터지는 폭음에 깜짝 놀라며 한발씩
내딛는 장병들 가슴에 생사의 길을 오가고 내일의 꿈을 꾸기도 하는
그네 들, 국민은 역사는 가슴에 묻고 있다.
세월이 변한다지만 그 길 그 터대로 안겨오던 경의선 철길
마음은 벌써 압록강으로 만주벌로 달리고 있다.
...(점점점)
1년 김효진
그래-
이제서야 깨닫는다
너의 그 말
...
못다 끝낸 말끝에 언제나
e-mail로 석 자 적어 보낸다
...
이 말 밖에는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하지만,
...
- 고모역1 -
고. 모. 역
komo station
- 그리움 되어... -
1년 윤현민
잠든 내 창문 틈 사이로
그대 이름 그리움의 형상(形狀)으로
떨구어 놓고 말없이 돌아섭니다.
찢어버린 조각난 종이들처럼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뒤돌아보면 그저 한 장의 그림에
불과한 것들이 내 삶을 뿌리 째
가지고선 내어주질 않습니다.
- 마음도 단풍드는 이 가을에 -
2년 한종호
단풍구경 한번 못 가고 모임이다 시험이다 휩쓸리다가 가을을 보낸다.
첫눈이 내리면 그때는 걸어 봐야지 뽀드득 뽀드득 거리는 소리 들으며 S와 마주 손잡고. 담장 옆 감나무 유난히 풍성하게 매달려 익어 가는 감들 자꾸만 옷을 벗듯 이파리를 떨구어 내며 짧아만 가는 햇살을 삼키고 있다. 변소 지붕 위를 감싸듯 한 은행나무 노랗게 물들어가며 아쉬운 가을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다. 수확의 계절 이 가을에 남들은 모두 나름대로 바쁜데 나는 무엇을 했나 거두어들일 것들이 있나 아쉬움만 늘어간다. 오랫동안 꿈꾸던 길을 게을러 터져 여기까지 흘러온 지금 이마에 주름살만 늘고 조카가 결혼하는 날에 핑계 삼아 못 가는 아픔 그만큼 성숙했으면, 용기가 없어 말 한번 못 건넨 사람이 있기에 누구 말 따나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덤으로 사는 세상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사회이지만 꿈이 있기에 여기에 있다. TV를 보니 내가 부끄러워 진다. 서른 셋 나이에 스물 세 번이나 수술하고도 큰 수술 세 번이나 남았다는 경숙씨, 만성신부전증을 앓으며 살아가는 모습 죽을 때 아무도 없이 쓸쓸하기는 겁이 난다며 울먹이던 P 가슴에 저려온다. 어머니가 있고 형 누나 동생이 있어 행복하다고 소리치고 싶다. 요즈음 되지도 않는 슬기틀에 앉아 정보의 바다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들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 머리에 실력차를 느끼며 그래도 하나를 더 알기 위해 오후 늦게 학원을 간다.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아 감당 못하고 뼈를 깎는 아픔과 온갖 싫은 소리 들으며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중이다. 배신자같이 변신하고 싶은 다 지난 이 가을 번뜩이는 시상하나 떠올랐으면, 금시조를 읽어도 교과서를 봐도 마음이 들뜨는 계절 낙엽을 밟으며 멍청히 걷기도 한다. 쌀쌀해지는 이 가을 더 추운 이유를 S는 알까? 첫눈이 오면 그땐 질리게 걸어봐야지 커피 한잔을 끓여놓고 식는 줄도 모르고 푹 빠지는 상념들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태 마냥 머리가 띵하기만 하다. 선후배가 같이 갔던 나이트에서 유리상자의 인형 같던 러시아의 여인을 보며 일시나마 빼앗겼던 마음 정말 뜨거운 정이 그리운가 보다. 만나는 동료들마다 성장해 가는데 뒷걸음질치는 내 삶에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큰 인물은 늦게 된다는 대기만성의 명언을 위안 삼아 한번 크게 웃을 날을 위해 게으른 습관을 고쳐야겠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잘 어울리지 못한 후배를 다독여 주는 선배 그리고 후배들께도 고마움을 느낀다. 힘든 줄 알면서 많이 못 도와준 임원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해본다. 정말 이 가을에는 미안한 것들만 수확하는가 보다. 이 다음 가을에는 넉넉함을 거두어들여야겠다. 바람이 부는 온 동네가 떨어진 낙엽들로 풍성하다. 골목을 쓸고 가던 낙엽을 태우던 연기도 사라진 골목 나는 흩어진 낙엽을 밟으며 발끝의 감각을 느끼며 아쉬운 이 가을을 달래본다.
이 가을에 홀로 도도함을 세우는 꽃들 붉게 노랗게 피우고 있다. 남들 다지고 난 후 꽃을 피우는 국화 앞마당에 가득 차서 내 마음을 달래어 주고 있다. 한없이 보낸 것 같은 가을 첫눈이 내리면 그때야 웃어야겠다. 이 다음 가을에는 경의선 타고 북쪽 산하의 가을 단풍을 올해 못한 것까지 곱으로 해야겠다. 글 친구들과 압록강 물도 마시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끝물의 가을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하루하루 다르게 피는 국화 보며 추울수록 더 잘 자라는 꽃처럼 어려운 이 시기에 꿋꿋이 잘 견디어야겠다. 채소밭인지 화단인지 마당인지 구분이 없는 마당에 배추도 무도 알토란하게 쑥쑥 잘 자라고, 그 옆으로 목련나무 월동을 준비하고 내려가는 기온처럼 두터워지는 옷차림 내 모습도 짧은 상의에서 긴소매로 바뀌고 또 무거워졌다. 열리다만 조롱박처럼 열매맺지 못하는 모든 것들 자연의 냉정함도 알고 이 다음에 더 좋은 결실을 위해 거름이 되는 거라 심을 다져본다. 시드니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후 열린 조그마한 올림픽 화면에 조그맣게 보여지는 잊혀진 듯 언론의 무관심으로 있는지도 모르는 극복자 들의 그들만의 올림픽 그들도 채 맺지 못한 것들처럼 하나의 거름으로 또는 거울로 길잡이로 비춰진다. 지리산으로 가을구경 갔다오던 여 전도회 신도들 낙엽 지듯 쓰러져가던 날에도 아쉬움에 젖어있던 내 마음 얼어붙었네. 산사의 스님들은 단풍 구경하니 좋다고 생각하던 것도 또 보고 또 보면 지겹고 이 가을 지나면 뼈를 파고드는 겨울 눈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고통도 있는 것을 엿가락 구부러지듯 찌그러진 버스를 보며 한치 앞도 못 보는 우리네 삶 눈앞만 보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들 때문에 이 가을도 다가오는 겨울도 그나마 지탱해 가는 것을 나도 그들처럼 되지 못해도 뒷걸음치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겠다. 말만 많은 국감장 모습 보며 작년의 그 모습 다시 보는 명 장면 연출하는 그런 어리석음에 끼지 말아야겠다. 한번 빌려온 책을 중앙도서관에 열흘 늦게 돌려주며 뜻이 서려있는 국채보상공원의 물들어 가녀린 빗방울에 젖어 더욱 밝은 나뭇잎들 걸음마다에 키스하듯 스쳐가는 것들을 보며 붉게 타들어 가는 내 마음을 태워본다. 우리집 담장 옆의 감나무처럼 작년에 무던히 애먹이더니 올해는 예상 밖으로 태풍도 이겨내면서 붉게 익어가고 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에 내 마음도 풍성해 지는 것 같다. 열다만 조롱박도 못 피운 목련도 이 다음에 활짝 피고 열리리라 믿어본다. 학원을 오가며 가로수 나무들을 보며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며 떠들석한 즈믄 해도 지는 것을 실감한다. 이때쯤 책을 봐야만 하는 방송대의 큰 특징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오묘함을 잊고 살지만 우리 글 동무들만이라도 여유롭게 한번 하늘을 보는 마음을 가지길 간직하고 있으리라 본다. 삭막하게 보낸 이 가을을 반성하며 첫눈이 내리면 우리 한번 밤나들이 가서 눈의 체취를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끝물의 가을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
@@@ 알림방 @@@
제24회 독서토론회
일 시 : 2000년 12월 23일 토요일 오후 7시
장 소 : 팔공산 방갈로( 일시와 장소 변경시 추후통보)
작가 및 서명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문 의 : 정대준 018-533-6852
김연화 018-511-1467
문학토론회
일 시 : 2000년 11월 18일 토요일 오후7시
장 소 : 학과사무실
작가 : 김수영 시인
▶ 아침저녁으로 날씨 제법 쌀쌀합니다. 글 선배님과 후배님 감기 조심하시고 다가오는 기말 시험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직장생활과 학교공부 그리고 숨겨둔 애인과 데이트도 해야하는 숨가쁜 생활 속에서도 항상 문학에 대한 애정과 글 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리고 작품을 마지못해 쓰기보다는 자신의 삶의 일부분처럼 항상 곁에 두어야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회지에는 열성적으로 글을 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 최경채 선배님 e-mail 주소 변경
mai0207@hanmail.net/ 많이 들 멜 주세요
@@@ 편집후기 @@@
김연화: 선배님 녹음기가 그리워요
다소 내용이 달라도 이해하실 거죠♥
정대준: 올 겨울은 따뜻한 마음으로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