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목, 여행 8일째)
날씨 : 맑고, 구름 조금 / 기온 : 10 이하~ 23도
경로 : 헤레스 - 지브롤터(Gibraltar) - 론다 (Ronda) - 미하스(Mijas)
- 그라나다 (Granada)
오늘이야말로 지브롤터에 가는 날이니 날씨가 빵빵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창 밖엔 먹구름이다. -_-; 이런 난감할 때가…
바람도 쌀쌀하게 불어주지만.. 가야 한다!
아, 물론.. 처음부터 내가 이렇게 지브롤터를 흠모하게 된 것은 절~대 아니었다. ^^;
이틀 전까지 상황...
남편 : 있잖아. 지브롤터는 꼭 가야 돼.
유럽에서 아프리카와 제일 가까운 곳이 지브롤터야.
역사적으로도 지형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요충지고.. (블라블라 *&^%$#$%#@^&&~~
한참 설명 후..) 거기선 아프리카 땅이 보인대. 정말 멋지지?
나 : -.-;; 뭐.. 별로.. 아프리카 그거 쬐끔 보이는 게.. 그렇게 중요해?
남편 : 아, 거긴 영국령인데 “모든 가게가 다 면세인 면세특구”라네.
나 : @_@??!!!! 정말? 모두 다 면세? 앞장 서요!! 당신 거기 꼭~ 가야 돼!! 꼬옥!~
뭐.. 대충 이렇게 된 것이다. 흠~ -.-;
좌우당간 동상이몽.. 지금 우리는 서로 다른 목적을 안고 지브롤터로 향한다.
다행히 남쪽으로 갈수록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개더니..
지브롤터에 도착하자 먹구름 위로 언뜻 파란 하늘이 보인다.
지브롤터엔 국경을 넘는 방법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걸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를 갖고 통과하는 것이다.
걸어가면 5분이면 될 거리를 차를 갖고 지나려면 30분 이상 걸린다.
따라서, 지브롤터 바로 전에 있는 스페인 마을 La Linea에 차를 세우면 주차공간도
널널하고 참 좋다. 꼭 미리 주차하고 걸어서 국경을 넘어라.
... 라고 어제 세비아에서 플라맹고 볼 때 옆자리에 앉았던 명랑발랄 미국 할머니가
알려주셨다. ^^; (내가 꿰뚫기엔 너무 자세하고 생생한 정보잖수~)
우린 그 말대로 했는데… 정말 차를 갖고 국경을 넘기란 끝없는 기다림과 인내의
과정처럼 보였다. ㅎㅎ 우리는 가뿐히 여권 슬쩍 보여주고 3분 만에 통과했다네~ ♬
국경을 넘으니 눈 앞에 영국 국기가 펄럭이는 것이 정말 영국령이란게 실감난다. ^^

* 지브롤터 국경.. 오른쪽 걸어가는 한산한 검문소에 비해 왼쪽 꽉 막힌 차량들 ^^
국경을 넘어서 케이블카 승차장까지 걸어가다 보면 비행기 활주로도 지나고,
중간에 자그마한(지브롤터는 정말 작다) 동네도 지나는데..
중간에 광장으로 들어서자 오홋~ 이쁘다.
그리고 그 주변에 제법 영국스런(? 난 아직 영국 못 가봤다. 대충 이럴 거라 짐작한다. ^^;)
거리 거리에 사람들이 넘치고, 많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오카리나 연주하는 인디언도 있고...

*지브롤터 메인 스트릿
지나가던 가게에서 눈에 확 띄는 이쁜 청바지가 있길래 “This one” 좀 입어보자 했더니
… 뜨아~ 엉덩이가 딱! 반뼘이다.
이 나이에, 이 몸매에.. 내가 이걸 어떻게 입냐고… -_-;;
다른 걸로 입어보니 대충 맞는다. -.-;
"이걸로 할께요." (그거 사서 유럽 여행 내내 입었다는..)
가다가 Marks & Spenser 매장에서 또 눈에 띄는 가디건도 하나 샀다.
(이것 역시 나의 유럽 여행 내내 동반자가 되었다. 이날 산 차림 그대로 집에도 갔다. ^^)
이때 찍은 사진을 보면 골목 하나 바뀔 때 마다 나의 패션이 달라진다. ㅎㅎ
그렇지만 내가 이날 건진 건 달랑 이거 두 개뿐!
아.. 아쉬워라~ 그때 확 땡겨 줬어야 했는데..
나 : 자, 이제 다 샀으니 론다 가자! ^^!
남편 : 무슨 소리! 난 케이블카 타고 아프리카 봐야 된다구!! 아프리카! 아프리카!
나 : 알았어, 가자구요. -.-;;
어쨌든 한 5분 더 걸으니 케이블카 승강장이다.
한참 케이블카 타고 절벽 위로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경고문 하나!
“원숭이에게 먹이 주지 마시오. 걸리면 벌금 대박!”
벌금이 500파운드나 된단다.

* 벌금이 무려 100만원이나 된다는 무서운(?) 경고문
정말.. 지브롤터 전망대엔 원숭이 천지다. 관광객 머리나 어깨 위로 올라오는 일도
다반사다.
허걱~ 그런데 요놈 봐라!
원숭이 하나가 아예 과자 봉지 안으로 들어간다. ^^
그럼 아까 그 경고문은 다 뭐여??

* 누군가 던져준 과자에 몰두하는 원숭이 녀석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지브롤터는 아담하고 평화로워보인다.
북쪽으론 우리가 주차하고 온 스페인 국경마을 La Linea가,
서쪽으론 지브롤터와 마주보고 있는 스페인의 항구도시 알헤시라스도 보인다.
날씨가 흐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남쪽으로 거므스름한 아프리카 땅이
보인다. (사실.. 난 아무리 봐도 먹구름 같아 잘 모르겠던데.. 울 남편은 그
거무스름한 것이 무조건 아프리카 땅이란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그러지.. 뭐.
나는 “와~ 저기구나. 아프리카 땅이 다 보이네”라며 열심히 맞장구 쳐줬다. ^^)

* 아프리카 땅 대신 지브롤터 풍경이라도 한장.. ^^;
아.. 날씨만 맑았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어쨌든 지브롤터 정상에 올라가 보길 잘 한 것 같다.
내가 또 언제 유럽에서 아프리카 땅을 내려다 볼 일이 있겠는가..
내려오는 길에 아까 그 예쁜 광장에서 영국의 대표적 서민음식이라는
‘피쉬 앤 칩스’를 먹어봤다. 음~ 바삭 바삭하니 맛있다. ^^
그렇게 지브롤터를 출발해 기대 만발인 론다로 향했다.
두 개의 아찔한 협곡이 멋진 다리로 연결된 론다가 너무 좋았다는 여행기도
읽어 봤고, 가이드 북에서 본 사진도 훌륭해 보이길래 이번 스페인 여행에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론다였다.
지브롤터에서 안달루시아 해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로 달리다 보니..
어머나~~
이거… 이거…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
계속 빛깔이 달라지는 파~란 바다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얀 집들과 그 위로
언제 흐렸냐는 듯 쏟아지는 밝디 밝은 햇살과 파란 하늘~!!!
이 곳이 그 유명한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이다!
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 풍경이 떠올라 가슴이 마구마구 방망이질을
해댄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유명 해안휴양도시인 ‘마르베야 Malbella 근처였는데…
그렇게 아름답고 충동적인(?) 경치는 난생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아.. 숨이 턱 막히게 아름다웠던 코스타 델솔의 경치를 떠올리자니
'느낌표 남발모드'다. 이해해 주삼~ ^^)

* 너무 감탄하다보니 결정적으로 사진 찍기를 잊어버렸다는... 이 퐝당한 시츄에이션~
그냥 아쉬운대로 우연히 찍힌 이거라도 한장! 실제는 500만배쯤 멋지답니다. ㅠ_ㅠ
그냥 확 비키니 하나 저질러 해수욕이나 할까 싶은 마음을…
론다를 생각하며 꾹 참고…
저 높은 산악지대에 있는 론다를 향해 올라간다.
대관령 고개길 같은 구비구비 절벽 길을 한 시간쯤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길 중간 중간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는 별장들을 바라보며
‘나도 이곳에 저런 별장 하나쯤…
은 바라지도 않고, 그냥 언제 한번 다시 올 수나
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ㅎㅎ
론다에 도착할 즈음부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시커먼 하늘이 불안하더니
거리로 나서자 웬 바람이 그리도 부는지…
너무 추워서 이빨이 달달 떨릴 지경이다. T.T;
어흑~ 추위 많이 타는 내겐 너무 가혹한 날씨였다!!

* 론다의 명물, 누에보 다리

* 절벽 위 론다 파라도르
그 유명한 누에보 다리는 깊디 깊은 협곡 사이에 아슬아슬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고, 다리에서 내려다 본 초록 평원은… 장관이다.

* 협곡 전망대 아래로 펼쳐진 초록 평원
하지만....
너무 춥다. T.T;
론다야, 미안하다.
이쁘고 멋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선 나와 코드가 맞지 않은 것 같구나.
인연이 되면 다음에 다시 보자!!
좀 전에 지나온 해안가의 그 날씨와 풍광이 너무나 그리워, (나 다시 돌아갈래!)
급히 추가한 행선지 미하스!
그 그림 같은 모습에 얼마나 많은 동경을 해왔던가.. 바로 5분전부터! 히히~ ^^
포르투갈의 하얀 마을 오비두스도 괜찮았으니 훨씬 많이 소개된 미하스는
정말 좋을 거야.
가자!
오후 늦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로 코스타 델 솔의 집들이 온통 새하얀 색으로
반짝인다.
캬~ 그 사이 사이 보이는 새파란 바다는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아… 말로 표현 안된다. 직접 가보시라~
아주 그냥 미.친.다!!!!! ^^
감동만발 하는 사이... 저기 산 중턱에 눈에 띄는 하얀 마을!
이정표를 보니 역시 미하스다. ^^V
해질 무렵이 환상적이라는데 마침 그 시간에 맞춘 것 같다.

* 미하스 가는 길, 저멀리 산중턱 하얀마을이 미하스다.
음~ 일단.. 마을이 정말 하얗다.
i도 하얀색 건물인데.. 그 앞엔 당나귀(조랑말인가?)가 끄는 마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함 타볼까 하다 그냥 참았다.
i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성당은 정말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데 성모님상이
거의 '인형'처럼 예쁘게 만들어져 있는 게 눈에 띈다.

* 미하스 성당
인형의 집처럼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진 성당 내부를 보고, 밖으로 나오니
발 아래 펼쳐지는 미하스의 부촌들.. 그 아래 너머 보이는 코스타 델 솔.. 좋아!

* 수영장 딸린 집들이 가득한 미하스 부촌(반대편 집들은 이렇지 않아요 ^^;;)

* 저멀리 보이는 해질 무렵의 코스타 델 솔
저녁을 먹으러 좁고 하얀 골목길을 내려가는데 ‘환상적인 전망’이 있다는
레스토랑이 눈에 띈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음~ 나름 광장도 보이고 미하스 골목의 풍경이 잘
보일 것 같다.

* 미하스 골목 풍경
그 곳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고유의 차가운 야채 스프인 ‘가스파쵸’와
해물 빠에야를 주문했다.
가스파쵸는 시원하고 토마토 특유의 상큼하고 시큼한 맛이 조화를 이뤄 부드럽게
넘어간다.
생각보다 맛있는 걸? ^^!

* 시원하고 상큼한 차가운 스프, 가스파쵸
다음은 해물빠에야.. 샤프란으로 노란 빛깔을 낸 빠에야는 쌀은 덜 익은 것처럼
딱딱하고 좀 짰지만, 홍합, 오징어, 새우 등 해물도 푸짐하고 야채가 어우러져
감칠맛까지 나는게 내 입맛엔 잘 맞았다.
그런데 남편은 영 별로였나 보다. -.-;
그래서 내가 2인분용 빠에야를 거의 혼자 먹어야했지만.. 그래서 사실 고마웠다. ^^

* 해물 빠에야
엄청 부른 배를 두드리며 내려오다 보니 석양이 진다.
미하스의 하얀 거리 거리에도 벽들이 발그레 물들며 낮과는 다른 느낌의 풍경을
보여준다.

* 미하스 전경
아… 코스타 델 솔~
다음에 스페인에 다시 온다면 이 곳에서만 한 열흘쯤 머물며 실컷 바다와
사랑에 빠져봐야지!
이제 이번 여행에서 정말 꼭 가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 그라나다로 차를 돌린다.
알람브라 궁전과 유구한 역사와 혼재된 문화를 지닌 아름답고 이국적인 도시...
그라나다로 향하는 내 마음도 저 붉은 석양처럼 발그레 홍조된다.
내일은 그라나다 곳곳을 보러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