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 20분이라...
나 같은 사람이야 가끔가다 바람쐬러 나왔을 때 이런 열차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은 매일(자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역사안은 서울, 진주, 광주방면으로 가는 손님들로 이른 새벽인데도 사람이 많이 붐빈다. 결혼식장에 가는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손님은 돌아올 때 좌석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느라 바쁘다. 역사 밖에는 이른아침부터 어디를 떠나는지 관광버스가 몇대 서있다. 도로에는 아침운행을 준비하는 시내버스가 제자리를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먼저 광주로가는 기차가 손님을 싣고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철길을 뚫고 목적지로 향한다. 진주로 가는 무궁화호는 정시보다 20분이 넘어 도착했다. 기차가 출발한 뒤 나는 비로소 매표서로 가 표를 끊었다. 승무원은 미안한 듯" 통일호 입니다"라며 표를 건네준다. 일부로 늦게 온건 모른다.
개찰을 받고 플랫홈으로 나갔다. 나를 기다리는 기차는 객차 2량에 소화물차, 발전차,기관차가 전부다. (기관차는 화물차나 완행열차에 쓰이는 소형이군요. 어떤건지는 대충알겠져? 옆에서 보면 직사가형인 기관차) 객차안에는 나와 차장으로 보이는 승무원,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저씨가 전부였다.(나중에 알고 보니 소화물차 짐을 내리는 사람이더 군여...) 앞칸에는 아이를 동반한 아주머니가 전부다.(이렇게 적은 승객으로 출발한 열차는 첨입니다. 정선선의 객차 1량짜리 비둘기호도 이보다는 많았습니다.) 옆 플랫홈에는 여수에서 출발한 서울행 무궁화호가 도착하고 있다. 서울행이라 그런지 사람이 제법 많이 탄다.
6시 5분 기차는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출발하였다. 창밖에는 주말아침의 도시풍경이 눈에 띈다. 드문 드문 보이는 차, 첫차인지 손님을 제법 실은 시내버스, 아파트에 드문드문 켜진 불빛, 이제 막 문을 연듯한 주유소.... 얼마 쯤 가다보니 평화라는 간이역에 도착하였다. 창밖에는 먼동이 넓은 벌판을 발판으로 뿌옇게 비치기 시작했다.
평화역이라..
내리고 타는 사람하나 없는 간이역이지만 창밖의 풍경과는 너무나도 어울린다. 항상 세상이 이런 모습이었으면.... 뉴스에서 매일 떠들어 대는 전쟁소식이나 여러가지 비리사건등을 매일 몸서리치며 듣는 세상에선 더욱 필요한 모습인것 같다.
기차는 이윽고 광양역에 도착한다. 광양역에도 손님이 없다. 대신 홈에는 소화물을 실으러 대기하고있는 아저씨들이 있다. 모두들 밝은 표정이다. 제법 큰 목소리로 승무원과 열차에 있던 아저씨와 인사를 나눈다.
광양을 지나니 옆에는 남해고속도로가 있었고 차들은 나 먼저 간다는 듯이 기차를 앞질러 가고 있다. 날이 밝아 오면서 바깥풍경은 더욱 잘 보이인다. 우리가 항상 간직하였을 농촌마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집을 둘러 싸고 있는 대나무가 돋보인다. 남부지방엔 이런 집들이 많다. 그리고 사극에서나 보았을 양반집 같은 기와집도 간간이 눈에 띈다. 솟을 대문을 갖추고 있는 집들도 있다.
기차는 어느새 섬진강과 만나며 아치형 철교를 제법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통과한다. 강을 건너면 경상남도의 입구 하동이다. 물론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노래가사로 더 많이 알려진 화개장터가 자리잡고 있고. 시인 김용택의 고향마을이 있으며 소설'태백산맥'에서 농민의 절박한고 ㄲ끈질긴 삶의 결정체인 계단식 논이 거기있다. 연곡사, 태안사, 압록등의 명소도 많다. 최근엔 적성댐을 만든다는 문제로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창밖에는 한적하지만 아기자기한 하동시내가 보이고 어느 도로 한켠에는 쌍계사로 가는 이정표가 높다랗게 위치를 잡고 있다. 하동역에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올라왔다. 하지만 72석이라는 자리를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르다.(우리는 이런 경우에 쾌재를 부르죠...ㅋㅋㅋ...)
경전선의 역들은 크지도 않으면서도 꽉 찬것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다. 웅장하지도 않은 모습이면서 초라하다는 모습은 더더욱 아닌 그야말로 '딱 좋은' 규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역은 이럴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기차는 그리 높지도 않은 산의 모퉁이를 계속 끼고 돌며 마을과 도로를 계속 마주보고 달린다. 어느 역에선 광주지방으로 가는 듯한 화물열차(SK유조차, 일반 화차)가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갈 길을 재촉한다. 얼마를 더 가다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을 건네는 아치형 철교가 있고 저 멀리 높은 산에는 구름이 산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그야말로 창밖경치는 절정을 이룬다. 얼마 더 가다보면 진주지방에선 꽤 유명한 듯한 절인 도솔사 역이 나온다. 그리고 그 전에는 새로 만든듯한 철로가 있다. 진주에 도착해서 이유를 추측해본 결과 댐을 만드는 바람에 그 지역에 수몰된 것이아닐까 한다.그 바람에 철길을 새로 내야했을 것이다. 진양호는 진주시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윽고 남강이 내 시야에 시원하게 자리잡는다. 기차는 옆의 도로의 차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를 벌이고 있다. 이윽고 진주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나는 통로로 향했다. 기차는 다급한 마찰음을 내며 진주역에 도착하고 옆에는 밤새 달려온 무궁화호 열차가 다리쉼을 하고 있다. 8시 40분경..
진주역은 도시의 규모에 비해 아기자기 했다. 역무원에게 표를 영수증으로 쓰겠다고 한뒤 유유히 출구를 빠져나왔다. 진주는 휴일아침이라 그런지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역전 버스정류장에서 얼마간 머뭇거리다 무작정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안엔 승객들이 자리를 여유있게 잡고 있었다. 버스는 강가를 끼고 달리는데 시내로 가지 않고 한적한 곳으로 가고 잇지 않은가 결국 버스는 종점인 경상대학교로 갔다. 외곽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보아 그리 역사가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규모있고 깔끔한 학교였다. 국립대학교로 알고 있다.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였다. 왔던길을 되돌아가 다리를 건너니 진주 시내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이 여러은행 진주지점이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심지임에 틀림없다. 다리에서 좌측을 보니 진주성이 눈앞에 펼쳐졌다. 임진왜란 당시 왜란 3대 대첩중의 하나인 진주대첩의 기적을 낳은 곳이며 2차 공격때 진주성이 함락 되었을 때는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곳으로 유명하다. 진주성이야기는 잠시 후로 돌린다. 난 진주성에 가기전에 버스 터미널을 먼저 찾았다. 이 지역의 교통편의 주로 어디로 흐르는가 주시할 필요도 있었고 대전이나 서울로 가는 차편도 찾을 겸 삼천포로 가는 길을 알아볼 겸 찾아갔다. 대전가는 차도 제법 있었던 것 같고 마산, 부산, 창녕, 의령, 거창, 삼천포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가장 많았다. 서울은 고속버스가 있어서 인지 1편 밖에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난 간단하게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삼천포로 가는 표를 끊었다. 이윽고 버스는 황급히 터미널을 빠져나갔다. 예전에는 진주에서 삼천포로 가는 철길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에게 밀려나 적자운행을 하다가 일찌감치 폐선 되었다고 한다. 사천까지는 철길이 남아 있지만 화물열차만 가끔 운행하는 듯하다. 창밖을 보니 가로수가 이국적이다. 뭐 제주도나 하와이를 연상시킨다. 산자락에는 대나무가 눈에 띈다. 아까 버스를 잘못타 들렀던 경상대학교가 눈에 보이고 차는 사천을 향해 힘껏 내달린다. 남해 고속도로가 보이는가 싶더니 좌측에 사천으로 들어오는 철도가 보이고 철도는 사천역이라고 쓰여져 있는 건물뒤에서 끝난 듯 하다. 화물열차 몇량이 덩드러니 놓여져 있다. 우측에는 사천 공항이다. 마침 서울로 가는 비행기가 대기중이다. 사천시내는 그야말로 한산하다. 터미널엔 통영, 마산, 등의 행선지가 눈에 보인다. 사천에서 삼천포로 가는 길은 더없이 정겹다. 모처럼 만나는 2차선 국도도 그렇고 길 옆의 가로수는 정취를 더해준다. 오랜만에 만나는 편안한 여행길이었다.
창밖옆에는 사천시의 주산이라는 와룡산이 자리 잡고 있다. 맟은 편 차선에는 사천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간간이 마주친다.
버스(부산교통이었나?)는 삼천포 시내로 들어서는가 싶더니 터미널로 들어선다. 난 버스에서 내려 길건너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우선은 삼천포의 중심지로 갔다. 그 도시의 성격이 어떤지를 알아볼려면 시내버스를 보면 나타나는데 대부분이 부두를 거쳐갔다. 난 일단 부두를 가보리고 했고 시내구간을 어느정도 지나자 부두에 도착했다. 부두엔 주로 고고기잡이 배가 많이 드나들었고 마침 장날이라 섬에서도 많은 사람이 나온 듯 했다. 또 항구 한쪽에선 어부들이 상인들과 자기들이 잡은 고기를 놓고 흥정을 한다. 어패류가 바닥에 깔리면 누군가 나서서 확성기로 개장을 알린다. 항구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실듯하다.. 좌판에는 조개, 생선,꽃게등 바다에서 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삼천포는 어업도시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야말고 시장은 번잡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번잡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울은 자기 갈길로 각자 따로 따로 움직이는데 비해 여기는 물건을 사고팔며 흥정하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물건과 대화가 항상 오간다. 무질서 해 보이면서도 그 나름대로의 질서가 오간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