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사회양극화 부른다
[대안경제를 말한다59]
2006/6/29
이승협 기자
독일월드컵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운동장과 광장을 누비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에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순수한 스포츠의 아름다운 이상이 상업적 논리로 추하게 더렵혀지는 현실을 보면서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운동장과 광장에 가득한 젊음과 순수는 어느새 광고와 상품으로 뒤범벅되어 있었다.
양계탁기자
27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한-미 FTA 추진과 관련, 제2차 정부합동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 참석한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대변인이 정부측 협상단들에게 제대로된 공청회를 개최할것을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우리에게 독일월드컵은 지나가버렸지만,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한미FTA다. 한미FTA는 IMF와 같이 우리에게 또 다른 시련의 시간을 가져다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한미FTA가 우리에게 무역확대, 수출증대, 기업투자증가, 외국자본유입, 선진제도의 도입, 경쟁력 강화, 고용증가를 가져다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심지어 한미FTA를 체결해야만 선진사회로의 도약이 가능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는 것으로 말한다. 마치 시장에서 만병통치약을 팔아대는 약장사처럼 요란하게 떠들어대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FTA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자유무역협정은 신자유주의적 시장주의의 확장과정에서 나타난 산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은 시장자본주의의 확장의 실패로부터, 영미식 시장자본주의로의 전세계시장의 통합이라는 시장주의의 논리의 실패로부터 등장했다. GATT/WTO라는 다자간무역질서를 통한 전지구적인 시장자본주의는 미국에 대한 반패권주의의 부상과 반세계화운동의 확산으로 인해 장기적 지연 내지는 좌초할 위험에 처하자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쌍무적 무역협상을 통해 시장개방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FTA활용전략은 다자주의전략에서 쌍무주의전략으로의 변화와 힘의 우위에 기초한 일방주의적 협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FTA를 통한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의 확립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FTA의 영역을 기존의 상품중심에서 전체 경제영역으로 확대하였다. FTA는 투자 (TRIMs: 무역관련 투자조치협정), 지적재산권 (TRIPs: 무역관련 지재권협정), 농산물, 서비스, 금융, 투자, 정부조달, 경제제도 (경쟁, 분쟁해결, 노동, 환경) 등 전 경제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FTA는 형식적으로는 자유‘무역’협정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포괄적인 ‘경제’협정이다.
멕시코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는 NAFTA와 같은 FTA를 통해 외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미국의 선진적 경제제도, 기술, 자본을 도입함으로써 국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FTA를 전략적인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NAFTA의 멕시코 사례는 사회적 양극화와 노동생활의 질 악화, 국민경제의 피폐, 그리고 미국 다국적 기업의 멕시코 경제 지배라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외부효과를 이용한 한국 경제 질서 및 제도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노무현 정부의 전략은 더구나 FTA의 실제적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 준비해 온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개혁정책이 실패하게 되자 임기응변식으로 나온 준비되지 않은 정책적 선택이다.
또한 한미FTA를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가능성 여부와 별도로 그러한 성장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갈 지도 중요하다. 한미FTA로 인한 부분적 성장혜택은 주로 재벌과 대기업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즉 자본투자와 기술투자가 기대하는 기술혁신과 산업고도화로 이어지기 보다는 한국경제의 대미종속성을 높이고, 자립적 경제구조를 파탄시키는 경제 및 사회의 양극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경제제도, 금융제도, 조세제도, 노사관계제도 등을 제도개혁을 통해 선진제도 도입이라는 미명하에 미국식 경제제도로 통합시켜간다면, 미국사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position21.jinbo.net
이승협 중앙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경제칼럼> 한미FTA 금융분야 협상전략
[경향신문]2006-06-29 45판 31면 1927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마무리되고 7월부터는 서울에서 2차 본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금융분야는 한.미 FTA 협상의 가장 핵심쟁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는 함께 거론되고 있는 다른 쟁점분야에 비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협상에 조심에 조심을 더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가는 심정으로 접근하자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 개방의 최대 목적은 국내시장을 스스로 세계시장에 노출시켜 상호 경쟁하게 하고, 이를 통해 국내 제품의 생산성과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이룩해 왔던 성장방식이기도 하며, 이미 제조업부문에서는 그 유효성이 검증된 바도 있다. 이 성장방식을 이제는 서비스업, 나가서 금융부문에도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인 일본에 끼여 원천기술 하나 없이 가공 조립기술로만 성장해 온 한국의 성장 모델은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무엇이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인가? 결국에는 지식기반 서비스업, 특히 금융산업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성장과 자금 흐름이 일어나고 있는 동북아 금융시장을 선점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목표의 달성은 선진화된 금융시스템, 차별화된 금융상품, 남들보다 뛰어난 금융인력을 전제로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부터 자의든 타의든 간에 금융분야를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왔으며, 이에 따라 여타 서비스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진전된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우리나라 자본자유화 수준은 85.1%로 일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금융선진국인 영국에도 필적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진전된 금융개방의 공과를 현재 시점에서 평가해 본다면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개방이 활발히 이루어진 부문에서의 개방성과가 다른 부문보다 높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은 여타 서비스 시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왔다. 예를 들어 그동안 개방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은행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했고, 주식시장은 최근 조정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여전히 규제가 많고 개방이 미흡한 보험시장은 규모에 있어서 이미 외환위기 이전에 세계 10위권내에 진입했음에도 최근 오히려 그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한.미 FTA 금융협상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개방분야도 은행이나 증권분야보다는 그동안 개방이 미진했던 보험권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미국은 보험권 이외에서도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본점자본금 인정, 자산운용의 국경간 거래 등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분야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한다면 양보의 대상이 아니다.
또한 2008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신금융 서비스의 포괄적 양허를 실질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우려가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신금융 서비스 허용에 대한 허가제와 한.미 FTA 협상 체결 이후 추가로 도입되는 자유화조치에 대해서는 향후에 협상권만을 부여하는 방식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신금융 서비스 개방에 대해 허가권과 협상권을 갖는다는 것은 개방 가능한 금융상품을 국내 금융발전과 선진화의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 협상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당장 개방하면 국내 금융시장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할 때까지, 그리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규정 및 법제가 충분히 정비될 때까지 양허를 유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