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라는이름의전차(대본).hwp
이 작품의 무대가 된 뉴 올리언스는 미국 남부의 항구도시로 1880년 이후 유럽 동부와 남부 이민자들의 정착지가 되었던 떠들썩한 무역항이었지만 지금은 한물 간 옛 도로를 중심으로 허름한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한산하기 그지없는 퇴락한 항구이다. 도로 안 쪽에 자리 잡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낡은 집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뿌리는 수입이 이 도시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욕망이라는...>>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통해서 황금에 유린된 당시 북부나 동부 지역의 역개념으로 사람다운 훈기를 간직한 남부에의 진한 향수를 즐겨 그려냈다. 그의 희곡 속에서 어둡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주인공들의 공통된 환상의 출구는 항상 남부이다. 그들은 이미 사라져서 존재하지 않는 농촌 사회의 도덕과 정서를 환상으로 간직하고 동경하다 가혹한 현실 앞에 위로받지 못하고 파멸한다. 테네시 윌리엄스에 있어서 남부에 대한 향수와 집착은 그의 문학의 종착역이기도 하다.
그의 주인공들은 모두 블랑쉬처럼 몰아치는 현실의 폭풍 속에 목가적 투정을 일삼다가 희생된다. 그의 이러한 작품세계의 원천은 그의 기복 많은 성장시절의 자전적 체험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센트루이스나 뉴올리언스로 대변되는 산업사회의 거친 한파는 그가 어머니로부터 향유할 수 있었던 남부적 환상의 가해자로 상징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인간적 온기를 머금은 고향의 정서를 파괴시킨 산업사회의 출현이 그의 가족들을 황량한 항구의 북새통으로 내몰았던 잔인한 폭력이었음을 그는 일생을 통하여 결코 잊은 적이 없었다. 그의 가정을 몰락으로 이끈 산업사회 종사자였던 아버지와 남부의 상류 여성인 어머니라는 이분법적 출생 배경은 그로 하여금 남부를 잊고 눈물겹게 세파와 싸워가는 새로운 사회의 적응자와 남부를 잊지 못하고 환상에 갇힌 사회부적응자의 이분구도에 집착하게 했던 것같다.
결국 오늘의 미국 사회 하류층을 형성하는 인간 군상들은 그가 영원한 사회 부적응자로 혹은 적응자로 그렸던 민중들의 변형이기도 하다. 현실적 폭력 속을 떠도는 이 군상들을 향한 연민이 곧 그의 문학 세계였으며, 환상을 통해 그들이 회귀해야 할 지향점을 끊임없이 탈출구로 암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은 동시대 극작가로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아더 밀러(Arthur Miller)와 구분되고 있다.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희곡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는 1947년 뉴욕에서 연극으로 초연된 이래 여러 차례 영화, TV 드라마 등으로 제작되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유리동물원 (The Glass Menagerie)>>과 함께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 중 가장 많은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영화는 단연 엘리아 카잔 (Elia Kazan) 감독, 비비안 리 (Vivien Leigh), 말론 브랜도 (Marlon Brando) 주연의 1951년 작이다. 연극 연출가 출신의 엘리아 카잔은 일찌기 <<욕망이라는..>>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Cat on a hot tin roof)>> 등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 명성을 얻었는데, 원작의 호흡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낸 사실주의적인 연출방식은 대사와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 화법을 정립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문학작품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영화가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추앙받는 데에는 배우들의 호연 또한 한 몫을 하고 있다.
스탠리를 연기한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 이 글 뒷 부분 해설 참조)의 대가 말론 브랜도와 블랑쉬 역의 비비안 리 뿐만 아니라, 스텔라 역의 킴 헌터 (Kim Humter), 미치 역의 칼 말덴 (Karl Malden) 등 전 출연진의 뛰어난 연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야말로 연기교과서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 촬영 당시 비비안 리의 인생행로도 극 중 그녀가 연기한 블랑쉬와 흡사했다는 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일약 영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래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던 연기생활과, 로렌스 올리비에와의 소원해진 결혼생활, 유산, 폐결핵, 신경쇠약 등으로 당시 실생활에서의 그녀 역시 블랑쉬처럼 파탄을 맞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광기 속으로 파멸해가는 블랑쉬라는 인물을 실감나게 연기해낸 그녀는 생애 두번째 아카데미상을 거머쥐며 제 2의 전성기를 여는가 싶었으나, 영화 촬영 후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는 등 더욱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진 채 비운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아카데미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그 중 여우주연상 (비비안 리), 여우 조연상 (킴 헌터), 남우 조연상 (칼 말덴), 미술상을 수상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바 있는<<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95년 TV용 영화로 제작된 것인데, 이 역시 스탠리 역의 알렉 볼드윈 (Alec Baldwin), 블랑쉬 역의 제시카 랭 (Jessica Lange), 스텔라 역의 다이안 레인 (Diane Lane), 미치 역의 존 굿맨 (John Goodman) 등 출연진들의 훌륭한 연기와 원작에 충실한 각색으로 호평받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