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곽기곤)는 지난 9일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인근 ‘은혜의 집’ 대강당에서 오후 7시부터 개최된 이날 총회는 전체 토지등소유자 512명 중 서면 178명 포함 총 317명이 참석해 성원을 이뤘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사무국 운영규정 및 월 운영비 예산(안) 인준 ▲감사 변경 ▲사업시행구역 확장 ▲협력업체 선정 및 계약체결 추인 ▲추진위원회 재원조달방법 결정 ▲참여시공사 선정 및 계약체결 위임 ▲기타안건 등이다.
권기곤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광안2구역은 부산지역에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지만 주거환경은 극히 열악한 상태”라며 “최고의 주거환경과 개발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는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시공사 후보로 등록한 탓에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서면결의서를 유효로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조합원들간에 이견을 보여 회의가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추진위는 서면결의서의 유·무효 여부를 총회 참석자들의 결정에 맡겼다. 이유는 일부 서면 제출자들이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제출한 경우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유효를 주장하는 쪽은 서면결의서가 엄연히 소유자들의 의견 및 재산권이 정당하게 행사된 것인데 이를 무효로 한다는 것 자체가 권리침해라는 견해를 보였다. 한 조합원은 “일반 선거에서도 부재자투표라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서면을 무효화할 수 있냐”고 반발했다.
유·무효를 주장하는 조합원들의 몇 차례 발언이 있은 후 참석자들은 거수로 찬반 투표에 임했다. 투표결과 대부분 참석 조합원들은 서면결의서를 인정하는 쪽에 손을 들었고 이후 총회는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안건 심의에 들어간 주민들은 모든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미 추진위 결의로 선정됐던 협력업체인 (주)미래파워가 정비사업자로 결정됐으며 정비계획 수립업체로 세일기술(주), 건축사 사무소로 (주)거성이 결정됐다.
한편, 이날 총회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시공사 선정은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입찰한 탓에 찬반투표로 진행됐다. 개표 결과 대다수 참석자가 찬성표를 던져 광안2구역의 새 파트너로 결정됐다.
대림산업은 광안2구역의 지역적 우수성을 감안, 외관 및 조경 등의 특화를 통해 프리미엄을 극대화시키겠다고 약속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참석 주민들은 이 같은 약속이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공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서면결의 173표, 참석 113표 등 총 286표를 획득, 참석자 과반수는 물론 515명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도 확보하며 광안2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결과 발표 후 대림산업 영남지사 전흥렬 지사장은 조합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약속한 사항을 반드시 지켜 최고의 프리미엄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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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무슨 약속했나? … 외관 · 조명 특화로 프리미엄 극대화
“광안리 해변을 직접 조망할 수 있는 이곳에 최고 프리미엄 아파트를 짓겠다.”
9일 부산 광안2구역 총회에서 대림산업이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내용이다. 대림은 수주홍보기간 내내 이 같은 내용을 주 공약으로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했다. 광안2구역의 지역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 높은 프리미엄으로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대림산업 전흥렬 영남지사장은 총회 당일 조합원들에게 “서울 강남 역삼동의 e-편한세상 외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 외과 및 조경 등에서 타 지역과 차별을 확실히 보이겠다”고 장담했다.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도 대림이 시공한 만큼 이를 바라보는 아파트도 최고로 만들어 보답하겠다는 약속이다. 전 지사장은 또 “많은 건설사들이 말로는 서울 강남 수준의 아파트 시공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주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품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대림은 이 같은 약속이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은 광안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참여하며 평당 도급공사비 326만 5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직접 공사비 299만 8000원, 철거비 8만 4000원, 기본이주비 금융비용 18만 3000원을 합한 금액이다. 도급공사비 안에는 아파트 건설과 관계된 일체 비용과 함께 세대별 이사비용 100만원, 각종 빌트인 가전제품 등 마감재 비용이 포함돼 있다.
대림은 이주기간을 개시일로부터 6개월, 철거는 이주완료 후 2개월로 잡았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35개월로 예정했으며 토질여건에 따른 건축비 조정 기준은 일반토사 50%, 풍화암 30%, 연암 20% 등이다. 이 조건은 2006년 6월 착공기준이며 실착공시까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발표 건설공사비지수 중 주택건축지수 변동률이 적용된다.
대림은 조합원 이주비용으로 총 516억원 범위 내에서 세대당 평균 1억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기본이주비는 감정평가를 고려해 최대 3억원까지 지급이 가능하다. 조합운영비는 조합설립전에는 월 1000만원, 설립 후 월 1500만원이 무이자로 대여된다.
조합원 특화 품목으로 대림은 외관 차별화, 로열층 우선배정, 입주후 3년간 무료 서비스, 맑은 실내공기·층간소음 방지 등 에코프로젝트, 에어컨 냉매배관 설치 및 멀티 에어컨설치 등 단치 차별화, 뉴타운 옵션, 단지내 커뮤니티 설치 등을 제시했다. 무료서비스는 가스레인지 필터교환, 욕실 및 세면대 소독, 침대 매트리스 살균소독 등의 오렌지서비스, 단지 내 최상의 조경상태 유지를 위한 그린서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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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결의서를 총회서 무효시킬 수 있나?
지난 9일 치러진 광안2구역 총회는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입찰한데다 나머지 안건도 크게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 총회는 오후 7시부터 시작돼 밤 11시가 조금 못되는 시각까지 이어졌다. 총회 경험이 부족한 집행부의 진행 미숙도 일정부분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 보다 서면결의서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추진위는 총회 전 원칙적으로 서면결의서를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를 총회에서 확정짓기로 합의했다. 이유는 서면 징구 과정에서 노인 등 일부 소유주들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내용을 표기하고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진위는 서면결의서 징구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서면 자체를 무효로 처리하고 총회 현장에서 모든 안건을 처리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추진위원들 사이에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추진위는 무효 방침을 정하고 최종 결정은 총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정리했다.
집행부는 예정된 안건을 상정하기 전, 이 부분을 조합원들에게 물었고 몇몇 주민들은 발언을 통해 찬반 의견을 제시했다. 마침내 거수 표결에 부쳐진 이 건은 대부분 참석자들이 무효로 하는 것을 반대해 그 때부터 서면결의서 내용 확인 작업 및 서면 제출 후 직접 참석한 주민의 것은 제외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광안2구역 총회가 비로소 정상 진행된 것도 그 시점이다.
총회를 진행하다보면 종종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도 있다.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걸린 문제임을 감안하면 다소 지연되는 시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서면결의서 자체를 총회에서 무효화시키려 한 추진위의 결정은 지적돼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대다수 참석자들이 무효에 반대해 정상적으로 총회가 진행될 수 있었지만 만약 찬성표가 많아 서면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성원에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성원에 문제가 없었더라도 서면결의서를 인정하지 않은 총회였다면 조합원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강제로 막은 셈이 돼 총회 결의의 효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 정책위원인 김재철 변호사는“어떤 경우라도 서면결의서 전체를 무효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라며 “개별 결의서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를 문제삼아 전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총회 결의라고 해도 조합원의 의사를 강제로 막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광안2구역 총회는 서면결의서 무효 논란으로 인해 자칫 큰 혼란에 빠질 뻔했다. 최대한 깨끗하게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집행부의 의욕이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원들의 결정은 현명했다. 총회장 주변에서는 일부 세력이 서면결의서를 문제삼아 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서면 무효 결정이 났을 경우 집행부가 이를 조장했다는 의혹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조합원들이 집행부와 전체 사업을 살린 셈이 됐다.
윤규식 기자 2006-06-16 11:4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