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는 유전공학자
예전에 꿈을 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귤 두 개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흔하게 겨울이면 먹을 수 있는 노란색 귤이었고 크기도 같아 보였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 같아서 하나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귤을 깠습니다. 평상시 먹고, 보던 귤이었습니다. 다른 한쪽의 귤도 까서 보았더니 다른 것 같지 않았습니다. 깐 귤을 반으로 쪼개서 먹었는데 나중에 깐 귤에 무엇인가 씹혔습니다. 조금 쓴 맛이었는데 그것을 뱉어 보았더니 글쎄 씨앗이 있더군요. 처음 것에는 없던 씨앗이었습니다.
당시에 이런 꿈을 꾸면서 번뜻 생각이 드는 것이 있었는데 “달콤함만을 주겠느냐? 아니면 그 안에 생명을 담아 주겠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이후에 잠이 깼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씨가 들어있는 귤도 있냐고 물었더니 글쎄? 모르겠는데! 또는 낑깡에는 씨가 있더만!, 오렌지에는 씨가 있는 것을 봤다는 둥의 얘기는 했지만 귤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외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귤에도 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귤에도 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이 긴가민가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 알지만 확실한 것은 귤에도 씨가 있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비이고 이것을 만들어 내신분이 내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 집에 화분을 하나 만들려고 길가에서 흙을 파다가 산세베리아 화분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풀처럼 생긴 것이 나오더니 지금은 제법 자랐습니다. 기둥은 나무처럼 생겼는데 가지를 뻗는 것을 보니 꼭 갈대 잎사귀처럼 생겼고 갈대 잎사귀 끝에는 아카시아 잎사귀 같이 붙어있는 것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이 세상에 머리털 나고 처음 봅니다.
인위적으로 유전공학자들이 뿌리에서 감자가 열리고 줄기에서 토마토가 열리게 만들기도 했지만, 역시 유전공학의 대가 중에 대가는 내 아버지이심을 알게 합니다.
이름이 무엇인지, 나무인지, 풀인지, 꽃은 피는지, 열매는 맺히는지 아직은 알 길이 없지만 신비함을 감출수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처럼 또는 하잘것없는 것처럼 “이게 뭐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하~하~ 웃으며 넘길 수도 있지만 이것은 분명 신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전히 검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사람들처럼 황색도 아닌 것이 약간 검으면서도 황색 빛이 나는데 이들이 전체 인구의 60%인 말레이시아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과 황색의 우리 가정이 살고 있다니 이것은 나무에 갈대 잎사귀가 있는 것처럼 우습고, 갈대 잎사귀에 아카시아 잎사귀를 올려놓은 것처럼 우습지만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거리에서 인물화를 그려주는 한 말레이 화가가 우리가족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 생김새가 말레시아 사람처럼 그려놨더군요. 그 그림을 보며 “저렇게 못생겼나!” 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를 이방인이 아닌 말레이 사람으로 봐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우리가정과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어 다른 삶을 살아갈 나무에 접붙이시고 남촌회사 그리고 여러 친구들과 함께 접붙이시며 신비한 작품을 만들어 놓으셨는데 이런 작품을 내 아버지께서 만드셨습니다.
함께 어우러지며 얼마나 크게 자랄지, 어떤 색깔의 꽃을 피울지, 어떤 열매가 맺혀질지 지금은 너무 작고 어리기에 모르지만 내 아버지께서는 최고의 유전공학자이시기에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실 것이라 믿습니다.
분명한 것은 최고의 작품이 되기 위해 “달콤함만을 주겠느냐? 아니면 그 안에 생명을 담아 주겠느냐?”는 말씀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워도 생명의 언어 곧 말씀을 담고, 사람들을 만나도, 베풀어도, 무엇을 하더라도 생명의 언어를 담아 주리라 다짐해 봅니다.
2008년 새해 모두모두 축복합니다. 행복하세요....
올릴제목
1. 3월 27일 머리에 눌림을 받는 날입니다. 이것을 준비하는 절차와 진급과정을 거쳐야 하는 관계로 2월부터 있는 각종 심사들을 받아야 합니다. 순적하게 진행되게 하옵소서.
2. 학교에서 말레이어 공부를 하다가 공백기간과 머리눌림 일정의 오차들로 인해 올해 1월 여(Yeoh) 선생님으로부터 투션중인데 잘 가르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배우는 아내와 저에게 언어의 진보가 있도록 하옵소서.
3. 장기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3개월마다 싱가포르와 태국을 다니고 있는데, 이 비자 문제가 아버지의 선한 방법으로 해결되게 하소서.
4. 아내가 둘째아이를 임신하여 6월 8일 출산예정입니다. 아내의 건강과 순산하게 하옵소서.
5. 아버지의 말씀에 바탕을 두고 늘 깨어 생활에 게으르지 않도록 하옵소서.
6. 사업의 방향성에 구체적인 모습들이 보이고 동역자들이 세워지게 하옵소서.
7. 말레이시아의 부흥을 위한 무릎의 용사들을 세워 주시옵소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2008년 1월 10일
송00, 정0, 송00 가정 올림

첫댓글 늘 열심히 살고 계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주님께선 이 세상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말로만 하지 않으시고 함께 사심으로써 그 사랑을 보여주셨는데, 전 함께 살아주지 못하니 늘 말뿐인 사랑이어서 낙심하곤 합니다. 우리 창촌 교우들은 선교사님을 한번도 만나지 못해서 서먹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얼굴 한번 보면 괜찮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