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부산외국인학교 도서관에서 이 학교 졸업생 정하룡(왼쪽) 군과 최안규(가운데) 씨가 스콧 졸리 교장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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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영어 광풍'이 몰아치면서 국내 외국인학교의 영어 교수법 및 학습법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학의 여름방학을 맞아 부산 해운대구 좌동 부산외국인학교(Busan Foreign School)를 졸업한 정하룡(19·마이클 정, 미시건대 경영3) 군과 최안규(21·알버트 최,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국제경영3) 씨가 17일 이 학교를 찾았다. 오는 20일 졸업하는 후배들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본지는 한국 교육과정과 미국식 교육과정을 모두 경험한 정 군과 최 씨를 만나 효과적인 영어학습법을 들어봤다.
정 군은 유치원 시절 교환교수로 미국에 간 부모를 따라 3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뒤 귀국해 초등학교 1~2학년을 일반 학교에서 보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산외국인학교로 전학와 고교 졸업 때까지 10년을 다녔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우리말이 간혹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한다.
최 씨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곧 귀국해 한국에서 태어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고교 1학년 때 부산외국인학교에 입학해 이 학교를 졸업했다.
먼저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라
최 씨는 "시쳇말로 '쪽팔리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갖는 것이 성공적인 영어 공부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최 씨가 다니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 어학연수를 오는 한국 학생들이 많은데 영어를 잘 한다는 사람도 정작 미국 사람을 만나면 말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너무 긴장한 탓이다.
정 군도 어느 언어를 배우더라도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 군은 "부산에도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므로 외국인과 만나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은 자기 스스로 기회를 만들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외국인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바람에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수업 후 선생님을 찾아가 쉬운 영어로 다시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과서도 통째로 외워버렸다. 3개월 동안 죽자 살자 영어에 매달리니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책보다 사람들과 부대껴라
최 씨는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보다 실제 외국인과 부대끼며 한 마디를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책에 갇힌 죽은 영어가 아니라 외국인을 만나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최 씨는 외국인학교 1학년을 마친 뒤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지역 고교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영어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생존하기 위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고 발버둥을 치는 과정에서 말문이 터였던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적극 활용하라
정 군은 재미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활용한 영어 공부를 추천했다. 정 군은 "보고 웃고만 넘어가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표현을 어떻게 했는지를 정리하고 익혀야 다음에 실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씨도 일단 영어를 많이 들어 귀를 뚫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최 씨는 "같은 표현이라도 들을 때, 쓸 때, 말할 때 다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상시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라
정 군은 아침에 일어나기 전 '오늘 뭐해야 하지', 아니면 잠자기 전 '내일 뭐하지, 오늘 뭐했더라', 배가 고플 때 '뭐 먹을까'와 같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영어 표현이 몸에 배면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말해야 할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영어가 나오는 비결이란다. 최 씨도 방학 때 귀국해서 영어회화 과외를 할 때마다 '평상시에도 영어로 생각하라'는 주문을 잊지 않는다.
토론을 즐겨라
정 군은 토론 예찬론자이다. 부산외국인학교 고3 때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외국인 학생 4명를 제치고 당선된 경력이 있다. 다양한 클럽(동아리) 활동을 통해 여러 국적의 친구들과 사귀며 토론을 벌여온 덕택이다. 정 군은 "영어를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친구들과 한 가지를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다 보면 말하기에 자신감도 생기도 다양한 표현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원어민 보조교사를 적극 활용하라
최 씨는 최근 은사를 뵈러 중학교를 찾아 갔다가 대부분의 중학교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공짜 괴외교사'로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 음료수를 들고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일에는 부산지역 명소를 안내해주면서 이들과 대화를 통해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부산외국인학교
미국 서부교육감사기구인 WASC(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 and Colleges)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력인증을 받은 외국인 학교이다. 모든 교과과정은 영어로 진행하며 학교 내에서는 영어만 쓰도록 돼 있다. 3세부터 초·중·고교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 국적인 학생에게 입학자격이 주어지고 내국인의 경우 입학생 본인이 해외에서 3년 이상 체류했거나 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자일 때 입학이 가능하다. 2001년부터 매년 졸업생들이 퍼듀대 뉴욕대 코넬대 등 미국을 비롯한 일본 영국 캐나다 인도 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유수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