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공부하고 국가직 9급 우정사업본부 직렬에 합격했습니다. 이 수기는 저처럼 평범한 두뇌를 가진 분들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선택 과목은 행정법, 사회를 응시하였습니다.
각 과목별 느낀 점을 알려드리기 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것입니다. 기본서나 기출 문제집에 수록되어있는 문제에 답 표시를 하지 마십시오. 기본서는 끝까지 들고 가야하는 책임에 이견이 없으나, 기출 문제집도 한 번 풀고 버릴 수 있는 책이 전혀 아닙니다. 계속 봐야합니다. '두 번째로 볼 땐 답이 술술 보여서 의미가 없지 않을까?'란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두 번 볼 때도 문제가 새롭고 세 번째 볼 때도 새롭습니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릴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답을 책에 적어놓고 빨간펜으로 채점을 해버리면 의미가 없지요.
기출 문제집을 펴시고 문제를 풀다가 틀리셨으면 문제 번호 근처에 X 표시를 그으십시오. 찍어서 맞혔거나 소거법으로 맞힌 경우에는 △ 표시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표기를 해두면 회독이 거듭될수록 유난히 X 표시가 쌓인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무조건 오답노트에 수록을 합니다. 다만 '동형모의고사'의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이건 그냥 종이에 대놓고 답 체크하시고 채점하세요. 물론 동형모의고사에서 틀린 문제도 오답노트에 따로 기록합니다.
국어
한자를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제가 막 공시에 뛰어들 때엔 국어 과목에서 한자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적은 편이어서, 그냥 시험에 나오면 한자 문제는 찍자는 마인드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악수였습니다. 문법은 많이 회독할수록 늡니다. 그래서 정말 지엽적인 게 아니라면 합격권 학생들은 거진 다 맞혀요. 비문학의 경우엔 보통 중학생에게 던져줘도 풀만한 난도이고, 문학도 수능처럼 사람 정신 빼놓을 정도의 시 해석력을 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추세를 보면 한자/어휘에서 변별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처럼한자는 상하좌우 정도밖에 모르는 분들은 한자 공부를 시작하기가 귀찮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막 결국 시작이 반이더군요. 매일매일 영단어 외우듯이 꾸준히 보시면 알게 모르게 늡니다. 순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꾸준히 보세요. 그게 답입니다. 이젠 한번 보면 5분 만에 바로 잊어버리는 순우리말도 외워야하는 때가 왔습니다.
영어
너무 중요합니다. 공시에 뛰어들기 전, 영어 베이스가 얼마나 깔려있냐에 따라 합격 기간이 결정된다고 봐야합니다. 익히 들으셨겠지마는 영어의 기본은 단어가 맞습니다. 단어를 얼추 알면 독해의 경우에도 단어만 보면서 해석하는, 감으로 독해를 하는, 이른바 '감독해'가 되니까요.(다만 감독해의 경우 한계가 명확해서 합격하려면 언젠가 버려야하는 풀이법입니다) 이렇듯 단순히 단어는 어휘 문제를 맞히기 위해서 외우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에 유락현 교수님의 어휘 특강을 꼭 들으시라고 권합니다. 교수님이 이 강의에서 잊을만하면 말씀하시는 내용이지만, 단어는 연습장에 손에 힘 빠질 정도로 쓰면서 외우기 보다는 눈으로 외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다만 눈으로 외우는 경우엔 꼭 한국어 뜻을 종이 등으로 가리며 외우시는 걸 권합니다.
문법도 사람을 참 미치게 하는 영역입니다. 영어 문장을 보시고, 출제자가 어디가 틀렸냐고 묻는 건지 감이 안 오시면 아직 문법 공부가 덜 되신 것이 맞습니다. 문법 회독이 어느정도 되시면 문장을 보실 때 어느 부분에 신경을 써야하는지 보입니다. 열심히 문법 공부하셔서 일정 수준에 오르셨다고 해봅시다. 때때로, 옳지 않은 문장을 고르래서 찾고 있는데 눈 빠지게 문장을 봐도 틀린 부분이 없는 것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문장이 옳은 것 같아 답이 없는 것 같으시면 시제 확인해보세요. 제 경우엔 이런 경우 많았습니다.
독해는 아무래도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복잡해서 기운 빠지게 만드는 문장이라도 수식 어구를 다 괄호치고 나면 문장 해석이 쉬워지니까요. 그래서 제 경우엔 독해할 때 슬래시 치고 괄호 치고 별짓을 다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어느정도 영단어를 외운 상태가 전제되어야합니다. 영어는 단어가 절반입니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100분의 시험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과목입니다. 영어를 잘 하신다면 20분 안쪽으로도 끊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에 약하시면 40분 이상을 쓰시기도 할 것입니다. 이 시험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시간 분배가 중요합니다. 본인이 영어가 몇 분 정도 걸리시는지 생각해보시고 실전에서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수시로 생각해두십시오.
한국사
초시생일 때가 생각납니다. 전근대 보고나면 근현대가 기억 안나고 근현대 보고나면 전근대가 기억 안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대체 한국사를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갑자기 전근대&근현대 내용이 머릿속에 우수수 들어오는 때가 있습니다. 마치 불교의 선종처럼... 한순간에 '아!'하고 깨닫습니다. 그러니 큰 걱정마시고, 한국사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한국사는 외워야합니다. 단순히 이해만 한다고 해서 100분에 100문제를 풀어야하는 이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힘듭니다. 다 씹어먹을 기세로 외워버려서 10분 내로 푸시고, 단축시킨 시간을 영어에 할애하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외우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당연히 이해에 기반해서 암기하는 것이 최고겠지요. 다만 제가 여기서 외치는 암기는 연도 같은 것입니다. 미련하게 연도 같은 걸 외워야하나 싶으시겠지만, 외우면 문제 풀 때 정말 시간 단축이 됩니다. 고려 왕 계보도 외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태혜정광경성 목현덕정문순선헌... 나중엔 이거 그냥 주문처럼 외우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입니다. 수험생들 중 절반 이상이 가지고 있다는 J강사님의 필기노트. 이게 몇 년간 굉장히 많이 팔리면서 누구나가 다 가지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젠 시험 출제 위원도 이 사실을 아는지, 이 필기노트에 없는 내용이 시험에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이제는 최상위권에 오르기 위해 기본서 구석에 있는 내용까지 숙지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행정법
국어, 영어, 한국사... 이런 과목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배워온 과목인지라, 익숙합니다. 한국사 기본이론 강의를 처음 들으실 때도 삼국의 전성기 순서가 '백제→고구려→신라'순인 것은 누구나 다 알고 계셨잖아요. 하지만 행정법은 이게 없습니다. 첫장 펼치고부터 보는 용어들이 난생 처음 듣는 것들이니까요. 그래서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개념을 대충 정립하시고 진도를 나가시면 건물 쌓는데 1층 공사가 허술한 채로 2, 3층을 짓는 셈이 됩니다. 저도 1층을 부실하게 공사해서 고생 좀 했습니다.
사회
공무원 사회에서 변별력을 갖추는 문제는 이런 것들입니다. 굉장히 지엽적인 개념의 법과 정치 문제, 계산을 해야하는 경제 문제. 사회문화는 솔직히 말해서... 실전에서 틀리면 안됩니다. 수능의 경우 사회문화에서 빈곤률, 가구수 계산 등으로 변별력을 갖추지만, 공시는 100분에 100문항이란 한계가 있어서 그렇게 어려운 계산 문제가 출제되지 않으니까요. 법과 정치 과목은 정말 뼈빠지게 외우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선택하시는 분 중 십중팔구는 경제를 까다로워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놈의 경제도, 꾸준히 회독하시면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계산 문제도 복잡한 계산이 아니라 단순 산수 정도의 난도로 출제가 되니까요. 계산 문제는 아무래도 수능 경제가 더 어렵게 출제되는 편인데, 수능 문제 풀어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마치면서, 학원에서 매달 있는 모의고사를 꼭 넘기지 마십시오.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어 일종의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버스타고 학원와서 5과목을 100분에 풀고 오는 것만으로도, 실전 시험에서의 긴장감을 크게 줄입니다.
첫댓글 최종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3년의 노력끝에 얻은 합격이니 만큼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멋진 공직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더 축하의 말씀드리며 그 동안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글쓴이입니다. 교육와서 확인해보니 저는 우정직이 아니라 일반행정직이네요. 우정직은 기술직 같습니다~ 단지 저는 우정사업본부에 들어갔을 뿐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