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출연 섭외 (2007.9. 생방송 아침마당)

[김덕길]

KBS 방송출연 섭외 (2007.9. 생방송 아침마당)

오산을 향하는 금요일 장은 오랜만에 바쁘게 뜬 햇살만큼이나 나의 마음도 바빴다. 다름 아닌 "KBS 생방송 아침마당" 제작진이 나를 만나고자 그 먼 전라북도 전주에서 올라오시겠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지역방송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는데, 직접 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나를 찾기까지는 지역신문인 "정읍통문"의 도움이 컸다.
방송 담당 프로듀서님께서 정읍통문을 보시고 시인이 전국을 돌며 뻥튀기 장사를 하는 사연이면 아침마당 방송 출연으로 더없이 좋은 소재일 것이라고 판단하신 거였다.
방송담당 송작가님께서는 나를 수소문하다가 스토리문학까지 연결을 해서 나를 찾다가 결국 내 홈피까지 오셔서 글을 남겨주셨다. 그 고마운 마음에 드디어 연락을 했다.
"그저 세속에 물들어 크나큰 목표도 없이 살아가는 소시민인 내가 아침마당에 나가서 할 말이 뭐가 있겠습니까?" 나의 말에 작가 임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아요. 방송은 그렇게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을 모시는 거지 유명하신 분들 모셔다 자기자랑만 일삼는 그런 사람 좋아하지 않습니다. 꼭 출연해주셨으면 해요."
더위가 많이 가신 날이었기에 오전부터 장을 보려는 손님들로 아파트 알뜰장은 많이 붐볐다. 나는 바로 텐트를 치고 좌판을 펼친 다음 물건을 일사불란하게 진열했다. 혹여, 방송카메라에 쓰레기라도 찍힐까 싶어 여기저기 청소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정오가 지났을 무렵 방송차량이 도착했다. 나이 지긋하신 프로듀서님과 송작가님께서 카메라를 들고 내렸고 이어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나는 손님을 맞으면서 대화에 응해야 했기에 대화는 가끔 맥이 끊길 수밖에 없었다.
"김 시인님은 어릴 때부터 시를 쓰셨나요?"
판에 박힌 질문이다. 어쩌면 이런 종류의 질문을 많이 받았던 터라 오히려 그 질문이 낯설지 않음에 대한 위안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좀 쓰긴 했었죠. 그러나 지금 그때의 시를 보면 참으로 유치하더군요. 다 버렸습니다."
"그럼 글쓰기는 언제부터 하셨나요?"
"제가 글을 쓰게 된 유일한 것은 바로 일기장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써온 일기장이 나에게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정읍신문에 실린 내용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작가의 질문 방향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뻥튀기를 파는 것에 대해서 집중적인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사실은 시인이 뻥튀기를 튀긴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더 작용을 한 것 같다. 자연스레 질문은 시인과 소설가가 된 배경과 그동안 살아온 파란만장했던 내 삶의 여정을 반추하기에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이런 대화는 사실 창 넓은 카페에 커피 마주하며 사랑방 손님처럼 기억을 더듬으며 대화로 풀어야 할 내용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손님에게 물건도 팔아야 하고 시시각각 튀어나오는 뻥튀기도 담아야 하고 정신이 없었다. 한참 동안 인터뷰를 하던 작가도 지쳤는지 말씀이 없으셨다. 이윽고, 프로듀서님께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들어갔다. 방송 촬영을 한다는 소문이 온 장에 퍼지고 지나가던 손님들도 시인이 뻥튀기를 판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물건을 사가기도 했다.
나 혼자 1시간을 생방송 하기엔 무리라며 아내의 출연을 부탁했고 조연출로 나의 글을 좋아하는 팬을 섭외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나와 멀지 않은 거리에서 액세서리장사를 하는 중학교 여자 동창생을 생각해냈다.
"지금 저쪽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부부 중 여자 분이 제 동창이거든요. 그 친구도 제가 시인이라면서 무척 대단하다고 하거든요. 가끔 장에서 만나면 고생한다고 아이스크림 하나라도 더 주고 가려고 하는 참 착한 친구인데 그 친구에게 부탁 한번 해 보실래요? 그 친구 신랑과도 제가 잘 아니까 아마 허락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나의 시 "뻥튀기 파는 시인"이란 시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이 친구였기 때문에 나는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부가 나오는 방송에 여자 동창생이 조연으로 출연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본인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장사가 매우 바빠서 결국 출연은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작진은 차후 답변을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오늘 하루가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돌이켜 보면 뻥튀기 사업을 시작한 1년 반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노점일기를 쓸 때는 이 세상 가장 밑바닥에서 바람벽에 기대고 추위와 더위와 혹은 비바람과 싸우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지만 이제 노점생활이 1년 정도 되어가니 그때의 초심은 많이 변해갔고 이미 글 여기저기에서 진솔한 노점의 현장보다는 문학적 측면으로 글이 흘러가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도 나의 노점장사는 계속되겠지만, 노점일기는 이쯤에서 접는 것이 이 땅의 많은 노점상 상인들에게 도움될 듯싶어 조만간 노점일기의 막을 내릴까 한다. 그리고 다시 노점일기를 쓰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모습의 일기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