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있을까?
남한의 경우 해방과 동시에 크리스마스를 국가공휴일로 정해 지켜왔다. 당시 남한 기독교인은 10만여명으로 전체인구의 0.52%였음을 감안할 때 획기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석가탄신일의 경우 이로부터 30년이 지난 1975년에 들어서야 국가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었다. 반세기 넘게 국가공휴일로 지켜왔던 만큼 남한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기념일 차원을 넘어 연말 연시의 중요한 문화풍속도로 자리잡아왔다.
북한의 경우는 과연 어떨가?
일반적으로 없다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 반세기동안 기독교를 탄압해왔던 나라였던 만큼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방북 인사들이 전하는 내용은 이와 좀 다르다.
북한에 관한한 보수적 논객중 하나인 전 중앙일보 이찬삼 기자의 방북기 <옥화동무 날, 기다리지 말아요>의 한 대목.
“옥화동무, 12월25일이 무슨 날인지 압니까?”
옥화는 잠시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꺼렸다. 눈치를 보아하니 알고 있으나 말을 할까말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온세계가 다함께 축하하는 예수탄생일입니다”
이찬삼 기자는 이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그녀는 북한사회는 크리스마스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가 88년 12월 북한에 처음 취재를 갔을 때 고려호텔에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포인세티아가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이 기자의 발언은 북한사회에 미미하게나마 크리스마스의 존재가 알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사실은 다른 인사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미연합장로교 본부의 김인식 목사의 경우는 호텔뿐아니라 가게나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을 해 놓은 것을 본 경우다. 미연합장로교회에서 아시아교회 지원사업을 맡고 있는 그는 북한을 자주 드나든 사람중의 하나이다.
미 뉴저지 놉폴크대 김동수 교수는 일종의 성탄카드를 받아본 경우. 그는 “한번은 김일성 주석이 아이들을 껴안고 있는 연하장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뒷배경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로 미루어 크리스마스의 존재가 북한땅에 이미 상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몇 달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방북한 언론사 사장단에게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언론사 사장단에게 종교인과 연예인 초청 의사를 밝히면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것. 김 국방위원장이 북한사회에서 갖는 비중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발언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지키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예배 위주의 크리스마스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탄절 예배의 하일라이트는 예수탄생을 주제로 한 설교와 성가대 찬양. 그외에 별도의 행사도 없고 어린이들도 찾아볼 수 없다. 17세이하 청소년들에 대한 종교교육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북한을 방문했던 한 인사는 ‘평화를 가져오신 예수님’이라는 주제의 설교를 들었다고 전했으며 다른 방북인사들의 증언도 동일하다. 미연합감리교회 김효신 목사는 “성탄절과 부활절에 동네사람들을 불러 놓고 축하한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황시천 조선그리스교연맹 국제부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교회의 크리스마스, 부활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기념일은 다른 나라의 기독교인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 이들 기념일이 존재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