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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뱃사공 노래비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한 번쯤은 불러봤음직한 낙동강 처녀뱃사공 노래이다. 애절한 노랫말에 멜로디마저 한 맺힌 서글픔을 자아내는 듯한 이 노래를 들으면 코흘리개 시절에 살았던 나의 고향이 생각나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나룻배 타고 장터를 오가던 남강의 나루터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국민가요라고 불릴 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 노래는 허구가 아닌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더욱 강한 느낌이 되어 다가온다. 이 노래의 배경이 된 실화는 이렇다. 1953년 경상남도 함안군 대산면 악양나루터에 길손들을 나룻배로 건네주며 가난한 살림을 이어가던 박기준이라는 뱃사공이 살고 있었는데 6.25 전쟁이 발발하자 이 뱃사공은 군에 입대하게 된다. 막막해진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집안에서는 고모와 조카 사이었던 두 처녀 박말순(당시 23세)과 박정숙(당시 18세)이 대신하여 나룻배의 뱃사공을 하며 군대 간 오라버니가 제대해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른 바 낙동강 처녀뱃사공이 된 것이다. 세월이 흘러 전쟁이 끝났지만 전쟁터에 나갔던 오빠 박기준은 그만 전사하고 말았다. 그 해 9월경 함안 땅에 피난을 왔던 유랑극단 단장이었던 윤부길씨가 피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면서 가야장터에서 공연을 펼친다. 윤부길씨는 당시에 원맨쇼의 일인자로 인기가 높았으며 우리가 잘 아는 가수 윤항기와 윤복희씨의 아버지다. 다음 날은 대산장터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나루를 건너 악양에 머무르면서 애절한 처녀뱃사공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 곳에서 바로 가사를 짓고 서울로 돌아와 작곡가 한복남씨에게 곡을 만들게 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처녀뱃사공 노래는 1959년 당시의 민요가수 황정자를 통해 대단한 인기를 끌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 1975년경에 금과은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다시 한 번 국민가요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게 된다. 2000년 10월 2일 함안군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노래비를 세웠다. 이 노래비는 함안군 대산면 악양나루터 길변에 세워져 있으며 당시 배를 건너던 나룻터에는 악양교라는 다리가 놓여져 있다. 노래비의 앞면에는 가사가 적혀있고 뒷면에는 유래가 상세히 적혀있다. 다리위에 올라서서 악양나루를 무심히 바라본다. 강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나룻배의 노를 젓는 처녀뱃사공의 모습이 떠오르고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물줄기가 세월의 흔적을 일러준다. 악양나루터는 함안천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노랫말에는 낙동강으로 되어 있으나 정확히는 남강이 맞다. 악양이라는 지명은 빼어난 풍광이 중국의 악양을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말 그대로 이곳은 경치가 참으로 아름답다. 노래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남강변 북쪽 절벽 위에 산과 물이 어우러진 절경을 품에 안은 악양루(岳陽樓)가 세워져 있다.
이 정자는 1857년 철종 임금 8년에 지어 6.25 전쟁때 훼손된 것을 1963년에 고쳐지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전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하고 작은 규모이지만 정자에 올라서면 법수면의 넓은 벌판과 남강의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며 저 멀리 함안의 진산 방어산도 반가운 길손되어 맞이한다. 정자의 이름이 옛날에는 기두헌(倚斗軒)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청남 오재봉(菁南 吳齋峯)이 쓴 악양루(岳陽樓)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악양루로 들어가는 입구에 악양가든이라는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이 바로 악양나루터였으며 이 집 주인장의 누나와 고모가 당시 처녀뱃사공이었단다. 맛깔 나는 매운탕 한 그릇에 허기진 배를 불리며 주인장으로부터 듣는 실감나는 처녀뱃사공 이야기 또한 새로운 별미가 되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처녀뱃사공의 가사는 황정자씨가 취입할 당시에는 모두 3절로 발표되었다. 금과은이 2절까지만 편곡하여 불렀지만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처녀 뱃사공 작사 윤부길/작곡 한복남/노래 황정자 ①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② 낙동강 강바람에 앞가슴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가슴 물결이 이네. 오라비 제대하면 시집보내마 어머님 그말씀이 수줍어질때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③ 낙동강 강바람이 내얼굴을 만지면 공연히 내얼굴을 붉어만져요 열아홉 꽃과 같은 여학생들이 웃으며 서양말로 소근거리면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