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언어 86
추석 명절 잘 보내셨어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가을 맞이를 해야겠네요
아들이나 딸이 결혼할 때 '여우다'라는 말을 씁니다
"큰일 했네. 딸 여웠다면서?"
"아들 여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어?"
이 말은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전라도 사투리입니다
<여의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여의다>는 여러 가지 경우에 쓰입니다
1.죽어서 이별하다
"나는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2.딸을 시집 보내다
"옆 동네 장 씨는 딸 다섯을 여의느라 고생했어"
3.멀리 떠나 보내다
"사랑하는 임을 여의고 밤새 울었다"
또 번뇌나 큰 병을 떨쳐버릴 때도 이 말을 씁니다 "일체의 번뇌를 여의었다"
"그는 소록도에서 나병을 여의고 육지로 나왔다"
종합해서 정리하면, 거처를 완전히 옮기거나 큰 걱정을 떨쳐버릴 때 <여의다>를 씁니다
다른 지역 사람과 혼인을 맺을 일이 생겨 상견례 자리에서 만났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거서 예비 사돈이 "작년에 딸을 여의었다면서요?
그런데 올해 또..." 이렇게 말할 때
"뭐요? 내 딸이 죽었다고요?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됩니다
그분은 '작년에 딸 결혼시키고 올해 또 아들을 장가보내려면 힘드시겠다'는 뜻으로 건낸 인사말이거든요
이런 이유에서 표준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ㅡ명절 보내면서 혹시라도 마음에 생긴 상처가 남아 있거든 훌훌 여의어 버리고 환한 가을 맞이합시다 !
생활언어 87
현수막이나 포스터에 글을 쓸 때 마침표( . )를 찍지 않습니다
또 책이나 인쇄물 등을 낼 때 제목, 부제목, 소제목에도 마침표를 쓰지 않습니다
「한글 맞춤법」에 "표제어와 표어에는 마침표를 쓰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느낌표와 물음표는 써도 됩니다
@현수막이라는 단어가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입니다
현수막을 다른 말로 플래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간혹 프랭카드, 프랜카드, 프랑카드 등으로 잘못 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흔히 잘못 쓰기 쉬운 외래어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ㅡ바톤(바통/배턴), 카달로그(카탈로그), 스치로폴,스티로폴(스티로폼), 피티병(페트병),
런닝셔츠(러닝셔츠/러닝샤쓰), 돈까스(돈가스), 팜플렛(팸플릿), 팬션(펜션),
앙케이트(앙케트), 카추샤(카투사), 샷슈,샷시(새시), 후라이팬(프라이팬),
후라이드 치킨(프라이드 치킨),
후레쉬,후래시(플래시), 알러지(알레르기), 링게르(링거)
*( ) 안에 있는 것이 바른 표기입니다
괄호 안에 단어가 두 개 써있는 것은 둘 다 표준어입니다
생활언어 88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등이 깊고 굳을 때는 <두텁다>를 씁니다
"수성동 황 씨와 지노 형님은 친분이 무척 두터운 사이야"
"김 집사는 신앙이 두텁다"
"최홍장 선생님의 두터운 은혜를 잊지 못한다"
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뜻일 때는 <두껍다>를 씁니다
"날이 추워졌어. 두꺼운 옷을 입어야겠다"
"삼순이는 입술이 두꺼워서 섹시하게 보인단 말이야"
"그런 말을 하다니 낯가죽이 두껍기도 하네"
대체로 눈에 보이는 것에는 두껍다를,
보이지 않는 것에는 두텁다를 쓰면 됩니다
생활언어 89
입맛을 당기게 하거나 감정을 일으키고 부추길 때,
또 높아지게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돋우다>입니다
"운동이 식욕을 돋운다"
"화창한 날씨가 밖에 나가도록 마음을 돋우네"
"쟤가 내 내 화를 돋우게 하는구먼"
"순자는 발끝을 돋우어 창밖을 내다 보았다"
"호롱불의 심지를 돋우다"
"벽돌을 돋우다"
"호기심을 돋우다"
"신바람을 돋우다"
"목청을 돋우다"
안경의 도수를 높게할 때 쓰는 말은 <돋구다>입니다
"눈이 나빠져서 도수를 돋궜다"
"안경을 돋구니 예전보다 잘 보인다"
정리합니다 안경의 도수를 나타낼 때만 <돋구다>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돋우다>를 쓰면 됩니다
생활언어 90
한자는 같은데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발음과 표기가 달라지는 단어가 있습니다
'일체'와 '일절'이 그것입니다
<일체>로 읽으면 온통, 모두라는 뜻이 되고,
<일절>로 읽으면 전혀, 도무지라는 뜻이 됩니다
"가전제품 일체를 들여 놓았다"
"새치기는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일체>는 주로 명사로 쓰이면서 긍정적인 말과 어울립니다
"이 사건에 대한 일체의 책임은 내게 있다"
<일절>은 부사로 쓰이면서 부정적인 뜻을 가진 서술어와 어울립니다
"다른 사람은 이 일에 일절 참견하지 마세요"
ㅡ선술집이나 포장마차에 이렇게 적힌 문구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안주 일체" "안주 일절"
일체가 붙으면 안주가 모두 준비되어 있다는 긍정적인 뜻이 되고,
일절이 붙으면 준비된 안주가 전혀 없다는 부정적인 뜻이 됩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지만 쓰임에 따라 정반대의 뜻이 되니까
잘 구분해서 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