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가는길
낭만의 도시, 핑크빛도시로 알려진 카주라호는 기대했던 것보다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조용한 소도시가 특이한 유적을 기회로 삼는 관광지로 변하면서 온갖 상술로 덮여있는 느낌이다.
가게에 전시된 물건들, 판매하는 물건들이 성행위의 조각상들인 것이 다른 도시와의 차별점이지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에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버스표와 기차표 예약을 숙소(그린하우스)주인 니키에게 수수료를 주고 예매를 해두고, 버스시간이 되어 사트나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는데, 버스를 탈려고 버스표를 주니, 버스 승차권이 아니라고 한다(그냥 타겠다고 하니, 예약 안하면 못 탄다고 해서, 숙소 바로 뒤에 버스스탠드가 있으니까 내가 예약하겠다고 해도, 예약해주겠다고 해서 돈을 주고 표를 받았는데) 숙소로 돌아가 항의를 하려 했더니, 버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니키는 어디로 가버리고 종업원은 모르겠다고만 한다,
그냥 좀 속아주기로 하고, 다시 버스표를 끊어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로컬버스의 상황은 잔시에서 카주라호에 올 때나 비슷하다,
중간의 버스스탠드에서 잠깐 쉬는 사이에 내려서 먹을 것을 조금 사고 있는데, 경찰이 죄수 두명을 수갑을 채우고 걸어온다.
그 번잡함 속에서도 죄수들은 참 당당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피우고 지나가는 사람들하고 서로 너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수갑을 차고 있지 않다면 도무지 저 사람이 죄수로 잡힌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얼굴에 아무 그늘도 근심도 안 보이고 그냥 속없는 장난꾸러기 같다.
나만 황당할 뿐 인도사람들은 아무도 황당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또 이방인이다.
3시에 카주라호를 출발한 버스는 오후 7시에 사트나에 도착해 기차를 기다리는데, 7시 30분 도착 예정인 기차는 오지 않고, 언제 기차가 올지 몰라 혼자인 나는 화장실도 못가고 컵라면처럼 생긴 것을 컵라면인줄알고 사먹었더니, 튀김과자에 이상한 쏘쓰를 넣고 물을 부은건데, 맛이 이상하다. 내 표정이 이상했는지, 기차를 기다리던 서양 청년들이 나를 가리키며 낄낄댄다.
차는 9시에 도착했다. 그래도 3A로 표를 끊어서 게스트하우스보다 더 깨끗한 담요를 깔고, 아무도 건들지 않는 침대에서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쾌적한 잠을 자고, 아침 7시에 바라나시 졍션역에 도착했다. 릭샤를 타고 고들리아로 가서 배낭을 메고 헤메다가(바라나시의 골목길은 정말 완벽한 미로다, 델리 빠르간즈의 골목길과는 비교가 안된다) 바바 게스트 하우스에 겨우 숙소를 정했다.
바라나시-1
바라나시!!!!
인도를 대표하는 도시,
도대체 바라나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바라나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까???????????????
바라나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대단한 위인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차라리 바라나시를 설명하지 않고 그냥 빈칸으로 넘어가고 싶다.
나는 내가 본대로만 그냥 나열해 본다.
오르차의 조용함과 정 반대되는 도시(그렇다고 서울이나, 델리, 뭄바이와 같은 번잡함은 결코 아니다!!)
찌는듯한 더위(정말 날씨가 숨막히듯이, 자이살메르의 사막보다 더 심하게), 한시간도 안 지나서 거의 숨이 막힐 듯 한 날씨
거의 평균적으로 한발자국을 걸을 때마다 한 사람씩 말을 건네 오는 사람들(조금 과장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거지들, 릭샤꾼들, 가게주인들, 어린이들, 안마사들...
인도 전역에서 걸어서(그 넓은 나라의 그 먼 거리를) 거지꼴로 도착해서 성수(聖水)의 혜택을 입고자하는 어마어마한 인파들
곳곳에서 최대한 볼륨을 높여 틀어놓은 음악소리들의 혼합된 소음들
가트를 내려가는 계단마다 찌그러진 그릇하나씩을 들고 자비를 구하는 늙은 거지들..
그 사이를 누비며 똥을 싸고, 오줌을 갈기며 다니는 소들
갠지스강(강가강:어머니의강)!!!!!!!!!!!!!!!!!!!!!!!!!!!!!!!!!!!!!!!!!!!!!!!!!!!!!!!!!
그 강에 온몸을 담그고 목욕하는 물소들
그 강가에서 24시간 내내 끊임없이 시체를 태우고 그 재를 그 강으로 보내는 사람들
그 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그 강에서 그 강물을 두 손으로 모아서 입에 한 모금을 마시고 두 손을 모아 정성스럽게 기도하는 사람들
그 강물로 온 몸을 씻고 있는 사람들과, 바로 그 옆에서 빨래를 비누칠해서 내리치는 사람들
그 물로 이를 닦고 정말 경건해서 나까지 경건할 수밖에 없는 자세로 기도하는 사람들..
수 천리 떨어진 먼 곳에서 평생의 소원으로 강가강을 보기위해 순례의 길에 올라 이제 그 성수의 기쁨으로 충만한 사람들
밤마다 강가의 가트에서 열리는 바라문의 제사에 몰려드는 사람들
성지 순례자를 위해 큰 솥에 죽을 쒀서 나눠주는 모습들
눈에 보이는 이것들을 우리는 인도의 모습, 바라나시라고 규정 지을 수 있을까???

순례객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밥

배식

이렇게 먹는다

인도식의 별미, 도사

완성된 도사

가트풍경

가트로 가는 길목의 거지들

가트로 내려가는 길목의 거지들

가트로 내려가는 길

가트풍경

목욕하는 여인들

강가강에서 영혼을 씻는 사람들


순례객들

순례객
화장터
라나시에서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도사람들은 겐지스강(강가강)이겠지만,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화장터다.
바라나시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화장터를 보기위해 서둘러 숙소를 출발했다. 그러나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골목길은 정말 신문 퀴즈에 나오는 미로의 길 찾기 수준이었다.
헤메다보니 한 인도 청년이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어차피 이 골목길에 들어선 여행객이 찾고자 하는 길이 그 길 밖에 다른 길이 뭐 있겠어요~~) 고맙기는 한데, 이 청년은 또 뭘 댓가로 요구할까 겁은 좀 난다. 그래도 따라가다 보니 요술처럼 바로 강가의 가트가 나온다. 그 청년이 오라는 대로 따라가니 어떤 건물의 3층으로 올라갔는데 그 건물에서 내려다보니 화장터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강가로 들어오는 입구쪽에 천으로 덮여 들것에 놓인 시체들이 줄지어 있고,
그 앞에는 그 들것을 들고 가서 시체를 들것채로 강가강에 담갔다가 꺼내는 사람들,
곳곳에서 시체가 타고 있는 모습들, 시체가 타는 매케한 냄새, 시체 타는 연기들,
내가 보고 있는 곳에서는 10여 곳에서 시체를 태우는데, 곳곳의 진행상황이 다 다르지만 그 상황이 제대로 다 보인다.
시체가 다 타고 그 재를 강가강으로 던져버리고 새로 장작을 쌓고 그 위에 천으로 덮인 시체를 놓고 발쪽에 불을 붙여 타들어가기 시작하고, 일하는 사람이 덜 탄 부분을 쇠꼬쟁이로 뒤적거리는데, 하체는 다 타고 상체만 남아 뒤집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통만 남아서 뒤집어지기도 한다.
뒤집는 사람이 하체만 탄 시체를 뒤집자, 방향을 바뀐 시체의 상체와 머리 아래에서 불길이 오른다. 장작을 태우나, 사람을 태우나, 그냥 똑같은 무감동의 일상이다,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우는 장작을 계산한다. 저울로 다는데 한쪽은 나무를 한쪽은 돌맹이를 얹어서 장작의 무게를 계산한다. 이러한 일들은 구경꾼들에게만 특이해 보일뿐 이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이다.
곳곳에서 눈물을 찔끔거렸던 것과는 반대로 나는 그저 담담하게 시체가 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보는 생소함인데도 익숙함처럼 시체가 타는 모습을 그냥 받아들이며 단지, 나를 지켜보는 인도 청년만 의식했는데, 나무 값 200루피를 요구한다. 사진을 찍게 해주면 200루피를 주겠다고 해도 사진은 안 된단다, 나도 사진을 못 찍으면 200루피는 안 된다고 맞서서 결국 사진은 못 찍고, 20루피를 주고 그냥 나왔다. 이 사람들에게는 화장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는 것이 참 싫은가 보다...

배에서 바라본 가트

순레객을 위해 준비한 물통들

무슨 행렬??? 나도 몰라, 그냥 길에서 만난 행렬

화장터의 장작들-이 사진을 찍었더니 노 젓는 사람이 눈을 부릎뜬다.

화장터-우측의 재는 화장을 하고 난 재... 이쪽 방향으로 사진기를 돌렸다가 매우 야단 맞음-더 우측은 촬영불가
바라나시-2
바라나시를 보면 인도를 다 본 것이고, 바라나시를 보지 않으면 인도를 못 본 것이라고 평가를 하는데, 나는 바라나시에 왔지만 바라나시를 보지 못했다. 인도에서 가장 인도다운도시 바라나시, 내가 일주일을 머물기로 계획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달까지도 머물 것도 각오(?)하고 왔던 도시에서 나는 패잔병처럼 3일 만에 보따리(베낭)을 꾸렸다.
강가강이 행복을 줄 거라고 믿고, 아무런 검증없이, 그 먼 길을 오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다, 행복을 보장하는 물속에 온 몸을 담그고, 그 물을 조그만 물통에 담아가지고 가서 큰 물통에 물을 받아 성수를 한방을 떨어뜨려 온 식구가 그 물에 몸을 담그면 모두가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는데~~~
인도에서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인도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구경꾼의 입장에서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인도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런 한심함속에 빠져서 살아가지는 않을까???
공리(公理)라는 것, 증명할 필요 없이 진리라고 믿어버리는 것들이 우리 삶에서도 정말, 진실일까????
누구나 보편적 가치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정말 가치 있는 진실한 것일까??
정말 삶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의 여행은 이 삶의 진실을 향해가고자 한다...
첫댓글 아~~바라나시여~~
거리의 거지가 너무 많아서 마음이 짠~ 하네요..
그래도 인도가 우리보다 행복지수가 높다하니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주진 않는가 봅니다...
다행스런 일이지요..
거지가 너무 많아 도망다니기 바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