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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제주국제철인3종 경기대회(2010.7.13.)를 마치고..
무슨말 부터 시작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올림픽코스, 하프코스까진 대회 다음날 바로 대회후기를 썼지만 제주 국제철인3종 경기대회 후기는 쉽게 정리가 되질 않는다. 아직 제주대회를 완주했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써야 된다. 왜냐면 후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대회 참가하고 싶어도 여건상 같이 하지 못한 보철가족들에게 부족한 글솜씨지만 대회의 현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럼 이제 5박6일의 기나긴 제주국제철인3종대회의 여정을 시작해 볼까 한다.
계장님의 배려로 평소보다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서 어제 저녁에 챙겨둔 철인대회준비물 가방과 싸이클을 차에 싣고 세정주차장으로 4시까지 도착했다. 하늘이 이렇게 맑은데 주말에 제주도에 비가 온다는 날씨예보가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세정주차장에서 수환,동훈,주현쌤, 경철의 진우행님과 나 이렇게 다섯명은 바다누님의 배웅을 받으며 부산연안여객터미널로 출발했다. 여객터미널에서 경주철인클럽을 만나 라면과 김밥으로 허기를 채우고 통닭과 피자를 시켜서 설봉호에 승선을 했다.
우린 3등실에서 잠자기 좋은 자리를 잡고 제주도를 향한 12시간의 긴 여정을 시작하였다. 경철과 치킨, 통닭에 약간의 알콜을 가미해서 친목을 도모하고 고스톱으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진우행님은 벌써 잠자리에 들었고 우리도 하나둘 잠을 청했다. 하지만 에어컨이 너무 강해서 추워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기계소리 때문에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내년에 배로 가게 된다면 꼭 긴팔과 긴바지를 준비해야겠다.
그렇게 우린 토요일 오전 6시에 제주항에 도착했고 비행기로 오시는 회장님을 태우기 위해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8시가 좀 넘었을까 공항게이트를 나오시는 회장님을 보니 어찌나 반갑고 안도가 되는지.
회장님을 태우고 이미 제주도에 연수차 도착해 있는 명수형을 태우러 ICC센터로 갔다. ICC에서 명수형을 태우고 늦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서 삼보식당으로 갔다. 고등어 조림과 칼치조림으로 유명한 회장님이 추천한 가게였다. 배도 고프고 음식을 맛깔나게 해서 공기밥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모른다.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삼보식당 앞에서 사진을 찍은 후에 선수등록을 하기 위해서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다. 선수등록을 하고 엑스포에서 카보샷과 필요한 부품을 사고 난 뒤 우리가 2박을 할 중문에 있는 그랑빌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안에는 작은 수영장과 퍼팅 연습장이 있는 이국적인 펜션이었다. 우린 방을 치우는 동안 밖에서 퍼팅등으로 긴장된 맘을 달랬고 숙소로 들어가서 대회 물품들을 챙겼다. 헬멧에 번호표를 붙이고 싸이클에도 번호표를 붙이고 유바도 조이고 근데 유바가 자꾸 논다. 이러면 분명히 싸이클 검차를 통과하지 못할텐데 유바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회장님이 지오싸이클에 맡기고 경기설명회에 가자고 하신다. 싸이클을 수환이 형차에 싣고 월드컵경기장으로 가서 지오싸이클에 싸이클을 맡기고 경기설명회장으로 간다. 방향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겨우 경기설명회장을 찾을 수 가 있었다. 이미 많은 동호회 사람들이 설명회를 경청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경청을 하였다. 수영 800m,300m,800m 의 부표를 2랩하고, 싸이클은 1랩, 런은 14km 3랩하면 마친다. 이중에서도 걱정 되는건 제주도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혹 수영을 못하게 되면 어쩔까란 생각이당. 여태까지 수영이 취소된건 2번인가 3번정도 인 것으로 알 고 있다. 제발 낼 수영할 수 있기를.
하지만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시련이 수영뿐만이 아니란 걸 아는데 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오싸이클에 맡겨놨던 싸이클을 찾고 정비하는 중에 나의 카본 핸들바에 유바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내가 넘 강하여 볼트를 조여서 약간 크렉이 난 걸 알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유바가 잘 고정된 걸로 만족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온 뒤 바이크와 런 물품백을 들고 싸이클 검사장이 있는 중문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싸이클 검차를 통과하고 바이크와 런 물품백을 맡기고 저녁을 먹으러 고구려란 전복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이곳 역시 회장님이 추천한 곳. ㅋㅋ 파전에 전복삼계탕을 먹고 낼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서 장을 보러갔다. 여기서 난 바이크스페샬 푸드를 위해서 황도 한통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서 스페샬푸드 봉투에 스페샬 음식을 넣어두고 항상 대회전날 그래왔던 것처럼 피자를 시켜서 다음날 대회를 위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난 잠이 보약이기 때문에 형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4시쯤 수환이 형이 일어나라고 한다. 일어나자마자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분다.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일어나보니 벌써 밥상이 거의 다 차려졌다. 난 원래 아침을 많이 못 먹는데 회장님이 억지로라도 먹어야 된다고 해서 김치랑 김이랑 된장찌개로 꾸역꾸역 한그릇을 비웠다. 슈트를 입고 목주위와 겨드랑이 주위에 바세린을 바르고 슈트를 입었다. 회장님을 비롯한 우리 6명은 5시반 쯤 숙소를 나섰다.
비도 내리고 날도 어둡고 긴장감이 몰려 온다. 바꿈터에 가보니 이미 많은 선수들이 와 있었다. 자전거를 점검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분주하다. 수영출발을 하기 위해서 중문해수욕장으로 내려갔다. 자원봉사자들이 입수하지 말란다.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근데 동훈이 형이 작년엔 이 파도보다 더 심했지만 수영을 했다고 해서 마음을 가다듬기 위새서 저 멀리 부표를 바라본다. 근데 상황실 방송에서 공지사항을 알려준단다. 풍랑주의보로 인해 수영은 취소한다라는 방송 여기저기서 한탄이 섞인 소리가 나온다. 몇몇 선수들은 아쉬운지 바다로 뛰어든다. 하지만 어쩌랴 수영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밖에..
8시에 싸이클 출발하려면 한시간 넘게 남았다. 싸이클은 선수 먼저 출발하고 여자선수가 출발 그리고 배번 역순으로 3초간격으로 출발한다. 8시까지 기다리는 내내 소변을 얼마나 많이 봤는지...
이제 8시다 박병훈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출발하고 여자 선수들이 출발하고 이제 나도 싸이클 위에 있다. 차분하게 패달링을 해본다. 확실히 수영을 안해서 인지 패달링하기가 쉽다. 그렇게 싸이클을 타고 30km 지점에서 유바에서 핸들바로 바꿔잡을려고 하는데 오른쪽 핸들바가 덜렁거린다.
이런~~ 평생에 한번이라도 일어나지 말아야 될 일이 벌어졌다. 어제 약간 핸들바에 크랙이 났었는데 도로 요철을 지나면서 충격이 갔나보다. 핸들바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순간 대회를 완주하지 못하면 어쩌지란 걱정이 앞선다. 제발 핸들바야 떨어지지말고 붙어만 있어 다오란 간절함으로 라이딩을 하는데 이번에 왼쪽핸들바마져 덜렁거린다.
미쳐버릴 것 같다. 그나마 유바만이라도 잘 붙어있어줘서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그런 낙천적인 생각이 나오는지. 브레이크를 잡을때나 기어변속을 할때 핸들바가 혹시라도 떨어질까봐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한쪽팔은 유바에 걸치고 한쪽팔은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우여곡절 끝에 93km지점 스페샬푸드지점까지 도착했다. 황도 한통을 까서 다 먹고 밥 먹는 것은 포기했다. 계속 유바를 잡고 숙여서 왔더니 왼쪽 허리부분이 너무 아프다. 싸이클 타면서 이렇게 허리가 아픈적은 없었는데 이러다가 완주나 할 수 있을까. 하나둘 스페샬푸드지점에서 떠나는 것을 보고 허리를 한번 더 스트레칭 한 후에 나도 출발했다. 어느정도 라이딩하니 제주대회하면 들었던 돈네코가 나온다 3km의 긴 업힐 하지만 난 한번도 내리지 않고 올라갔다. 유바를 더 이상 잡을 수 없으면 유바에 부착된 발꿈치 거치대를 잡고 한발 한발 패달링을 해서 돈네코 정상에 오를수가 있었다. 많은 자봉들이 파이팅이라고 외쳐준다. 이제 동훈이형이 얘기해줬던 낙타봉이다. 3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속을 가면서 고글은 소용이 없었다. 시야가 확보가 안되니 패달링이 안되면 오르막이고 잘되면 내리막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나아간다. 어느정도 지났을까 내리막의 시작이다. 동훈이 형이 얘기했던 20km 내리막이다. 오른팔은 유바에 걸치고 왼쪽팔로는 브레이크를 조심스래 잡으면서 속도를 내본다. 여기서 많은 선수들을 재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겁도 없이 내렸왔던 것 같다. 긴 내리막을 내려오니 안개가 걷혔고 시야가 확보된다 긴 휴식때문인지 다리에 힘이 붙는다. 크랭크를 큰 기어 넣고 신나게 밟는다. 하지만 160km지점부터 패달링이 안된다. 훈련이라고 해본게 100km 라이딩 몇 번 정도였으니 이만큼만 해도 잘한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본다. 패달링을 계속하다보니 저 멀리 월드컵경기장이 본인다. 그리고 형들이 날 걱정할꺼란 생각이 들어 마라톤을 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형들을 찾았다. 저 멀리 명수형이 달려오는게 보인다. 명수형 옆을 지날 때 명수형 파이팅이라고 불렀다. 명수형이 날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날 걱정했구나.ㅋㅋ 바꿈터로 가서 자전거를 맡기고 런닝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파워젤3개를 뒤에 넣고 달린다. 이제 달리기만 완주하면 난 제주도에서 철인이 될 수 있다. 첫 번째 반환점까진 내리막이라 쉽게 달리수가 있었다. 무조건 자정안으로만 들어가면 된다면 맘으로 달리지만 언덕을 만나자 걷고 있는 날 발견했다. 명수형이 걷지 말고 뛰라고 한다. 천천히 조금씩 달려본다. 하지만 이내 걷는다. 언덕은 왜이리 많은지 오르막이 나오면 걷고 내리막이 나오면 뛰고 이렇게 두 번째 반환점을 도는데 옆에서 보문철인클럽에서 왔어요? 하고 누가 물어본다 옆을 보니 포항철인클럽에 박석윤철인이다. 한번도 뵌적이 없지만 우리 보철식구들을 잘아는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자신도 체중이 늘어 오늘은 무리하지 않는다면서 같이 동반주를 해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고맙던지...
보급소에 바나나와 콜라에 질렸던 나에게 월드컵경기장 반환점 근처 포항클럽 보급소에서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주신다. 포항 보급소에서 미숫가루며 수박 아이스크림 빵등을 염치없이 얻어먹고 정말 힘을 낼수가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뛰는게 편해졌다. 이제 마지막 반환점을 돌고 뛰어가는데 누가 내이름을 부른 것 같다.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뛰는데 다시 누가 내이름을 부른다. 호민아~~ 이미 어두워진 시간 저 멀리서 훈짱인 수환이 형이 날 부른다. 다리를 절뚝절뚝 거리면서 온다. 형이 여기까지 왠일이세요. 나를 마중하기 위해서 양쪽 다 쥐가 나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30분을 걸어왔단다. 감동이다~~~ 저 멀리 300m 만 가면 올림픽 경기장이란 이정표가 나온다. 드디어 다 왔다. 수환 형이 동훈 형한테 전화를 해서 회장님이랑 마중 나오라고 한다. 박석윤 철인을 먼저 보내고. 우리 6인의 용사는 6명의 이름이 적인 현수막을 들고 같이 결승점을 통과한다. 형들은 그렇다 쳐도 내가 완주못하면 어쩌려고 현수막에 내 이름까지 적었을까? 뒤풀이에서 회장님께 물어봤더니 완주할 줄 알았단다. 그만큼 날 믿어주는 회장님이 고맙기도 하고 선견지명이 존경스럽다. 결승점을 보는데 아주 잠시지만 가슴 저 깊은곳에서 뭔가 뭉클한게 느꼈졌고. 결승점을 통과한뒤 완주메달을 걸고 시원한 물세례를 받는다.
드디어 끝이 났구나.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나에겐 철인3종의 새로운 시작이다.
철인3종만큼 날 이렇게 감동시킨 스포츠는 없다. 난 평생 철인3종 운동을 계속 할꺼고 열심히 연습해서 30대후반엔 엘리트선수가 꼭 되고 싶다. 2009년 울진대회로 첫 입문을 시작해서 2010년 서울대회,태백대회,춘천하프, 제주도킹코스. 넘 일찍 킹코스를 완주한건 아닌가 하지만 여기까진 나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보문철인클럽에 용기를 내서 가입을 하게 됐고 회장님 이하 보철가족들이 있어서 시행착오도 덜 겪었고 철인3종이란 스포츠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아직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첫댓글 훌륭훌륭짝짝짝 나도 곧따라갈테니 잘이끌어주삼 선배님
원장님이 만약하신다면 저보다 더 좋은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을겁니다.^^
감동이다!
악조건속에서 이겨냈고 풀코스 완주없이 아이언맨이 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인데
도전정신이 대단합니다. 동생을 보면 힘이 저절로 난다.ㅎㅎㅎ
이제 시작입니다. 선배님 잘 이끌어 주시고 보문철인클럽의 차세대주자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당. 필승..
완주기 잘 읽었습니다.
연말 후기시상 후보작으로 등록되셨습니다.
(대회 도중 주로 중간에서 싸이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반드시 메카닉을 찾아 도움을 받기 바랍니다)
완주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 미케닉을 부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던것 같습니다. 젤 중요한건 사전 점검임을 다시한번 명심할 수 있는 대회였던것 같습니다.
호민철인의 또다른 도전이 기대됩니다...
첫 완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오빠의 열정 정신 너무너무멋져요.. 늘 부상조심하시고 오래도록 즐철하시길 바래요^^
진짜 멋진사나이 정호민 무사완주 진심으로 추카해 앞으로 더욱더 멋진모습기대할께!!!!
새내기 철인으로서..마라톤 풀코스를 한번도 뛰지 않고...수영3.8키로 이상 한번도 해보지 않고....싸이클 150키로 이상 한번도 타지 않고..클럽 훈련만으로 아이언맨에 도전하여 완주하였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어 약간 미사여구 첨가하여 KTS게시판에 K-SWISS후기 응모작으로 올려 봄이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