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필경사 바틀비 (문학동네)
저자: 허먼 멜빌
발제: 결락(김명훈)
장소: 김해 오광대 홍보관, 또는 줌 수업
일시: 2021. 5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
소극적이지만 치명적인,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주인공 바틀비는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외에 다른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거부한다. 미국 최고 갑부 존 제이컵 애스터-변호사-필경사로 이어지는 권력과 고용의 사슬을 거부하고, 계약에 기초한 사회질서를 거부하고, 해고된 뒤에도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음으로써 사적 소유를 거부하고, 심지어 밥 먹는 것조차 거부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소극적이다. 그저 자기에게 요구되는 것을 “안 하는 편을 택”할 뿐이다. 왜 그러는지는 끝내 알 수 없다. 그는 “석고상”이나 “유령” 또는 “주검” 같고 “정상적으로 인간다운 데가” 없는, 불가해한 타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불가해함이 작품 속 다른 인물이나 독자에게 미치는 파장은 “왜?”라는 질문이 거듭될수록 위력을 더한다.
바틀비가 무언가를 “안 하는 편을 택”할 때마다 그 무언가를 하는 걸 당연시하며 살아온 이들은 자신의 존재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된다. 화자인 변호사는 여기에 위협을 느끼고 도망친다. 바틀비의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의 대상은 근대의 합리성,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과 노동, 작가의 창조적 자유와 권리 등 무한히 확장될 수 있고, 어떠한 문제의식으로 읽든 우리는 근대사회의 작동 원리를 내면화한 현대인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출처-알라딘)
5월 독서토론회는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입니다. 「모비 딕」의 한국 제목은 「백경」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옛날 주말의 명화에서 영화 「백경」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일평생 흰 고래 모비 딕을 쫒는 선장 역을 확실치 않지만 그레고리 펙이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흐릿하네요.
여튼 5월은 「필경사 바틀비」로 정했습니다. 멜빌이 1853년에 발표 된 작품이지만 170여 년이 흐른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여전히 많은 바틀비들이 삶 속으로 꾸역꾸역 출근하고 삶의 바깥으로 퇴근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읽어 보시면 아실테지만 무엇이든 '안 하는 편을 택하는' 주인공 바틀비는 끝내 퇴근도 거부합니다. 낙오와 소외를 온 몸으로 체현하는 충성스러운 바틀비는 어느 때의 나, 또는 지금의 나와 어느 부분을 닮았을까요?
'하느냐, 안 하느냐'의 선택에서 결국 '하는 편'을 택해야 하는 생존의 비굴함은 자본주의의 미덕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미덕을 오히려 즐기는 경지까지 와 버린 초능력자들과는 별개로 살아 남고싶은 누구에게는 바틀비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는 필경사가 되어 줄 겁니다.
「살아 남은 자의 슬픔」도 건너 뛰고 「햄릿」도 건너 뛰었습니다. "안 읽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러지 마세요. ㅎㅎ
5월 독토는 어떤 식으로든 무조건 합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첫댓글 조건 없는 독서 토론회.
꼭 이루어 지기를 빕니다.
필경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독서토론은 안하는 것을 택하지 마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