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산제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악인들의 가장 큰 바램은 무사고 산행이다. 매년 2월로 들어서면 서울 근교 산은 무사고 산행을 기원하는 산악회들의 시산제로 북적거린다. 始山祭란,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여 겨울내 움추렸던 마음을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해의 산행을 시작하는 의미에서, 주로 산악단체들이 치루는 행사로 한해의 새로운 산행이 시작되었음과 산행을 함에 있어 무사고를 기원한다. 2. 제수의 준비 산제의 제수는 돼지머리는 와 북어, 시루떡, 3가지 색 이상의 과일, 초 2자루와 향, 술 등이 기본이다. 과일은 '홍동백서'라는 유교식 제사 상차림처럼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에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돼지머리는 서쪽, 떡은 동쪽에 놓는다. 돼지머리가 놓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음식과 상차림의 방법에 있어 일반 젯상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술은 반드시 막걸리를 써야 한다. 소주가 휴대하기 편하다고 하여 소주를 쓰는 산제는 올리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정성스럽게 깔은 돗자리 위에 젯상을 마련하고 젯상 앞에 분향을 위한 향로를 준비하면 제수의 준비는 다 되었다. 또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산악회가 아닌 경우에는 돼지머리를 생략하기도 한다. 3. 시산제 순서 모든 준비가 끝나면 이제 산제를 지낼 차례이다. 산제의 순서는 유교식 제례순서인 강신(降神), 참신(參神), 초헌(初獻), 독축(讀祝), 아헌(亞獻), 종헌(終獻), 헌작(獻爵), 소지(燒紙), 음복(飮福)의 순이다. 강신이란 초혼관이 된 산악인(회장)이 산신에게 산제를 지내게 된 연유를 고하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초혼관이 허공에 손짓을 해가며 산신을 모셔오는 시늉을 할 때 산제 참가자들은 모자를 벗고 옷깃을 여미는 등 예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런 순서가 참신이다. 초헌은 산신에게 첫잔을 올리는 순서로서 대개 제주(회장)가 하며 술은 한 잔 올리며 절은 두 번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다음 독축을 할 때는 제주가 먼저 지난 한 해 동안 사고 없이 산에 다닌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시하고 올해도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등 소망사항 등을 고한다. 아헌은 두 번째 잔을 올리는 것으로서, 대개 부회장이나 열성회원, 고령회원이나 이에 준하는 회원 또는 초청인사들이 맡고 있다. 종헌은 제주가 맡아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한 해 산행의 개근회원이나 최연소자가 맡는 경우도 있다. 종헌이 끝난 후 산제에 참가한 사람 중 절을 하고 싶은 회원이 있으면 누구라도 잔을 올리고 예를 표하는데 이 순서가 헌작이다. 음복<또는 철상(撤床)>은 제사상의 음식을 참석자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 먹는 게 기본이며, 제사상의 음식을 먹으면 연중 탈이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철상의식이다. 제문을 태워 날리는 소지를 마지막으로 산제는 끝나게 된다. 소지는 제문에 쓰여진 기원이 산신령님께 전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경건하게 치러야 하며, 불티 관리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시산제는 제수 및 제문의 준비와 올바른 절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산제를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한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기 위해 지내는 시산제는 경건한 자세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지내야 한다. 제사를 올리는 동안 웃고 떠들거나 술에 취해 비틀거린다면 곤란한 일이다. 또한 시산제를 마친 후 남은 음식을 버리지 말고 쓰레기를 줍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1) 개회식 : 제사장을 정해 제사장이 진행 - 모든 회원들은 엄숙한 시산제가 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라며, 쓰고 계신 모자는 벗으시고 복장단정을 단정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핸드폰은 진동으로 하시거나 또는 꺼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시산제 선포 - 지금부터 경인년 00산악회 시산제를 거행하겠습니다. (3) 묵념 - 순국선열 및 먼저가신 산악인을 위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일동 묵념! 바로! (4) 회장 인사말 - 다음에는 산악회를 이끌고 계시는 회장님의 인사말씀이 있겠습니다. (5) 산악인의 선서 - 다음은 산행총무님의 산악인의 선서가 있겠습니다. 산악인의 선서를 낭독하실 때 회원님들은 한소절 한소절씩 따라해 주십시요 - 산악인의 선서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와 평화 사랑의 참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노산 이은상) (6) 강신 - 다음은 회장님께서 향을 피워 산신을 내려오게 하는 강신이 있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향촉에 불을 붙이시기 바랍니다. (7) 참신 - 다음에는 신을 맞이하는 참신이 있겠습니다. (8) 초헌 - 다음에는 산신께 처음 잔을 올리는 초헌이 있겠습니다. 집사는 회장님의 잔을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 (9) 축문 낭독 - 다음에는 아무개의 축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10) 아헌 -다음에는 부회장님의 아헌이 있겠습니다. (11).종헌 - 다음에는 회장님의 종헌이 있겠습니다. (12) 헌작 - 다음에는 산악회 회원 모두가 연장자 순으로 잔을 올리고 재배하는 헌작이 있겠습니다 (13) 소지 - 집사장은 축문을 불에 태워 날려 보내시기 바랍니다. (14) 음복 4. 축문 예시 제문은 산신령께 산행의 안전을 기원하고 소망을 비는 것으로서, 우선 시산제의 시기와 장소, 산제를 올리는 이유를 밝히고 산에 대한 감사, 산악회 내의 기원 등으로 이루어진다. 한글로 쓴 현대식,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 쓰는 절충식, 한문으로만 쓰는 유교식 등이 있는데 보통은 한글과 한문을 혼용해 쓰고 있다. 그리고 제문은 한지에 종서로 쓰는 것이 원칙이나 최근에는 횡서로도 쓰고 산악회에 따라서는 컴퓨터 프린터로 작성한 제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1) 山祭文 維歲次 丙子年 三月 三十日 子時 ㅇㅇㅇ山岳會 大將 ㅇㅇㅇ는 山岳會員 및 先輩님들과 함께 인수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 곳 북한산 기슭에서 酒果脯를 陳設하고 山神靈님께 告하나이다. 예로부터 山紫水明한 우리江山은 錦繡江山으로 자랑되어 왔으며 秀麗하고 莊嚴한 靈峰과 아름다운 溪谷은 오천년의 悠久한 歷史의 흐름속에 우리민족의 生命의 根源이며 生活의 바탕을 이룩하여 왔던 것입니다. 우리 山岳會一同은 이러한 대자연의 精髓와 美의 極致속에서 自然을 欽慕하고 自然과 同化되며 꾸준한 山行을 통하여 忍耐와 協同으로 和睦과 團結을 배웠으며 素朴하고 俊嚴한 敎訓속에서 心身을 鍊磨하여 왔습니다. 바라옵건데 今年에도 自然保護에 精誠을 다 바쳐온 우리 山岳部一同을 굽어 살피시어 部員 모두 安全한 山行이 繼續되게 하시고 특히 今年 海外遠征登攀에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훌륭한 成果 이룰 수 있도록 하여주시옵고 또한 人員이 繁昌하도록 끊임없는 加護가 있으시기를 懇切히 所願하나이다. 이제 우리 山岳部 一同은 보배로운 祖國江山을 알뜰히 가꾸어 子孫萬代에 물려줄 것을 다짐하며 이 盞을 올리오니 山神靈님이시여 精誠을 大禮로 欣快히 받아주소서. 檀紀 四千三百二十九年 三月 三十日 ㅇㅇㅇ 山岳會員一同 (예2)축문(祝文) 유세차- 단기 사천삼백이십팔(4328)년, ㅇㅇ年 사월 열닷샛날, 오늘, 저희 O O O 산악회원 일동은 이곳 불암산 정상에 올라, 좌로는 청룡이요, 우로는 백호요, 남으로는 주작과 북으로는 현무를 각각 거느리고 이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속의 모든 생육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모인 우리가 처음 찾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요, 때는 재작년 구월 열이튿날 이었으니 어언 두해 성상이 물흐르듯 흘러갔으메, 오늘 이곳을 다시 찾은 우리의 마음에 어찌 감회가 없으리요. 돌이켜보면, 매달 한번씩 산을 올라 그 오른 산의 이름만 하여도 열다섯에 이르고 그 오른 연인원만 하여도 이백여 인에 이르나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수 있을 것이며, 그 산행 하나 하나마다 산을 배우고,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아무 다친이도 없었고 아무 낙오자도 하나 없었으니,이는 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 아니었다고 어찌 감히 말할수 있으리요. 그러므로 저희가 오늘 이곳을 다시 찾아 감사의 시산제를 올리는 뜻도 바로 거기에 있나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되, 일단 산에 들면 산이 곧 나이고 내가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며 풀이며 바위 하나 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몸짓으로 서로를 소리쳐 부르는 아름다운 조화로 가득찬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조용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흥에 겨워 질러대는 노래소리나 왁자지껄한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신령이시여! 아무쪼록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허리에 찬 수통속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채워 주시고, 험로에 이르러 몸뚱이를 의지할 저 로프가 낡아 헤어지지 않게 하시고, 독도를 잘못하여 엉뚱한 골짜기를 헤메이지 않게 하시고, 조난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무서운 밤을 지새지 않게 하소서. 또한 바라오니,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한포기 꽃한송이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한마리 다람쥐 한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그러한 산행을 하는 "산을 닮아 좋은 사람들"이 되고 싶나이다.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한잔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살펴 주소서. 절과 함께 한순배 크게 올리나이다. 단기 사천삼백이십팔년 사월 십오일 O O O 산악회원 일동 (예3)축문(祝文) '檀紀 ㅇㅇㅇㅇ年 西紀 ㅇㅇㅇㅇ年 ㅇㅇ年(예,庚辰年) 2月 4日 바야흐로 '산을 사랑하는사람들의 모임'의 희망을 밝히는 찬란한 새해를 맞으며 ㅇㅇ山岳會 會員 一同은 辛巳年 無登山 始山祭를 거행함에 앞서 天地神明과 無登山神께 업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이시여.금일 우리는 선현의 발자취가 은은히 느껴지는 이곳 정상에서 지난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다짐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러운 祭를 올리나이다. 거듭 비옵건데 신사년 한해도 서로 화합과 사랑이 넘치게 하여 주시옵고 무사한 산행이 되도록 업드려 고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이 한 잔 술을 흠향하여 주옵소서. 檀紀 ㅇㅇㅇㅇ年 西紀 ㅇㅇㅇㅇ年 ㅇ月 ㅇ日 ㅇㅇ山岳會 회원 일동 拜. 5. 시산제로 적합한 장소 시산제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제사상을 펼치고 제를 올려야 하므로 그만큼 넓은 장소가 있는 산이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산행과 병행하여 이루어지므로 적당한 산행코스도 물색해 두어야 하며, 남녀노소가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높은 산보다는 낮은 산으로 500-600m 높이의 산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많은 회원들이 참가할 수 있는 휴일에 지내므로,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가까운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면 평평하고 안전한지, 다른 등산객들의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는지도 살펴야 하며, 장소를 고룬다고 자연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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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팬더의 산과 들 원문보기 글쓴이: 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