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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칼자루)
1 서론
아름다운 집을 꾸미기 위해서는 튼튼한 구조로 이루어진 건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화려한 그래픽을 요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성능 좋은 컴퓨터가 필요하다. 인간 역시 바람직한 시민이나,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신체적 건강과 인지적 능력이 중요시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일생동안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학습을 위해서 요람 (더 나아기 엄마의 배속의 태교부터)에서 무덤까지 적절한 운동과 노력을 한다. 또한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적 자산을 이해하고 분석 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이 요구 되는 인지적 능력이 인류 역사를 통해서 오늘 날 만큼 중요시 되었던 일이 없다.
신체적 건강과 인지적 능력은 검사와 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의 했던 관계로 많은 관심과 연구가 되어왔고, 그러한 능력을 발전시키고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기쁨, 슬픔, 질투, 두려움 등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각종 느낌 즉 정서는 과학적으로 객관화 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학문과 과학적 담론에서 비켜 있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영향으로 더욱 그러했다.
과학과 컴퓨터의 발달로 인간의 사고과정이 일어나고 있는 모든 신체를 관찰 가능하게 됨으로 우리는 신체와 인지뿐만 아니라 정서적 반응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등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밝혀냈다.
2 정서와 인간
사람들은 정서의 영향을 받고 울고 웃으며, 우울해지기도 하고 건물을 폭파시켜 버리기도 한다. 정서 때문에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되기도 하고, 자살이나 폭력을 시도하기도 한다. 열정적이 되기도 하고 친절해지기도 하며, 남을 돕기도 한다. 자신의 정서를 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정서를 표현하는 사람이든지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지 모든 유기체는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 이 정서적 반응은 인간을 비롯한 모든 유기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 대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포식자에 대한 공포가 포식자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도피 행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즉 안전과 생존을 위해 불안감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음식물이 고갈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음식물을 찾고 비축하며 그리고 음식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으며, 번식을 위한 성적 흥분은 짝짓기의 즐거움으로 이어져 종족을 보존시킬 뿐 아니라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서는 무의식에 근원을 두고 있을 때가 많다. 아동들은 영양 수급, 안전, 권력, 호기심, 통제 및 자율성에 대한 욕구 또한 경험한다. 그래서 정서는 이러한 것들의 느낌이며, 느낌 즉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즉각적 충족, 단시간 후 충족, 장시간 후 충족, 전혀 충족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것으로 대치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충족 과정에 따라 사람은 기분이 달라진다. 이 기분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성격특성 혹은 성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정서심리학, Robert Plutchik, 박권생 역, 2003)
한 번 형성 된 성격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 삶의 전체를 지배 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요구 되는 문제해결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대인관계 등은 성격의 영향을 받게 된다.
3 정서와 인지
사고(思考)가 발달하기 전(前), 어떤 대상을 인식하기 전에 정서와 함께 심리적 반응은 시작된다. 또한 인지 다음에 정서가 따라 온다고 하더라도 인지적 자극이 사라진 후에 정서는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인지적 자극이 주어 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만 해도 정서는 형성 된다. 그러므로 인지에 의해서 정서가 형성되었다 하더라고 정서는 인지와 독립적으로도 작용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귀신의 존재를 인지 할 수 없지만 누구나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고 있다.
정서가 인지와 구별 될 뿐만 아니라 정서가 중요한 것은 주의, 지각, 기억, 충동과 관련된 내적 인지과정을 의식할 수는 없지만 그 결과는 인식할 수 있다. Bargh와 Ferguson(2000)은 무의식적 지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 그리고 역치 이하 자극이 정서와 행동의 발달, 동기의 활성화(예술적 충동) 그리고 목표의 활성화(과제를 재개하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인정받고 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인지의 많은 측면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전개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4 뇌와 정서
의식적인 정서는 대뇌피질하부(피질을 제외한 다른 뇌 구조) 구조의 반응에 대한 피질의 반응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심상이나 사고가 인지적인 것처럼 느낌이나 정서 역시 정신적 과정이다. 심상이나 생각이 피질의 기능에 의존하듯 감정 또한 피질의 기능에 의존하다고 할 수 있다.
정서와 뇌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정서가 피질의 기능에 의존한다고 하더라고 ‘의식적인 정서가 피질하부 구조의 반응에 대한 피질의 반응’이라는 것이다. 인간사고와 행동은 대뇌피질 즉 신뇌(新腦)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만 변연계를 비롯한 구뇌(舊腦)가 신뇌에 영향을 주어 의식적 사고 과정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인지적 작용이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구별해서 구뇌의 영향을 받는 정서는 인지와 구분 되어야 한다.
발생학적으로 하등 동물과 비교를 해보면, 인지과정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발달하지 않은 동물들 역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 그런 동물들은 구뇌에 의해서 행동한다.
로버트 프루치크(Robert Plutchik, 아인슈타인 대학 정신과 의사) 교수는 기분이 오래도록 지속되면 성격특성 혹은 성품이 형성된다고 한다. 정서는 일시적인 기분이 아니라 지속적인 정신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일정한 자극 이상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그 자극과 관련된 신경 뉴런이 활성화되거나 새롭게 생성 된다. 이러한 뉴런의 변화는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이 일정한 형태로 자리 잡게 되면 우리는 그것을 성격이라고 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프루치크 교수의 견해를 지지한다.
5 정서적 안정과 삶
정서적 안정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Jeseph Jones(1995)에 의하면 정서는 인간행동의 모든 측면에서 핵심적인 통제기제로 작용하는 정보처리체계가 갖는 경험적 표상이며, 우리의 뇌가 다양한 동인(motives)의 강도나 중요성을 감시하는 방식을 정서라고 생각한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고, 가끔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은 남의 말을 오해하지 않고 이해심이 많은 것 같이 보인다. 작심삼일과 편안하게 느껴지는 대상과 정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서적 안정은‘동인(motives)의 강도나 중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목표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은 작심삼일이란 말은 그의 사전에는 없다. 또한 정서적 안정은‘핵심적인 통제기제로 작용하는 정보처리체계’가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가 하는 말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으며, 거짓되고 과장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다. 그럼으로 성실하고 신뢰성이 있다는 평을 받게 된다.
그래서 정서적 안정은 인간 생애에 다른 어떠한 것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6 의사결정과 정서 - 데카르트의 오류(Descartes' Error)
사례 1)
미국 철도 건설 현장에서 철도공사 감독관인 25살 난 청년‘피니어서 게이지’는 1848년 9월 어느 날 사고를 당했다. 그는 암석을 제거하는 다이너마이트 폭파 사고로 쇠막대가 뇌의 앞부분을 관통하는 끔찍한 일이었다. 놀랍게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사고 당하기 전 게이지는 근면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지만 사고 후 그는 고집 세고 무례한 인간으로 바뀌었다. 전두엽의 손상으로 그의 성격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이다. 게이지는 목숨은 건졌지만 정상적인 일을 구하지 못하고 사고 12년 후 죽게 된다.
사례 2)
뇌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현대판 피니어스 게이지라고 할 만한 환자를 연구하였다.(데카르트의 오류, Descartes' Error) 그중의 하나가 ‘엘리엇’이라는 환자이다. 엘리엇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었으나, 전두엽 피질에 뇌종양이 있었다. 따라서 뇌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전두엽 조직 일부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종양 제거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뇌의 그의 모든 기능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특히 인지적 기능인 논리력, 기억력, 언어능력 등 모든 것이 완전히 정상이었다. 그런데 엘리엇은 게이지처럼 직업과 아내를 잃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엘리엇이 자신의 일에 복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업무상 필요한 제반 사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서류 정리조차 하지 못했으며, 아침에 출근 준비도 남의 지시가 없이는 혼자 힘으로 할 수가 없었다. 엘리엇은 완전히 정상적이 인격과 지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처음 다마지오는 엘리엇의 뇌종양이 그의 이성과 인지를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다시 진찰하고 실험한 결과 종양 수술로 상실된 것은 정서 기능인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엇은 이성과 인지는 온전하였으나 정서가 상실되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없었던 것이다.
다마지오의 연구 결과 ‘이성적 판단이 감성적 판단을 앞선다는 고정관념’이 오류임을 밝혀냈다. 아울러 이성과 정서가 함께 긴밀하게 작용하지 않으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7 가치관과 정서 - 사건에 대한 느낌(The Filling of What Happens)
다마지오는 그의 저서(사건에 대한 느낌, The Filling of What Happens)에서 동정이나 수치심, 가책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정서에 종요한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손상 환자의 사례를 통해 느낌, 그리고 욕구나 정서와 같이 느낌을 유발하는 신경 절차들이 사회적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정서와 그에 뒤따르는 느낌이 없었다면, 설사 다른 지적 능력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하더라도 윤리적 행동이나, 이타주의, 종교 등의 사회적 합의가 인간 사회에서 탄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마지오의 정서에 대한 이러한 견해는 발전하여 ‘덕(德)의 일차적 목적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노력이며, 행복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라는 명제를 던지면서‘모든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고 안녕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을 갖도록 창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 보존이라는 생물학적 현실이 덕에 이르게 된다.’여기서 주장하는 덕이란 사회적 정서교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정서교환을 통해 신뢰감이 형성됨으로 자신을 보호함으로 생존 할 수 있는 것이다.
8 윤리와 정서 -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
사람에게 선과 악,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어느 짐승들처럼 야비하고 잔혹했을 것이다. 철학자들은 윤리적 판단이 이성과 감성 어느 쪽에 의해 가능한 것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다투었으나 해답을 얻지 못했다. 관념론자인 칸트는 ‘합리적 판단’으로, 경험론자인 데이비드 흄은‘도덕이 이성적으로 판단되기 보다는 느껴지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성과 감성이 윤리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학자들이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이다. 트롤리는 손으로 작동하는 수레로 탄광 갱도에서 탄을 실어내는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롤리 문제는 두 개의 시나리오로 구성된다. Y자 형태로 된 레일이 있다. 레일을 따라 내려오던 트롤리에 탄 사람들은 한 가지 결정을 해야 한다. 하나의 시나리오는 선로를 오른쪽 왼쪽 중 어느 쪽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오른쪽으로 선로를 변경하면 선로 위에 있는 다섯 명이 죽게 된다. 그러나 트롤리의 선로를 왼쪽으로 변경하면 한 사람이 죽게 된다. 다른 하나의 시나리오는 달리는 트롤리 앞으로 한 사람을 밀어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선로 위에 있는 다섯 명의 생명은 구할 수 있다. 두 시나리오는 트롤리를 저지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킨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조슈아 그린(Joshua Greene)은 사람들이 트롤리 문제의 딜레마에 대처하는 심리상태를 연구하였다. 실험 대상자 거의 모두가 첫 번째 시나리오에는 공감했으나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반대했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트롤리의 선로를 바꿀 수는 있어도 트롤리 앞으로 사람을 떠밀어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대답한 것이다. 결과가 같은 두 시나리오 중에서 한 개는 동의하고 다른 하나는 거부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그린(Greene)은 대상자들의 뇌 속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치(fMRI)로 들어다 보았다. 두 번째 시나리오가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더 강력하게 정서와 관련된 부위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을 담당하는 뇌가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린(Greene)은 이성이 윤리적 판단을 좌우한다는 대다수 철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9 정신분석과 정서
정신분석학에서는 성장과정의 경험이 전생애(全生涯)에 역동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경험은 어떤 식으로든지 정서적 느낌을 동반하게 된다. 프로이트의 견해로 설명하면 정서 역시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에 공감하게 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오늘 날 다시 각광받고 있는 것은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이다. 자극에 의해서 하나의 뉴런이 활성화 되면 그 자극과 관련 된 뉴런이나 인접한 뉴런도 함께 활성화 된다. (자극에 정서적 반응도 동반함은 물론이다.) 뇌과학이 발달한 요즘 이러한 것을 ‘함께 발화한 뉴런은 함께 배선된다.’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두 뉴런이 동시에 발화하면 이 발화는 진행 중인 연합을 촉진하다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뉴런들이 묶이는 것은 그 뉴런들이 때맞추어 함께 발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현상을 동시성에 의한 연합의 법칙이라고 했다. 결국 성장과정에 겪게 되는 경험이라는 자극이 그 자극과 물리적으로 인접하거나 속성이 유사한 다른 뉴런에 흔적을 남겨 삶에 영향을 미친다.
한 예로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 딸과 같이 옷을 사러갔다. 대형할인마트에서 딸이 원하는 종류의 옷을 즐거운 마음으로 샀다. 그러나 쇼핑을 하는 중에 딸은 뭔가 자꾸 찜찜하고 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했다. 그가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었지만 충족되지 못한 뭔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프로이트와 뇌과학을 알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딸과 필자는 옷을 사기위해서 여러 옷가게를 방문하지 않았다. 대형할인마트의 그 많은 매장 중 어느 하나도 들리지 않고 곧 바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옷가게가 있는 3층에서도 옷을 고러기 위해서 여러 가게를 들리지 않았다. 3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 마침 딸이 원하는 옷이 있어 구매를 했었다. 딸이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딸의 생각에는 옷을 산다는 즐거움에 기분이 좋았다. 이곳저곳 매장을 돌며 아이쇼핑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의 목적은 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딸은 옷 구매와 관련된 뉴런이 발화 되었다. 그런데 이때 딸은 의식하지 않았지만 옷 구매뿐만 아니라 아이쇼핑과 관련된 뉴런이 함께 발화 되었던 것이다. 옷 구매로 딸의 목적은 달성되었지만 옷 구매와 연관된 아이쇼핑 관련 뉴런은 미세하게 발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목적을 달성 했음에도 불구하고 충족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즉 함께 발화 한 뉴런은 함께 배선된다는 것이다. 딸과 필자의 경험에서 옷 구매와 아이쇼핑이 함께 발화하여 함께 활성화 되었는데 옷 구매가 충족 되었다고 해서 함께 발화된 아이쇼핑의 발화가 진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또 다른 과정인 인지적 탈학습 또는 정신분석을 통해서 안정된 뇌 상태 ․ 안정된 정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새롭게 밝혀진 유전자(뉴런)의 전사기능 때문이다. 유전자에 일어나는 기능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형 기능’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대대로 물러준다. 우리가 스스로 조절 할 수 없다.
둘째, ‘전사 기능’인데, 뉴런의 모든 유전자가 켜져 있거나 발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자극에 의해 특정한 유전자가 켜지면, 그 유전자는 새로운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어서 그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어 놓는다. ‘전사 기능’이라 하는 이유는 유전자가 켜졌을 때 이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담은 정보가 개별 유전자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읽히기 때문이다. 이 ‘전사 기능’은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전사기능에 대해서 ‘캔들’은 우리가 학습할 때 우리의 마음도 또한 뉴런 안에서 어떤 유전자가 전사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유전자의 형태를 바꿀 수 있으며, 그렇기에 뇌의 미시적인 부분을 해부학적으로 바꿀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렇게 형성된 과거의 잘못된 경험이 현재 정서에 영향을 미쳐서 정신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정신분석에 의한 정신치료는 ‘함께 발화한 뉴런은 함께 배선된다.’는 명제를 재배선하는 것이고, 유전자의 전사기능을 수정하는 것이다.
10 작은 결론
신체적 건강은 축복이다. 건강은 우리가 가장 가치 있고 거룩한 일을 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이다. 그러나 육체적 건강만으로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인간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동물이 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고, 문화를 계승발전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능력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정서적 뒷받침과 안정 없이는 육체적 건강은 글과 내용이 없는 책과 같으며, 인지적 능력은 손잡이가 없는 날카로운 칼과 같다. 히틀러는 대중을 설득하는 웅변술은 있었지만 잘못된 정서를 가졌기에 역사와 하나님 앞에 큰 죄인으로 남았다.
현재 우리는 지식과 정보가 중요시 되는 사회에 살고 있어 인지능력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나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긍정적인 정서가 없이는 정확한 판단과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 할 수 없다. 또한 어떤 목표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목표를 이룩할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자아성장과 사회적 성공 그리고 개인적 업적을 이룩할 수 없다. 비록 목표를 성공했다하더라고 그 목표는 반사회적인 목표를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파괴적 결과를 나타낼 것이다.
전 인류는 현재 우리 생에 가장 심각하고, 가장 광범위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원인 역시 잘못된 정서 즉 탐욕이 빚은 결과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신용 불량자에게 대출을 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상품을 개발한 금융전문가, 부실 채권과 우량 채권을 묶어 다시 제3의 채권으로 또 다른 금융상품인 파생상품을 만든 월스트리트(Wall Street)의 금융전문가들의 인지능력은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우리는 인지적 능력이 뛰어나지만 탐욕이라는 정서를 통제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다.
눈물을 비커에 받을 수 없다고 슬픔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랑의 향기를 볼 수 없다고 연인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사랑과 눈물이라는 나무가 자라는 산은 아름다운 숲이 된다.
(김성현, ‘나무는 제자리 서 있어도 숲이 된다.’ 중에서)
인간에 있어서 신체와 인지 그리고 정서는 일류 요리사의 주방용 칼과 같다.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을 재질로 만든 잘 드는 칼이 있어야하며 그 칼을 다루기 편리해야 한다. 인간에게 있어서 신체는 좋은 재질의 칼과 같고, 인지능력은 잘 다듬어진 날카로운 날과 같으며, 정서는 칼의 손잡이와 같다. 칼에 손잡이가 없고 날카롭기만 하다면 칼날이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칼을 다루는 자신에게도 쉽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11. 큰 결론 - 크리스천의 정서적 안정
안정되고 아름다운 정서는 하나님을 사랑 안에서 자라난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조차도 선생님이 다루기 힘들어 한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초등학교 여선생님의 글이 실렸다.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학교뿐만 아니라 교회학생회도 마찬가지며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국에서도 중고등학교 여선생님이 칠판에 글씨를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선생님 뒤에서 온갖 물건들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급기야 영국 선생님들은 수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부모와 사회는 똑똑한 자녀로 키우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 노력이 지나친 나머지 과도한 교육비 때문에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다. 분석적이고 냉철한 인지적 능력을 위해서 일요일도 학원으로 내보내고, 교육전문가(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전문가인지 의심스럽지만)조차도 학생과 선생님을 일요일 등교하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한 결과 거룩한 대한민국의 교육경쟁력은 53개 나라 중 51위(2008년 자료)로 꼴지 수준이다.
정서적 안정 없이는 어느 누구도 올바른 성공을 할 수 없다.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 성령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 속에서 정서적 아름다움이 풍성하게 익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