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목사의 힘있고도 떨리는 음성에 성도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지난 2월28일 오전 11시30분, 광양시 칠성리의 한 교회의 삼일절기념예배. 이날 예배에는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5백여명의 교인들이 참석, 그의 타협하지 않는 설교에 고개를 끄덕인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많은 사람들이 보유세가 너무 많다고 아우성을 쳤습니다. 세금폭탄을 맞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서울의 대형교들과 그 교회의 성도들이었습니다. 현 정부의 최대 지지자들이 바로 서울의 대형교회들과 성도들입니다. 이들이 나서서 노무현정권을 좌익정권이라고 욕을 해댔습니다. 그리고는 장로대통령으로 갈아치웠습니다. 현 정부는 자기들에게 권력을 안겨준 지지자들에게 충성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 들어서자마자 보유세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나라의 재정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하지 않고 과거에 거두어 들였던 세금마저 돌려주었습니다. 현 정부의 최대 지지자들인 서울의 성도들이 하나님의 뜻에 정반대의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2.28 삼일절 설교문 중에서)
이날 '성도의 나라사랑'이라는 주제의 설교에는 현 정부를 바라보는 진지함과 우려가 설교 구석구석에 배어난다. 이어지는 설교는 현 정부의 하나님 뜻을 거슬리는 통치방식들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이 나라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세종시 문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토지임대제도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세종시의 경우, 이미 정부가 4조8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2200만 평의 땅을 매입해놓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당장 이 제도를 실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기업도시를 주장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확보한 토지를 대기업들에게 헐값으로 소유권을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되면 사회정의가 실종되고, 부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인데, 그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사회정의를 이루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장로를 대통령으로 세우신 하나님의 뜻일진대, 대통령이 전혀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정반대되는 정책들을 막무가내로 펼치고 있습니다. 충청도민들에게 온갖 선심성 정책을 공약하면서 수정안을 찬성하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를 근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28 삼일절 설교문 중에서)
정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성도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광양중앙교회(예장통합)의 엄인영 목사(53)의 설교가 연일 화제다. 한양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촌동교회 자양교회 홍익교회 영은교회 등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광양중앙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엄인영목사. 부임직후부터 그의 설교방향은 단 한가지. "성도들의 욕망만을 적당히 충족시키는 설교는 '상품'일 뿐이다. 종교는 그런 욕망에 결코 영합해서는 안된다. 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과감하게 직시하고 바로잡는 일이야 말로 종교가 할일이다"
최근 대형교회의 무분별한 물량·성장주의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경고를 가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심지어 교회들조차도 은근히 토지를 투기의 대상으로 이용하려한다"며 "일부 대형교회들이 종교단체에게 세금을 면제해주는 법을 악용해서 토지를 통해 이익을 얻어왔는데, 우선 이것부터 먼저 회개해야 한다. 모든 토지는 교회 본연의 목적인 선교하고, 교육하고, 봉사하는 일에 사용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강조한다.
한편, 엄목사는 지난해 노무현대통령 서거 직후 열린 주일예배의 설교는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5월31일, '눈물로 보내드리며'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반칙과 특권의 문화에 쩔은 정치를 개혁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한 대통령,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친 위대한 대통령"이었다며 "그가 대통령으로 있었던 기간, 더불어 사는 세상이었기에 우리는 참으로 행복했다"라고 추모하여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살제로, 이 설교영상은 각 포털사이트의 각 게시판으로 옮겨지고 유튜브에 까지 올려져 수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였고, 이로 인해 교회 홈페이지가 폭주하여 다운되기도 했다. 엄목사는 또 이날 설교에서도 현 정부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눈물로보내드리며' 설교(유튜브영상) 바로가기
지금 이 정부는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습니다. 인권과 지역주의, 지역균형발전을 헌신짝처럼 팽개쳐 버리고, 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 시대의 약자들 노동자 농민,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극한의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하는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김수환 추기경 앞에서 김수환추기경이 "하나님 믿느냐?" 물으니까 겸연쩍게 "믿기는 믿는데 희미하게 믿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말씀은 지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믿음이 희미하다던 고인이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에는 하나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풀어드렸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를 노래할 수 있었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었습니다. (2009.5.31 '눈물로 보내드리며' 설교문중에서)
엄목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회의 기본 인프라까지도 실용이니 경쟁력이니, 생산성이니 이런 것들을 내세워 민영화 시키려고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 사회적인 약자들,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데 인색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인간 노무현의 죽음앞에서 대결과 긴장, 세대간 갈등,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어질 조짐을 우려하며 우리가 평화의 일꾼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도 이 사회와 정부의 어두운 면을 바로잡는 교회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엄인영목사의 다짐에, 그의 설교가 기다려지는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의 얼굴에서 1963년 `민권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워싱턴의 평화행진 집회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I Have a Dream)`라고 외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떠올랐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그의 힘있는 경고가 청와대에도 울려퍼지길 기대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선거철이 돌아왔습니다. 많은 훌륭하신 분들이 제각기 큰 꿈을 안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누구의 것입니가? 누가 더 십자가의 도에 충실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노 크로스 노 크라운'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평소에 수많은 눈물과 기도와 땀을 흘린 자들이 영광의 면류관을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기지 않는 자들이 쉽게쉽게 면류관을 차지하려다보니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진리를 외면하고 고난의 십자가 없이 영광의 면류관을 차지할 수 있다는 사탄의 달콤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입니다. 땀 흘리지 않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인생을 추구합니다. 적게 투자하고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합니다. 개발 정보를 빼내 부동산투기하고 증권투기해서 큰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이 세상의 흐름입니다. 고생없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합니다. (3월28일 설교문 '노크로스 노크라운'중에서)
|
첫댓글 감동입니다
깨어있는 목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참된 하느님의 일꾼이십니다감사합니다.........
어떤 정치꾼이 사석에서 했던말 중... 마음은 불교의 비중이 크지만 선거철엔 교회를 다닌다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종교를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과 신념이신 분의 삶은 이렇듯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엄인영 목사님 같은 분이 많이 계시면 좋을텐데요...ㅠ.ㅠ
참 감사한 분이시네요 근데 동영상은 막혔고..ㅠㅠ 한글파일은 다운이 안됩니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알고 싶은데 죽석님!!! 보내주시면 정말 ㅠㅠ;;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