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밥상, 건강밥상
얼마 전 일요일(2월 28일)은 정월 대보름이라서 오곡밥과 묵나물 음식을 맛보았다. 올 한해 행운과 가족의 건강을 빌어보자는 의미로 별식을 해 먹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다. 하나 둘씩 사라지는 전통문화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정월 대보름 음식을 챙겨주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낄 따름이다.
오곡밥과 묵나물은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칼로리가 높지 않아 웰빙 건강식으로 인기다. 필자는 작년에 병원에 입원한 경험 후로부터는 가급적 채식위주로 식사를 하고 있다. 채식은 혈액을 정화하여 깨끗한 피가 돌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혈액이 오염되면 세포가 활력을 잃고 병이 생긴다. 사람 몸의 혈관 길이는 10만㎞로 지구의 두 바퀴 반이나 된다고 한다. 깨끗한 피가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막히지 않고 잘 공급돼야만 건강유지가 가능하다. 날이 갈수록 투박하고 조촐한 채식위주인 이른바 ‘흥부밥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질병의 원인을 몸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암이나 혈관질환 등 현대병의 원인도 대부분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출발한다. 세계는 지금 아이들이 각종 가공식품에 길러지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비만 등으로 평균 10년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녹색 채소와 과일을 주로 먹고 모든 곡물은 정제하지 않은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아주 아득한 옛날의 ‘에덴의 식생활’을 권하고 있다. 숨 가쁜 현대생활을 해 나갈수록 자연적이고 원시적인 식생활이 좋다고 채식주의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옛말에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먹는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의미다. 음식과 약의 근본이 같다는 사상을 표현한 것이다. ‘음식이 보약’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음식에는 ‘약’자가 붙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약밥, 약과, 약식, 약포, 약주 등 많이 있다. 잡곡밥도 종류가 많은데, 그 전형에 해당하는 것이 약밥이다. 선조들이 동네 뒷산에서 캐어 밥상에 올린 더덕 도라지 등의 나물은 예부터 한약재로 쓰여 한약을 먹는 것과 별 차이 없다고 했다. 농산물 이름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복분자, 구기자처럼 뒤에 아들자(子)가 붙은 것은 신장에 좋다고 한다. 신장이 튼튼해야 정력도 좋다. ‘복분자술을 마시면 요강이 엎어진다’는 우스개는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닌 것 같다.
우리 농산물은 남다르게 영양소와 효험이 뛰어나다는 정평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도 “불로초를 캐러 저 작은 동방의 나라로 가자”고 했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농산물을 두고 한 말이다. 조계종 사찰음식점 총책임자 대안 스님은 풀과 야채 예찬론자이다. 그분은 “도토리 주워 묵 쓰고, 콩 불려 가마솥에 장작불 때 두부 만들고, 콩나물 기르면서 1000일 기도 하다 보니, 갑상선 질환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또 얼마 전 대장 내시경을 했는데 “의사가 장(腸)이 20대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분은 현재 서울 종로의 조계종 절에서 채식위주의 사찰음식을 만들어 대중들에게 맛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이 우수한 것은 기후와 토질의 우수성에 있다. 4계절이 뚜렷하고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곳이고, 평야지대와 산간지대의 일교차가 크다. 이런 곳에서 자란 농산물은 자연히 ‘맛, 향기, 색깔, 영양가 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적으로 슬로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선조들이 채소를 바탕으로 보존해온 한식은 웰빙 건강식품이고 바로 슬로푸드음식이다. TV드라마 「대장금」과 「식객」을 통해 한류열풍을 일으킨 것도 바로 매력적인 한국인의 밥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육식위주로 먹는 서양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비만이 월등히 적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농촌관광에서도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것이 먹을거리라고 생각한다. 지역마다 향토음식을 더욱 매력적인 상품이 되도록 살려 나가야 한다. 농촌을 찾아오는 방문객은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고유음식을 맛볼 때 더욱 가치 있는 정서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을마다 부녀회 중심으로 고유의 식단을 짜 보자. 우리 것이 가장 소중하고 세계적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반도체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음식산업은 바로 각 지역의 전통 먹을거리에서 출발한다.
정부에서도 세계화의 첨병으로 비빔밥, 떡볶이, 김치, 전통술을 4가지 대표음식으로 내 세우고 있다.‘전주비빔밥’은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 등에 체인점까지 등장했으며, 경북 문경의 ‘문경산채비빔밥’은 매뉴얼화해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지역특색 음식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강한 전통문화의 정체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개성을 잃고 획일화 될 때 영혼과 뿌리를 잃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음식도 정체성을 지키며 틈새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도시민들이 1%의 건강법을 우리의 전통음식에서 찾도록 지역 고유의 음식문화 살리기에 앞장서 보자. 우리가 먹고 있는 향토음식이 곧 건강밥상이다. 농촌과 지역을 사랑하는 향토애(鄕土愛)도 그 DNA는 결국 우리의 전통음식문화 속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깍두기…’를 외친 「신토불이」노래 가사에 의미를 되새겨 보고 우리 전통음식을 살려 나가도록 하자.
※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박영일 부원장
지난 토요일(3.6)은 겨우내 잠자던 개구리가 따뜻한 봄기운에 놀라서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습니다. 이날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 해서 담을 쌓거나 벽을 바르는 일을 하기도 하며, 이날 보리싹의 성장상태로 보리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집 울타리나 벽을 점검해 아무탈 없이 한해를 보내시길 바라며, 올해 보리농사도 풍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