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수능 시험을 치르고 오던 날부터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먹는 것도 먹는 둥 마는 둥 불과 25일 남짓한 기간에 이녀석 얼굴이 핼쑥해졌습니다.
세상에 그 어떤 것이 이렇게 초조하고 긴장이 될까. 수능 치르고 기다리는 25일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 아들이 다녔던 예산 고등학교 전경
ⓒ 유시환
드디어 수능 성적이 발표 되던 날 우리 가족은 재수생인 아들의 성적표를 받으러 출신학교인 예산 고등학교로 갔습니다. 아들은 교무실에 성적표를 받으러가고 우리는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들이 교무실 문 밖을 나서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들은 엄마와 이 애비가 있는 쪽을 향하여 달려오면서 성적표를 쥔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아마 성적이 좋다는 표시인 것 같았습니다. 아들 녀석은 차에 가까이 오더니 차문이 부서지는 듯 두들겨댔습니다.
그리고는 성적표를 흔들면서 엄지손가락 하나를 쑥 내밀면서 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을 잡아 열어젖히더니 아들 녀석은 온몸을 집어던지듯이 차 속으로 뛰어들면서 마구 소리를 지르는 것입니다. "야호~~ 아~~~ 아빠! 1등급 1등급 먹었어!"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내와 나는 같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호~~ 야! 그만하면 3차 사정에서 충분히 합격권에 들겠다. 이제는 안심이다"하면서 집에 왔습니다. 육사 최종 합격자 발표는 6일입니다.
이만한 성적이면 되겠지 싶은데도 아직 공식 발표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말의 불안감은 남아 있었습니다.
"설마 1등급 받고 떨어지지는 않겠지!" "아니야 수능 만점을 받았어도 면접시험에서 적성이 모자란다는 판정을 받으면 육사는 가차 없이 떨어뜨린다는데..."
아들 말로는 2차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양으로 봐서는 자신의 면접 성적이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또 초조한 며칠을 지내야 했습니다. 드디어 6일 인터넷에 공개되는 합격자 명단을 보려고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육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웬일인지 자꾸만 다운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수험생들이 전국에서 동시에 접속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여러 번 접속을 시도한 끝에 간신히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고 발표자 검색 창에 아들 이름과 수험 번호를 입력하니 "합격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떴습니다. 우리 가족은 또 한번 소리를 질렀습니다. "야호~ 야호~"
"하늘에 계신 하나님 정말 정말 감사 합니다."
한참 소리를 지르고 서로 붙들고 뛰고 났더니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아들은 작년에 육사에 응시했다가 3차에 떨어져서 재수를 하던 재수생이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해서 학원에도 못 보내고 집에서 독서실을 오가며 순전히 독학으로 재수를 했습니다.
남들처럼 과외도 하고 싶고 유명 학원도 보내고 싶었지만 그 많은 비용들을 감당할 형편이 안 돼서 과외도 학원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재수를 적극 말렸습니다. 어떤 이는 "재수하면 의지 부족으로 대부분 중간에 무너진다는데"하면서 왜 그 어려운 쪽을 선택하느냐고 했습니다. 그것도 독학으로 말입니다.
아들은 지난 일년 독학으로 재수를 하면서 그야말로 무지한 인내가 요구되는 처절한 투쟁을 해왔습니다. 지난 6월에는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할 때도 아들놈은 중요한 경기 때만 잠시 보고나서 이내 책상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4강 환영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리던 날, 이곳 예산에서도 황선홍 선수가 무개차를 타고 동네를 가로 지르며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공부하는 독서실에서도 문 하나만 열면 바로 카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들은 나가 보지 않았습니다. 그걸 꼭 봐야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아들이 1등급을 받았고 육사에 무난히 합격했습니다.
이 모두가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도우셨고 그리고 예산 고등학교 선생님들 또 성원해준 여러분들이 성심으로 응원을 해주신 덕분에 이리 됐다고 생각하면서 모두에게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성원해주신 오마이 뉴스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모두가 여러분들이 성원하시는 그 마음들을 하늘도 아시고 도와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