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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다. 대신 학생들은 4년 동안 세계 도시 속으로 흩어져 공부한다. 1학년 샌프란시스코, 2학년 서울·하이데라바드(인도), 3학년 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 런던·타이베이로 수업 장소를 옮긴다. 《포브스》는 최근 기사에서 미네르바 스쿨을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평가했다.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한곳에 모일 필요가 없다. 정해진 시간에 아무 데서나 온라인에 접속해 강의를 듣는다. 수업도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미리 준비해온 주제로 토론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시간에는 학교와 연계된 기업인 아마존, 우버, 애플 등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현재 2학년 2학기를 하이데라바드에서 보내고 있는 디나라는 앞선 1학기에는 서울에서 공부했다. 그와 동급생들은 카카오, SK엔카닷컴 등 국내 기업 프로젝트에 투입돼 현장을 경험했다. |
출처: 조선일보 Chosunbiz 사이트. 2019. 5. 11. 수정, 2020. 4. 14. 접속.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9/2019050901277.html
이러한 형태는 정보통신기술이 교육의 형태적, 질적 변화에 주는 영향이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것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이 1980년대부터 정보통신기술이 교육에 주는 효과를 인지하여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도입하고자 했다. 다만, 당시에 이러한 시도들이 본격화하기 힘들었던 것은 인프라 미비와 교육 구성원의 심리적 장벽 때문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2011년 즈음에 교육계에 스마트 교육의 광풍이 불었다. 철학도 훌륭했고, 노력도 굉장했다. 그로 인해 오늘날 상당한 만큼 거꾸로 교실 등의 방법론이 교육계에 스며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생 1인 1디바이스가 가능하지 못했고, 통신 기반과 교육 플랫폼도 충분하지 못했으며,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도구들도 제한적이었다. 스마트 교육을 실시하려던 많은 교사들이 환경의 미비로 인해 어려움을 겪다가 다시 칠판과 분필 중심의 수업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 스마트 기술이 교육에 보다 광범위하게 도입되지 못한 것은 그에 못지않게 심리적 장벽도 컸다. 대개 그러하듯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의 특성상, 새로운 스마트 기술을 교육에 도입하는 데 교사, 학생, 학부모의 심리적 부담이 컸다. 생소한 용어와 기술, 새로운 교수-학습 방법론을 익혀야 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 교육의 방법론이 필수적인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많은 교사, 학생, 학부모는 스마트 교육을 몇몇 능력자의 전유물로 여기고는 했다.
오늘날 기술적 인프라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 플랫폼, 소셜 미디어, 협업 도구들이 개발되어 그 효과성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이를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도 충분하다. 마지막 남은 관건이 교육 구성원이 이러한 에듀테크를 교육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려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온라인 개학이라는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는 그 실험대 위에 놓여 있다. 이것은 교육에 에듀테크를 활용하는 것이 어느 특정 능력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수가 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심리적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 도구들을 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다.
2. 학습자, 교사의 역할 재정립의 가속화
학습자에게는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능력, 협업 능력, 창의력과 같은 필요한 역량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학생이 길러야 할 역량이자 미래사회 요구 역량으로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6개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있다.
교수-학습의 방법에 있어서도, 프로젝트 학습, 문제 기반 학습, 목표 기반 학습, 토의 토론 중심 학습, 학습자 주도 학습, ICT 기반 학습, AI 기반 학습, 게임 기반 학습 등 다양한 방법론을 도입하고 있다. 명칭과 영역은 다 다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지향하고 있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그것은 학습자가 학습의 주체이어 야 한다는 점이다.
학습은 학습자가 하는 것이다. 교육은 학습자가 자기 삶의 실제적인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 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과정이다. 문제 해결의 과정을 체계적이면 서 안전하게 사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교육 기관이다. 학습자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습을 주도 적으로 진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지원하고 학습을 촉진하며 그러한 과정을 체계적이면서 안전하게 사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학교이다. 학습자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습을 주도 적으로 진행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지원하고 학습을 촉진하며 그러한 과정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이미 오래된 명제이다.
온라인 수업은 사교육의 인터넷 강의 수강과 같이 단순히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수업 역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습자 중심 수업, 예컨대,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수립하고,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자기 주도적 활동과 협업 활동을 통해 그것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지원하는 수업이다. 잘 계획된 콘텐츠와 함께 다양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학습자 중심 활동을 이끌어 내는 수업이다. 무엇보다도 교사나 학생간에 상호작용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피드백이 제공되어야 한다. 온라인 수업은 태생적으로 학습 활동의 중심축이 학생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으며 그 도구로서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리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이러한 경험을 일상적인 수준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온라인 수업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면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상호작용적인 활동, 신체활동 등에서 한계가 있으며, 아직 자기 통제력이 충분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에게 적절한 조절을 제공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분명 기존 교육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가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온라인 학습이 도입되면서, 이제 교사, 학교의 역할이 필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들이 횡행한다. 우수한 강사가 녹화한 영상을 모든 학생이 보면 훨씬 효과적이지 않겠는가 하는 관점이다. 교육은 지식의 전달이 전부가 아니다. 학습자 간, 교사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사회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며, 학습자에게는 인생 전반에 대한 롤 모델과 카운셀러, 촉진자, 코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교사와 학교가 수행하게 된다. 과거의 교사는 내용 전문가, 전달 전문가, 학급 관리 전문가의 성격이 강했다면, 학습자 중심의 수업에서는 학습 설계 전문가, 학습 관리 전문가, 도덕적 롤 모델의 역할이 강조된다. 교사의 역할 비중이 다른 영역으로 이동할 뿐 교사의 역할은 더욱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면서 교사들은 이 점을 더욱 깊이 느끼고 있다. 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들이 느낀 이 같은 역할 경험은 코로나 사태 종식 후에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3. 교육의 유연성 확대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다원화되고 있으며 지식의 양이 폭증하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이 가진 지식으로 삶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시대에 있다. 이제는 개인이 보유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학습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시된다. 현장 체험 중심의 학습과 때로는 실험적이고 과감하며, 미래지향적인 교수-학습 방법이 강조되는 이유다. 학생들이 실세계의 문제들을 직접 접하고 그 속에서 살아 있는 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는 이를 다양한 형태로 실천해 오고 있었다. 교내외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 중심의 교육이 그 예이며, 가정에서 실시하는 교외 체험학습을 출석 일수로 보장하여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도 그 사례다. 다만, 학습 결손 방지, 학생 관리의 어려움, 안내와 소통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한계가 있었다. 비록 체험 중심의 학습이라 하더라도 가급적 익숙한 ‘강사-학생’의 구조로 구성하는 경향이 있었고, 최대한 학교의 물리적 공간 내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안전교육, 문화예술교육, 과학체험, 심폐소생 교육, 각종 대회 등을 교육 기관 내에서 준비하고, 실시하려는 경향은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감한 형태의 교수-학습 방법의 실현에 가능성을 제공한다.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방지하고, 교사-학생, 학생-학생 상호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교사의 학습 코칭을 받으면서, 보다 적극적인 현장 중심의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이는 교육의 적극적, 능동적 유연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은 교육의 본질적 목표인 학습자 활동 중심의 교육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또한,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미래 세대에 걸맞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형태의 교육 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로서 기대도 받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이제껏 망설여 왔던 에듀테크와 학습자 중심 학 습 형태에 충분한 경험의 기회를 갖는 중이다. 이로 인해 조심스럽지만 온-오프라인 교육이 융합 되고 다양하고 혁신적인 에듀테크가 일반화되어 교육 혁신의 시기가 훨씬 앞당겨지리라는 예측 도 해 본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우리 교육의 발전된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역시, 위기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