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57)씨는 동대문 M상가 분양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지난 4월 광명 C상가에 투자했다. 김씨는 4년 전 M상가 1층 한구좌에 8천만원을 투자해 현재 보증금 4천만원에 매월 3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는 동대문에서 본 쏠쏠한 재미가 광명 C상가에서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테마상가가 대체 투자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진 것도 테마상가의 인기에 한몫 했다. 정부의 3·6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첫분양에 나선 광명 크로앙스는 1만1천여평의 대형 상가임에도 분양 일주일 만에 60%라는 초유의 초기 계약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영등포 점프밀라노는 4월18일 정식분양을 시작한 지 한달이 안 돼 70% 가량이 분양됐다. 이전에는 3개월이 지나야 절반 정도가 분양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변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되면서 상가시장에 돈이 몰릴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동안 찬밥 신세였던 테마상가 인기가 치솟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상가114 윤병한 대표는 “그동안 아파트 단지내 상가가 상가 분양시장을 주도했는데 최근 경쟁입찰로 낙찰가가 올라가면서 투자수익률이 떨어졌다”며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대한 투자 열기는 다소 누그러진 반면, 1~2년 뒤를 내다본 투자자금이 테마상가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나 근린상가보다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테마상가의 장점이다.
테마상가 분양열기가 이어지면서 시행사들은 앞다투어 물량을 내놓고 있다. 현재 분양중인 테마상가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18개 상가에 2만2천여 점포에 이른다. 이중 점포 수 1천개가 넘는 대형 테마상가만도 10개가 넘는다.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던 지난해 상반기보다도 30% 정도 늘어난 규모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이 늘어난 만큼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테마상가는 물건만 잘 고르면 단지내 상가나 근리상가보다 수익률이 월등히 높다. 특히 경기상승기에는 임대수입, 매매차익, 권리금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대문 밀리오레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23%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크다. 상권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입지조건과 주변상권을 고려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할 경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수도권만도 18개 상가 2만여 점포 분양중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현재 분양중인 테마상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연면적 10만평으로 63빌딩의 2배, 강변역 테크노파크의 1.5배에 달한다. 시행사인 프라임산업 박상후 부장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5월20일 정식 분양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계약률이 60%를 넘었다”며 “현재는 일부층에 한해서만 계약을 해주는 등 분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전기·전자매장, 패션잡화, 푸드코드 등 총 5천여개 매장과 대형 할인점, 멀티플렉스 극장, 이벤트홀, 스포츠센터 등이 입주한다. 최근 분양하는 테마상가 중에는 특화 상품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자, 의류 등 전문 쇼핑몰과 극장가, 할인점, 스포츠센터, 식당 등 생활편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는 복합 쇼핑몰이 많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는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과 직접 연결되며 5·7호선 지하철, 경인선, 경수선의 국철 구간도 인접해 있다. 시행사측은 “하루 100만명의 유동인구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심 중앙과는 10km 가까이 떨어져 있고, 주변 지역에 대규모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영등포 점프밀라노와 은평구 팜스궤어는 동대문과 남대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시도되는 복합 패션몰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등포 점프밀라노는 대규모 역세권을 끼고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백화점 세곳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은평구 팜스궤어는 도심과 떨어진 지역상권이라는 것이 약점이다. 상가114 윤병한 대표는 “주변 상권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포 수 2500개에 달하는 대형 쇼핑몰을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태완 디앤시 관계자는 “은평구에서는 아파트 재건축이 활발해 상가 입주가 시작되는 2005년이면 10만세대 정도가 들어설 예정”이며 “서울 서북구에서는 유일한 대형 쇼핑몰이기 때문에 은평구, 서대문구, 파주시, 고양시 등지에서 광역 상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패션몰의 원조인 동대문지역에서도 대형 패션몰의 분양이 활발하다. 을지로 6가에 위치한 굿모닝시티는 점포 수 4천개로 규모가 가장 크다. 미래도래(주)는 동대문 주차장 인근에 점포 수 1800개 규모로 미래도래 패션몰을 건립한다. 이 패션몰은 밀레오레나 두타와 달리 상인들을 상대로 하는 도매 쇼핑몰이다. 또한 미래종합건설에서는 동대문 야구장 맞은편에 점포 2400개 규모로 ‘라모도’라는 쇼핑몰을 건설중이다.
동대문에서는 그동안 상가 과포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때문에 이 지역에 대형 패션몰이 잇따라 들어서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시행사쪽에서는 “동대문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동대문운동장 철거가 결정됐기 때문에 동대문 패션몰이 부흥기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맞선다.
수도권지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테마상가로는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에 자리한 에어조이가 있다. 지난 3월부터 청약을 받기 시작해 현재 60% 정도 계약률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상가가 개인 소유가 가능한 등기 분양인 데 반해 에어조이는 25년 임대형인 것이 특징이다. 2004년 6월 입주 예정인 에어조이는 판매시설, 위락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연간 2700만명의 유동인구와 인천공항 종사자, 영종도 주민 등이 잠재 고객이다.
업계서 인정하는 튼튼한 시행사 택해야
분양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최근 분양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동대문 쇼핑몰의 경우 분양 평수 5평(전용평수 1.5평)인 1층 한구좌 분양가가 1억5천만원 정도다. 심지어 아파트처럼 분양권이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급 과다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최근 지역별로 지나치게 많은 테마상가가 분양되고 있다”며 “거품을 거둬내고 신중하게 투자수익률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시행사에서 주변 상권에 대한 면밀한 계산없이 주변에 잘되는 상가의 임대수입으로 투자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장사하는 사람이 갖는 권리금까지 수익으로 계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테마상가 대부분은 건축허가 후 분양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다. 심지어 건축허가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양하는 경우도 있다. 상가는 아파트와 달리 분양보증이나 임대차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사가 도산할 경우 투자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상가114 윤 대표는 “테마상가는 상가 입주 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고, 입주하더라도 상가 활성화가 요원한 곳도 적지 않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시행사가 튼튼한지 확인해야 한다. 직접 토지등기부 등본을 떼 시행사가 사업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지,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 권리관계가 깨끗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시행사의 마케팅 능력도 중요하다. 마케팅 능력이 있는 시행사를 골라야 상권이 조기에 활성화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경험을 인정받고 있는 시행사는 프라임산업, 성창, 점프밀라노, 에어조이, 일성건설 등이다.
또한 투자자보다 실수요자가 많은 곳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문상인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전문상인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E-마트, 마그넷 등 대형 할인점이 함께 들어서는 곳을 고르는 것이 낫다. 대형 할인점은 상권을 면밀히 분석한 후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업종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표적 상권 중 남대문은 액세서리와 아동복, 동대문은 여성복과 남성복이 우세하다. 얼마 전에 개점한 남대문 M상가의 경우 다른 업종은 고전하고 있지만 아동복만은 강세다. 반대로 동대문 D상가는 전략적으로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여성복은 강세인 데 반해 아동복 매출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상가투자는 다리품을 많이 판 사람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 홍보성 광고나 시행사 상담원의 말만 믿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 입지조건이나 상권을 파악하기 위하서는 현장을 여러차례 둘러보고, 인근 부동산 주인이나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를 참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