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사모 정기총회 및 송년모임
"2024년 한사모 송년 잔치" 후기
*때 : 2024년 12월 15일(일) 16:00~19:00
*곳 : '홍보석' 귀빈실(여의도역 6번 출구)
*글 : 박동진
*사진 : 류연수 한사모 사진위원
<참석자>48명
1팀 : 안철주 김소영 김재관 이성동 이창조 임금자 정정균 한숙이 황금철
2팀 : 이석용 권영춘 신금자 김동식 박동진 방규명 박해평
3팀 : 이영례 이규석 김재옥 김정희 진풍길 소정자 이순애 이영균 전한준
4팀 : 최경숙 정전택 김채식 이달희 박정임 박화서 신애자 신원영 손귀연
반찬도
5팀 : 김용만 이규선 류연수 안태숙 이경환 임명자 윤삼가
기타 홍영란 나종완 김영신 성명재 임병춘 강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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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자선냄비 종소리 들리곤 했는데 현금이 사라진 요즘에도
빨간 통에 현금이 쌓이고 있는지 살짝 궁금합니다.
바깥출입 뜸한 때문인지 모르지만...
단군기원 4357년 매듭달 보름날 4시 여의도 기온 4℃.
중화요리점 홍보석에 가만있어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뿜뿜 내뿜는 48명의 할매 할배들이 모여 듭니다.
오늘은 35번째 한사모 걷기를 멈추고 수없이 맞이한 세월의 또 다른 일정표 앞에서
용케도 견뎌온 인고의 삶, 작은 응어리 하나
가슴에 묻어두고 숨 쉬고 걸을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우리들의 잔칫날’.
이들이 누구인가? ‘ 2008년 한반도 동녘 허리쯤인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첫 발을 내디딘 뒤 남녘 바닷길을 거쳐 서해한 길 따라 임진각까지 1,517km.
5년의 세월, 62박 73일. 억수 비 내리고 세찬 바람 불어도
‘뚜벅뚜벅’ 오로지 걷기만으로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 역사의 산증인 아닌가요?
우리는 이를 ‘대한민국 U자 걷기’라 일컫지요만.
’도전이 있는 한사모‘ ’관심, 배려, 사랑이 있는 만남‘.
박찬도 상임고문님은 소장한 U자 걷기 지도를 꺼내 보이며
실버 청춘의 걷기 성공 스토리 증거를 공개해 주셨지요.
책임자는 고단하다. 그렇습니다. 모든 모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이 있어 가능한 일이지요. 한사모라고 다를까요?
황금철 회장을 비롯한 안태숙 부회장, 류연수 감사, 이영례 총무님은
벌써부터 손님맞이 준비에 올인 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024년도 한∙사∙모 총회 및 송년 모임’
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전면 현수막이 바람처럼 달려듭니다.
공연히 어깨 살짝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성일 터.
해마다 잊지 않고 고로쇠 물을 보내주시는 남원의 김재관님이며
기타 둘러맨 임병춘님, 고창의 김영신 국장님 모습도 보입니다.
개회를 선언하는 안철주 전 단장님의 포즈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한국 그랜드슬렘대회’에서 이틀에 128km를 완주한 힘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목소리가 쩌렁쩌렁합니다.
국민의례에 이어 우리와 함께 걷고 함께 마셨던, 16명 고인에 대한
추모 묵념을 올렸습니다.
황금철 회장님이 개회사를 하십니다.
12월입니다. 만만치 않은 날씨에 이렇게 나오셔서 빛내주시니 자리가
훤- 합니다. 세월이 빨라, 웬만큼 정신을 차리지 않고는
그 변하는 속도를 따라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세상을 너무 따라가지 마십시다.
나오셔 부대껴도, 집에 앉아 편안하셔도 같은 한 세월,
오늘은 그를 앞서 보내고 몇 걸음 뒤에 서서 천천히 따라가 봅니다.
급한 건 내가 아니고 세상 일 테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대로
가게하고 싶습니다. 잠시 잠시 꾸물거리며 닦달하다 보면,
혹 영혼까지도 단련될는지 누가 압니까? 25년에도 열심히 걸어 보겠습니다.
사리 분명하고 냉철한 판단력을 자랑하는 김용만 고문님은 축사에서
한사모가 태어나게 된 숨겨진 이야기를 자세하게, 정확한 발음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녹슬지 않은 그 기억력은 어디서 나오는지요?
“인생은 만남의 역사다”라는 명언을 남기신 박찬도 상임고문님.
‘삶의 모범 답안’ 같은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찐 한사모.
함수곤 대표님 추모 1주기를 맞은 때문일까요? U자 걷기 지도를 내보이시며,
조금은 떨리는, 조금은 격앙된 음성으로 회고합니다.
“걸출한 인물 함수곤이 아니었다면 한사모는 없었다.
이런 만남의 장소 덕분에 좋은 분들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우리의 삶을 더욱 살찌게 할 수 있었으니 한사모를 만난 건 분명 행운이다.”
‘꿈과 열정과 낭만. 도전이 있는 ‘한사모’. 관심 배려 사랑이 있는 만남,
대한민국 U자 걷기.‘
지도에 선명하게 씌어 있는 글을 읽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이영례 총무님이 올 2024년도 한사모 운영 결산보고를,
류연수 감사님이 감사보고를 했습니다.
한사모 살림을 야무지게 해주신 이영례 총무님,
올바른 운영을 위해 꼼꼼히 들여다 봐주신 류연수 감사님께 감사의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건배사는 언제나처럼 김동식 고문님이 해주셨습니다.
촌철살인의 명수. 좌중을 휘어잡는 탁월한 능력은 군계일학이지요.
“정겨운 한사모 가족을 만나 반갑습니다. 내년에도 매주 만나 함께 걸으면 좋겠습니다.
작년에도 내가 건배사를 했는데 그때 한 말이 건강하시라는 거였지요.
그런 건배사 덕택으로 여러분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니
내년에도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 고문님이 큰소리로 선창하고 회원들이 더 크게 소리칩니다.
“멋진 한사모여~ 영원하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요? 배불러야 풍월도 즐길 수 있는 법.
아기다리고기다리던(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풍악 장마당을 연건
‘언어의 마술사’ 신원영님. 헌데 깜놀 한 가지.
시인이자 숲 해설가인 그가 일반 동네에서는 엄두도 못낼
어마 무시한 생태환경신문을 펴냈다는 사실입니다. 어허 세상에나.
첫 출연자는 김영신 전 사무국장님. 산티에이고 순례길을 세 번이나 다녀오신 건각.
무거운 복분자 들고 고창에서 낑낑 거리며 오신 탓일까?
아직도 가쁜 숨이 멈추지 않은 모양입니다.
문병란의 시 ‘희망가’를 암송합니다. 야구 선수 박찬호가 힘들었을 때
이 시를 통째로 외워 위안을 삼았다지요 아마?
권영춘님이 눈 비비며 자작 시 ‘어느 곡예사의 하루’를 낭송합니다.
작년에는 스토리문학상, 올해엔 한국가톨릭문학인협회 야외백일장 대상
수상자. 손자 손녀 다독이며 돈 쓰는 재미로 살아갈 나이에 아직도
시심 사그라들지 않아 창작에 열 올리고 있는 욕심쟁이.
눈 침침한 건 연륜에 따라 매겨지는 자랑스런 훈장인 것을요.
눈으로 읽으며 또박또박 읽는 소리 상상하며 듣습니다.
마성 지닌 음성으로 사람의 감성 자극하는 ‘시 읽어주는 시인’ 이순애님.
나태주의 시 ‘풀꽃’과 ‘아끼지 마세요’를 특유의 소리 빛으로
이들을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가슴에 쉽게 다가와 포근하게 안기는 시구들. 쉽게 쓴 시.
구절구절이 촌철살인입니다.
시 300편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괴물 시인’ 박해평님.
다가올 세대에 이용 가능하다는 ‘뉴럴링크’시대를 미리 만나는 시간.
한사모 회원이기도 한 박현자 시인의 ‘할매도 사람이다’를
시인의 내밀한 마음을 누설하듯 한 땀 한 땀 풀어냅니다.
“마음도 정신도 젊음을 잃지 않았는데 너희들은 왜
물리적인 잣대로 늙은이라고 구박 하냐“며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분노의 소리가 가슴을 울립니다.
지금까지 우리네 메마른 마음의 밭에 시심을 심었다면
이제부터는 풍악으로 사그라드는 몸 안의 세포를 흔들어 깨울 차례.
“배움에는 끝이 없다. 도전에는 나이와 상관없다.” 세상을 향해 일갈하며
김정희님이 들고 나온 관악기 팬 플루트. 연주곡은 김인배의 ‘석양’.
예민한 악기 다루는 솜씨가 연륜을 말해줍니다.
야릇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색을 내는 게 이 악기의 특징이지만요.
인디언 복장의 레오 로하스가 아마존 밀림에서
‘엘 콘드르파사’를 부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걷기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루고, 100km 걷기 대회 챔피언을 거머쥔 정전택님이
한 뼘 악기 하모니카로 ‘향수’를 능숙하게 연주합니다.
뽀얀 안개 어린 들판 한구석 초가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 피어오르고,
외양간 늙은 암소는 밥 달라고 음~메~ 울어 예는
어릴 적 내 고향으로 시간 여행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작곡가 김희갑은 가사를 받으면 즉석에서 스케치 하듯 곡을 만들곤 하는데
이동원의 부탁을 받고는 10달 동안 미루다 9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곡.
이야기가 너무 많아 곡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지요.
테너 박인수가 대중가수와 어울려 노래했다고 해서 수난을 받았고
이 노랫말로 정지용 시인을 세상에 다시 알리게 됐다고도 하고...
가수되기를 소망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종완님. ‘
비 내리는 판문점’을 구성지게 부릅니다. 첫 구절부터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굵고 진한 소리. 바이브레이션이 돋보입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노래 부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는 소문은 사실인 듯.
바통 이어받은 성명재님. ‘모란동백’을 노래합니다.
조용남이 데뷔 35주년 때 부른 자작곡.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조용남은 이 노래를 자신의 장례식 때 불러달라고 주문한 적이 있는데
성명재님은 듣기 편한 목소리로 감정 구사하며 부릅니다. 고음도 정상급.
만능 엔터테이너 임병춘님. 능숙한 솜씨로 기타 줄을 튕깁니다. ‘사랑해’.
한사모의 사랑곡. 모임 때마다 빠지지 않는 노래.
사회자가 유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떼 창이 이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이 떠나보내고 눈물 흘릴 것이 아니라
‘있을 때’ ‘곁에 있을 때’ 살피고 보살펴야 겠습니다.
후회는 늘 한 발짝 늦게 오는 것을요.
한사모에 참석했는데 잠자코 있기에는 아직 힘 뻗쳐 견디기 어려운 일 일터.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의지의 사나이.
혹여 전문가다운 색소폰 연주 솜씨를 보려나 싶었는데 이번엔 맨손입니다.
그의 18번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를 시원한 목소리로 부릅니다.
떼창은 자연뽕. 묵은지처럼 오랜 숙성을 거친 때문이지요.
좋은 글을 보면 악상이 먼저’ 떠올라 그때마다 만든 작곡이 4250개
슈퍼 작곡가 전한준님이 들고 나온 건 악기는 ‘에어로 폰.’
모양 낯설지만 색소폰, 클라리넷, 바이올린, 트럼펫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낼 수 있는 전자악기랍니다.
고향생각을 연주하자 모두들 흥얼거립니다.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창작의 불꽃은 언제쯤 멎을는지....
분위기 한층 고조될 때 마무리하는 것도 사회자의 몫이지요.
은근슬쩍 부르는 노래는 한사로 주제가.
아쉬움과 섭섭함 달래며 힘차게 부릅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비움의 미덕이 필요한 때입니다.
올 한해에 있던 좋지 않았던 일, 나쁜 기억일랑 몽땅 잊고
고마운 사람에게 엽서 한 장 띄우는 마음으로 또 다른 내일,
2025년 황금빛 새해 새아침을 기다려야 겠습니다.
가라 2024년이여,
오라 2025년이여.
<알림>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은 그래서 맛이 있는 모양입니다.
오늘 식대는 1인당 45,000원. 모자라는 비용은 운영경비에서 충당합니다.
<물품 가져오신 분>
이영례 : 포도주
김영신 : 복분자
박찬도 : 포도주
신원영 : 생태환경신문
민한홍 : 한사모 수첩
권영춘 : 시집 ‘그녀의 밤은 몽골반점’
<찬조금>
박선자 : 30만원
신원영 : 1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