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리판
몹시 어지러운 속세의 정치판을 '난장판'이라고 말한다.
개들이 진흙탕에서 물고 뜯으며 싸운다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지는 판이 '개판'이다.
그리고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하게 엉망인 상태를 우리는 '아사리판'이라고도 한다.
여기에 나오는 '아사리판'의 어원은 무엇일까?
불교에서 나와서 세속에서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은 꽤 많다.
이판사판은 '막다른 데에 이르러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게 된 상황'을 말하는데
이 말도 불교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런데 아사리판에 대한 어원설은 대개 세 가지로 말하고 있다.
첫째 토박말 어원설이다.
아사리판은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아사리'는 토박이말 빼앗다의 옛말 '앗다(奪)'의 줄기 '앗- '에 관형사형 어미(매김꼴 씨끝) '-을'이 붙고
그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어미 '이'가 붙어 '앗을이'가 되고
이 말에서 '아사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빼앗을 사람이 많으니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 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둘째는 일본말에서 어원을 찾는 것이다.
일본말 '아사리(あさり, 浅蜊)'는
원래 조개의 일종인데 바지락 종류인 '아사리'는 다른 조개와 달리
바지락이 담긴 그릇은 흔들릴 때 '사그락 사그락' 소리가 난다고 하여
'아사리판'이 나왔다는 것이다.
셋째는 인도 범어에서 유래하였다는 주장이다.
산스크리트 어에서 덕망이 높은 스님을 '아사리(acarya)'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행(正行)이나 궤범(軌範)과 덕망이 높은 고승을 뜻하는 말이다.
이 아사리를 중국어로 전사하여 '阿牀利' 혹은 '阿遮利夜'가 되었다는 것이다.
첫댓글 『최기호 교수와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 문화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