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전으로 맺은“우리는 법조가족” 부자-부녀-부부-형제등 5백여명 혈연 혼맥관계 고위직들도 법조인 사위감 선호 | |
백강진 신숙희 판사부부는 매일 서울지방법원으로 같이 출근한다. 법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민사합의17부인 신판사는 18층, 26부인 백판사는 19층에서 각각 내린다. 서울법대 88학번 동기인 이들은 대학 때부터 소문난 커플이었다. 이렇게 부부가 한 법원에 같이 근무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 연수원성적이 우수해 둘 다 서울지법에 근무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또 양호승(서울고법)-김선애(서울지법)판사도 법원은 다르지만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 재판연구원으로 재직중인 김영란 김문석판사는 남매가 같은 법원에 근무하는 케이스. 김영란판사는 고등법원, 김문석판사는 서울지법 형사단독부에 근무하다 올해 3월 두 남매 모두 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법조인 부부 남매 등 가족이 같은 근무지에서 만나는 일도 이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오히려 법조계는 여러 공직 중에 서 같은 길을 가는 가족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직종으로 꼽힌다. 전체 법조인 가족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다. 법조인들 스스로 『아마 세세하게 뒤져보면 엄청나게 많을 것』 이라고 말한다. 비공식 집계로는 1400여명의 판사 중에서 20%가 넘는 250∼300여명이 법조계 안에 누군가 가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검사 1000여명 판사 1400여명 변호사 3000여명인 법조계에서 부자 부녀 형제 자매 장인-사위 등 혈연과 혼맥으로 맺 어진 법조인 가족은 아무리 적어도 500명은 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얘기다.
부자관계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케이스는 윤관대법원장과 그 아들 준씨. 준씨는 사법시험 26회에 합격, 현재 수원지법에 근무중이 다. 안석태부산고법원장의 아들인 보용씨도 지난해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 군복무중. 또 김종배광주지법원장의 아들인 도영씨 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뒤 판사로 2년 동안 근무하다가 최근 로펌인 「김&장」으로 옮겼다. 김변호사는 보다 창조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통상 보험 해상분야 등 새로운 법의 영역을 개척하고 싶어 판사직을 떠났다고 한다.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을 지낸 김기춘씨가 김변호사의 장인이다. 검찰쪽에서는 최환대검총무부장의 아들 용훈씨가 법무관으로 군복무중이다. 용훈씨는 외할아버지인 이봉성 21대 법무부장관과 아버 지에 이어 법조인의 전통을 3대째 잇고 있는 셈이다. 또 노승행전광주지검장은 딸 정연씨와 아들 혁준씨가 모두 법조인. 노전검사장은 정연씨의 남편인 조성욱검사(수원지검)와 이상규검사(의정부지청)를 사위로 맞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버지 법조인들은 자녀들에게 특별히 법조인이 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다만 자녀들이 법조인 가 족의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공부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부법조인 또한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여성법조인의 수가 최근 증가하면서 부부커플의 탄생은 흔한 일이 됐다. 부부법조인 1 호인 이영애(대전고법부장)-김찬진(변호사)부부를 비롯, 이태운(대법원 법정국장)-전효숙(서울지법 부장)부부, 강지원(서울고검)-김영 란(대법원)부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서울지법 본원과 대법원 사법연수원에 근무하는 여판사는 26명. 미혼 4명을 제외한 22명 중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명의 여판사들 이 법조인 남편을 두고 있다. 대체로 대학동기나 연수원동기들이 많다. 여성법조인들은 남성들과 달리 선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연애결혼스타일. 서울지법의 한 여판사는 『다른 직종의 남자들은 여판사들을 어려워하는 경향 때문에 좀처럼 사귀기가 쉽지 않다』 며 『법조인과 결혼하지 않은 여판사들의 숫자를 세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직종도 의사 교수 또는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다. 강현중변호사의 딸인 강수진검사는 서울지법 홍준호판 사와 부부로 유일하게 검사부인-판사남편의 케이스로 꼽힌다. 이들 판사부부나 판검사부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지방 발령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 판사 부인을 두고 있는 모 검사에 따르면 결혼생 활 7년 동안 4년을 따로 떨어져 살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통무협소설을 출간해 화제를 모았던 임무영검사의 부인 조수정이화여대교수는 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 외에도 지방발령으로 자녀교육 등의 문제가 심각해 판사직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검사부부도 많이 늘었다. 최윤희(법무부)-오정돈(인천지검)부부, 김영준-박계현커플(유학중), 이형택(인천지검)-곽란주(부천지)부부, 앞서 언급한 조성욱-노정연부부들이 주인공이다. 검사부부는 커플이 그나마 적은 탓에 검찰측에서 같은 지역에 근무하도록 배려해 떨어져사는 고생은 덜하다. 재미있는 것은 남편이 검사인 경우 현재 판검사인 부인이 연수원시절 검사시보로 왔을 때 맺어진 사례가 꽤 된다는 것이다. 검사들 특유의 돌파력으로 후배들을 사로잡은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 주위의 해석. 검찰의 검사장급이나 고위 법관들의 법조인사 사위맞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김기수검찰총장은 이명순검사(서울지검), 김 종구고검장은 차경환검사(서울지검), 최영광법무연수원장은 신유철검사(대전지검)를 각각 사위로 맞아들였다. 신한국당의 이회창후보도 서울지검 최명석검사가 사위다. 김용준헌법재판소소장은 2명의 딸을 법조인에게 시집보냈다. 최영익변호사 와 현재 유학중인 김범수판사가 김헌재소장의 사위들. 수원지법 윤재식원장의 사위는 공교롭게도 같은 법원에 근무하고 있는 구회근판사다. 대법원의 한 연구관은 판사들이 판사 사위를 주로 원하는 것에 대해 『판사들은 탈선(?)의 길을 걸을 염려가 가장 적어 안심하고 딸을 맡길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 가 있을 정도로 판사직업의 안정적인 면을 높이 사는 것 같다』며 『미리 사윗감을 점찍어 두거나, 딸을 소개시켜줄 경우 주위 법조 인들을 통해 성품 능력 등을 체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 판검사와 변호사 역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대표적으로는 송진훈대법관과 송진현서울서부지원부장이다. 송대법관의 장-차남도 모두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가족. 또 한위수부 장(대구지법)과 한이봉변호사(태평양)도 형제간인데 한변호사는 사법시험 수석합격자이기도 하다. 곽동효부장(대구고법)과 곽동훈 변호사도 형제간이며 김창(서울지검)-김훈(인천지검)검사도 보기드문 형제검사다. 이처럼 법조계 가족들이 많은 데에는 아무래도 집안 분위기와 가족들간 유형무형의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고법 망년회 때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상대의 설문조사에서, 자녀와 사위의 직업에 대해 각각 34%, 45%가 판사를 희망하는 것 으로 대답해 뿌리깊은 법조인 선호 경향을 보인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