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어느듯 졸업 시즌이다..
꽃샘 칼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고
잔설이 녹아내려 질척거리는 운동장 대신에
교실을 한칸 더터서 졸업식을 한다.
교단에 올라서신 교장선생님의 일장 훈시가
끝날듯 끝날듯 이어진다.
제자들의 졸업식이라고 치마 저고릴 차려입고
일렬로 서 계시던 여선생님들은
차가운 꽃샘추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치마를 추스리며
연설이 끝나기만 기다린다.
길고 긴 교장선생님의 훈시의 결론은
"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라!" 이다.
이어 재학생 대표가 금색 수술 달린
두루마리 연설지를 펼치며
신파조의 목소리로 송사를 읽어 내려가면
촌티 패션으로 한껏 차려입고
뒤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들은
저마다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물을 찍어 내신다.
이어 졸업생 대표가
변사조의 구성진 목소리로 답사를 읽어 내려가면
여기 저기 훌쩍 훌쩍
콧물 들여마시는 소리가 들리고
풍금소리에 맞춰 재학생들이 졸업가를 부른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
저희들도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졸업생들도 목청 높여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
이 나라에 새일꾼이 되겠습니다.-
라고 답가를 부를 즈음...
졸업생들도 몇사람은
서로 뒤엉켜 얼싸안고 눈물를 흘리고,
앞에서 지루한 졸업식이 끝날 때만 기다리던
선생님도 뒤돌아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다..
이어 "祝卒業"이라고
금박 글씨가 쓰여진 원통형 통에다
졸업장을 말아 넣고,
조화꽃 한아름 안고
가족들과 이웃사촌 까지 모여서
흑백사진 몇 장 찰칵 하고난 후에는...
자고로 졸업식의 하일라이트인,
부모님 손에 이끌려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는 중국집에 둘러앉아
짜장면 한그릇 얻어 먹고 밖으로 나오면,
해맑은 2월의 찬바람이 뺨을 스치며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하고,
이별이라곤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친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그 모습 어디에도 찾을 길 없고
내일부터는 볼 수 없다는 친구들 생각에...
아! 또 한번
눈물이 핑그르르 돕니다.ㅎ
-위글은 남고일삼회 카페에서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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