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9 “한반도 공동체를 위한 남북보건의협력”, 포스트코로나시대, ‘남북공생’의 마중물 ‘협력사업’, 통일한반도 주춧돌을 놓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엮음, PNAWorld, 2021.1.29: 293~317
한반도 공동체를 위한 남북 보건의료협력
1. 머리말
왕래가 금지된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은 인간에게만 의미가 있지 전염병, 생물, 바람, 물, 불, 빛, 소리, 전파 따위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는 무의미하다. 그것들은 인간의 법규와 관계가 없고, 인간도 그 대상에게 어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것들의 이동이 인간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파괴력이 클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 단속성, 지속성, 영속성이 혼재되어 있고 공간적으로도 국지성과 광역성이 섞이어 공존하고 있다. 당연히 피해는 직접적, 간접적, 복합적, 파생적, 연쇄적으로 얽히어 뒤범벅이 된다. 이러한 폐해를 예방하고 줄이려면 남북간의 협력이 지속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중에서도 전염병처럼 생명에 영향을 주는 이동의 주체에 대한 총체적 대응은 개인과 개체의 존속을 위함은 물론이고, 가족과 집단, 겨레를 살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간의 건강공동체와 생태공동체를 위한 의료, 보건, 위생, 생태, 환경 등에 관한 협력현황과 대응방안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2. 보건의료 협력 개관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1970년대까지는 나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무상의료정책을 지지할 재정여건이 되지 않자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졌다. 이 시기부터 환자가 직접 자구책을 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간의 보건협력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북한에서 보건협력을 하고 있는 국제기구는 WHO, UNICEF, UNFAP, UNDP, WFP 등이 있으며 WHO와 UNICEF가 대북 보건협력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제기구들과 더불어 한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정부기관이 관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펀드, GAVI, ICRC, IFRC, 유진벨 재단, CFK(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도 참여하고 있다. 북한에서 활동 중인 국제기구는 북한 내 대민 접촉, 활동 기회, 활동 반경 등 북한의 내부에 미치는 역량은 국가행위자보다 훨씬 뛰어나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기반 조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인도적 대북지원의 탈정치화, 국제기구 활동의 제고 등이 요구된다.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지원차원의 보건의료협력의 주요한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글로벌 펀드의 결핵, 말라리아 지원사업: 글로벌 펀드(The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과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2002년 유엔 총회결의를 바탕으로 설립된 조직이며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2)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는 비엔나조약(1969)에 의거 감염성 질병으로 고통 받는 제3세계 국가를 돕기 위해 1997년에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IVI는 2007년에 한국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북한의과학연구원과 협력하여 일본뇌염 등 집단예방접종을 시행하였다.
3) 독일 카리타스(Caritas in Germany)를 통한 집단예방접종사업도 있다. 카리타스는 1897년 최초로 독일에 설립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50년 자선구호사업을 하던 각국 카리타스가 연합체를 이룬 것이 국제카리타스로 로마 바티칸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16년에 독일 정부는 북한의 결핵과 간염 환자를 지원하고 있는 독일 카리타스에 미화 153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3. 건강공동체를 위한 남북협력
현 정부에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어지면서 의료협력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남북간의 보건의료 격차 해소는 향후 인적 및 물적 교류 확대를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므로 건강격차 해소사업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건강공동체를 위한 우리의 관심이 많은 부문을 생각해 보자.
1) 말라리아를 보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발생률이 1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말라리아 발생률은 10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 반면 멕시코는 10만 명당 0.6명이 발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선 접경지역 (인천, 경기, 강원 북부)에서 주로 발생하며, 작년에는 삼일열(三日熱) 말라리아 환자의 89%가 이곳에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말라리아 위험지역을 중심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말라리아 매개모기 감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 유행성 출혈열은 한탄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호흡기 감염 과정을 거쳐 발열과 온몸의 발진이 발생하고, 복통과 출혈이 동반되면서 혈뇨와 신장 장애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광복 이후 1951년 한국 전쟁시 중공군 참전한 뒤 휴전선 부근에서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미군을 중심으로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발생하여 3000여명이 사망하였다. 1960년 강원도 철원지역 민간인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고, 휴전선 일대에(한탄강) 유행하던 질환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매년 가을철 많은 환자가 발생하게 되자 보건당국도 유행성 출혈열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였다.
3) 결핵은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전염병이므로 약이 떨어져 치료를 하지 못할 경우 환자만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새 환자가 생겨날 수 있다. 현재 북한에는 현재 13만 명 가량의 결핵 환자가 있는데 이대로 진행된다면 북한에서 결핵이 창궐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매년 북한에서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1만 6000여 명에 달하는 시급한 상황이므로 비핵화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한민족으로서 북한의 결핵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단과 치료약 지원에 꼭 나서달라고 유진벨재단 인세반(Stephen W. Linton) 회장은 호소하고 있다.
4)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는데 2015년 5월 20일 남한에서 메르스 최초 감염자가 확인되었고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8일 만에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메르스가 사실상 종식되었음을 선언했다. 그 후 3년만인 남한에서는 다시 비상이 걸렸었다(2018.9.8~10.16).
5) 2019 코로나(COVID-19):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은 시작되었으며, 코로나19는 WHO에서 3번째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하였다. 북한에서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경을 폐쇄한다는 사실을 통지한 이후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도 닫았다(2020.01.22.). 북한은 한 동안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4. 생태공동체를 위한 방역방제
1)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으나 돼지에게는 폐사율이 최대 100%인 무서운 전염병이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남북 접경지역(휴전선을 중심으로 한 경기-인천, 강원권 지역) 10개 시군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정하는 등 방역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2) 조류 독감 (鳥類毒感, AI)은 닭, 오리와 같은 조류가 걸리는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닭과 오리 등이 조류 독감에 걸리면 호흡기 증상이 생기고 설사를 하며 산란율이 저하된다. 2003년 말 충북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었고 그 후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전염병이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남북간에 각종 대형 재난과 사고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3) 구제역(口蹄疫)은 소, 돼지, 양,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에 속하는 동물에게 퍼지는 감염병 이다. 구제역이 남쪽에서 발생하든 북쪽에서 발생하든 확산범위는 DMZ와 아랑곳없이 남북으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남북의 공동대처가 당연히 요구된다.
4) 광견병(공수병)은 광견병은 너구리나 여우, 박쥐같은 야생동물이나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서 발생되는 질병이다. 영국 당국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광견병 위험이 높은 나라들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야생 동물 건강과 축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남북 당국은 가축질병 발생, 정보 파악과 방역, 검역 기술의 지원 등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5) 소나무 재선충병(材線蟲病)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가 자신의 몸에 들어온 재선충이란 벌레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발생하는 산림 병충해이다. 소나무 재선충이 민통선 이북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제 저지선을 구축하는 등 예방 방제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5. 맺음말
인도적 지원에서 대북 보건의료부문의 협력은 5·24 조치하에서도 추진되었고, 판문점선언에도 포함되었듯이 남북 교류협력의 근간이므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여야 한다. 앞으로도 안정적인 남북한 교류협력의 지속과 획기적 돌파구 마련을 위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현 상황에서 남북간의 인도적 보건의료부문의 협력은 다양한 교류, 협력을 촉발시키면서 북한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협력사업의 하나이므로 우선 일차지역보건 협력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차지역보건 협력사업에서는 보건교육, 예방접종, 모자보건, 가족계획, 질병예방 및 치료, 양양지원, 식수개선, 환경위생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하여 남한은 K방역으로 해당분야에서 일약 선진권으로 부상하고 보건의료 뿐 만 아니라 국격의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남한의 선진보건의료는 남북관계개선의 지렛대가 될 수 있으므로 남북의 보건의료협력안보적 차원에서 접근이 되어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건강공동체를 위한 대명제를 바탕으로 말라리아 방제, 결핵퇴치와 같은 보건의료부문에서의 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생태공동체를 위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독감(AI) 등에 대한 진단, 예방, 방역 기술 지원, 가축질병 정보 교류, 질병모니터링과 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원하여야 한다. 현재의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지형의 돌파를 지향하며 큰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통일 이전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기에 초점을 맞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다가올 대북제재 해제이후의 상황에도 대비하여 인도적 지원이 시급한 사업부터 우선 추진하고, 민간단체의 역할을 제고하고 점차 정부 차원의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