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함경도음식 전문점 반룡산에서 아내와 점심을 함께했다. 나는 가릿국밥, 아내는 회냉면을 주문하여 각각 먹었다.
반룡산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가릿국밥과 녹말국수다. 아이들 어렸을 적부터 이곳에 다니기 시작했으니 이곳과의 음식 인연은 15년 가까이 되었다. 이곳에서 함께했던 사랑하는 얼굴들이 가릿국밥 앞에 나타난다. 이승에서 만날 수 없는 얼굴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내와 함께 단골로 다니던 용산구 후암동 냉면집은 이 지역이 재건축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6개월이 된 큰애를 업고가서 냉면먹던 일이 뚜렷이 추억된다. 냉면집 할머니 얼굴이 세월의 저편에서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오른다. 삶의 항상성은 지속될 수 없으니 삶의 무상함에 젖을 수밖에.
반룡산에서 아내와 함께 음식먹는 일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반룡산이 먼저 사라질지 아니면 아내와 나 둘 중 누가 먼저 사라질지는 예상할 수 없다. 그 일이 일어나는 그 때까지 가릿국밥과 녹말국수 즐기는 일을 멈추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