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공간산책-2>
건축가, 시인의 공간 - PARA culture space + GUMYU atelier
건축의 기원은 집이라 일컫는 주거건축에서 부터 출발했으며 고금을 통해 건축가들은 주거건축을 통해 건축론 작품론을 표출하고 대표작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건축가 ‘르 꼬르뷰제’는 수많은 걸작이 있지만 정작 ‘근대건축 5원칙’이라는 불멸의 이론은 ‘사보아 주택(1931년)’에서 실현하고 있다. 현대건축 디자인을 풍요롭게 하는 시발점이기도 하는 파리 교외의 이 작은 주택이 철거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앙드레 말로 문화상은 주택을 문화재로 지정하며 도시계획을 변경 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나선형 미술관 '뉴욕 굳겐하임’ 의 건축가 ‘후랭크 로이드 라이트’ 는 풍토와 자연환경에 조화로운 여러 주택 작품들로 인하여 ‘유기적(有機的) 건축가’ 라는 네임 밸류를 갖고 있다. 계곡 폭포수 바위 위에 설계한 주택 ‘낙수장(1939년)’은 지금 피츠버그의 유명 문화 관광코스가 되었다.
현대 생활에서의 주거형태는 도시의 확산과 건축공학의 발달로 아파트 주상복합으로 불리는 고층 주거 형태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다. 골목 마당의 집들도 허물고는 빌라 원룸이라고 일컫는 다가구 다세대주택이 일률적 크기 형태로 지어지고 있다. 이 시대에는 주택다운 주택과 작품다운 집이 설계되고 지어지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메트로 시티를 벗어난 자연에서 이상적인 집을 짓고 생활을 하고자 하는 욕망과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으리라.
개인이 실천하기 어려움을 동호인 집단의 힘으로 실현한 것이 파주 ‘헤이리 마을’이다. 자유롭게 악기를 연주하고 앰프 볼륨을 높이고 싶은 음악 동호인들이 꿈꾸는 예술인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15만평의 마을에 작가, 음악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등의 주택을 비롯한 작업실 박물관 갤러리 음악실 등으로 파주시가 자랑하는 문화 브랜드가 되었다,
대구 근교 팔공산,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명사찰 등산로는 도시인의 발걸음을 가까이 이끄는 곳이다. 이곳의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서 최근 문화포럼을 만들고 문화적 움직임을 시작했다.
파계사 입구 공용주차장을 지나서 경사진 도로를 오르다 보면 길목 오른편에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길게 나타난다. 경사진 도로와 평행하게 앉은 건물은 착시현상으로 마치 광각렌즈로 보는 듯도 하고 소실점 강한 투시도를 보는 듯해서 과다해 보이기도 한다. 주차 공간 필로티, 기둥으로 받쳐진 노출 콘크리트 건물의 첫인상은 육중함이지만 가까이 살펴 볼수록 정교함과 산듯함 가벼움으로 교감하게 된다.
3층으로 만나는 건물을 거쳐 지나 건물의 자락 현관 입구에 이르면 편안한 2층 높이 건물로 자리하게 된다. 전면 경사도로 레벨에 잘 적응시킨 출입구는 하부 외부 공간 영역과 상부 프라이버시 주택 기능 분리하며 다양한 공간적 조형적 요소로 디자인 되고 있다. 상부의 긴 벽면 파사드는 외벽과 내면, 표피와 속살의 2중성을 갖는다. 안팎을 차단하기도 하고 최소한의 오픈으로 건물 성격을 표현하는 주요 입면이다.
휴일과 여름이면 더욱 번잡해지는 길거리, 상시 개방된 자연공원에 노출되어 있는 장소성에서 개인주택의 사적 은밀함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벽이자 여과장치 이다. 내 외벽의 구성은 주택의 작은 정원, 천창의 빛, 베란다, 다용도실과 관련되어 공간 디자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상에서 떠있는 3층 주택은 세속을 벗어나서 팔공산 근 원경의 조망과 사방의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손길이 필요한 마당집 보다는 아파트의 장점을 닮고 있다.
<PARA culture club + GUMYU atelier> 건물 이름에서 보듯 건축의 단면안에는 여러 요소를 담고 있다. 자연 속에서의 주거, 카페 임대 공간, 지하 문화공간을 가진 복합기능의 건물이다. 소홀한 곳 없는 디테일, 보이드, 빛의 공간, 내부인테리어 등으로 모범적 건축을 만들고자 하는 건축주 건축가의 열의가 곳곳에 보인다. 디자인 욕망에 비례하는 것은 공사비 일진데 경제적 문제까지 잘 디자인 할 수 있다면 분명 전지 전능한 건축가이리라,
부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팔고 교외주택으로의 생활변화의 결정은 막연한 동경과 꿈만으로 는 어려운 일이다. 직접 건축주가 되어서 마음껏 디자인을 실천 한다는 건축가의 욕망과 매혹적인 자연 풍경에 대한 시인 아내의 창작 환경 유혹이 일치했을 것이다. 지하 다목적의 문화 공간의 존재 역시 내외 건축주가 추구하는 건축에 대한 동기이자 목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늦가을, PARA culture club 이라고 이름 붙인 지하공간에서 집들이 행사가 있었다. 건축가 주인의 설계 작업과정 영상물과 DVD로 음악공연을 감상하였다. 코스모스를 닮은 시인의 시를 누군가가 낭독했다.
(최 상 대 /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첫댓글 코스모스를 닮은 시인의 시를 누군가가 낭독했다. 교수님이 낭송(?)하셨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건축가와 시인의 공간이라.. 멋진... 건축가와 서예가의 멋진 공간을 기대해도 될까요?
원시사회에서는 땅굴에서 생활 ......... 자연은 역시 좋은 것입니다
반갑습니다. 자연과 건축이 조화로우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