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요즘 같은 겨울철엔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지런한 관리사무소장들은 지난 가을부터 준비한 꽃양배추를 단지 정문에 나란히 심어 그나마 입주민에게 위안거리를 준다.
이처럼 꽃이 귀한 계절에 붉디붉은 열매를 다닥다닥 매달고 있다면 아쉬운 대로 황량함은 가시지 않을까 싶다. 푸른 잎을 바탕으로 진한 주황색 열매가 마치 꽃받침에 둘러싸인 것처럼 보여 꽃으로 착각할 정도니 말이다.
바로 사철나무(Evergreen Spindle, 겨우살이나무, 冬靑木) 이야기인데 아파트 단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경수다.
사철나무 어린열매
사철나무 열매
사시사철 두꺼운 가죽질의 짙은 초록빛 잎이 윤기가 흐르는 이 나무는 정원수(관상수)뿐 아니라 지하 주차장 또는 비상 발전기실의 배연창이나 화장실 출입구, 전력 인입 설비 등 보기 안 좋은 데를 가려주는 가리개 역할도 하고, 경계를 나누는 역할도 할뿐더러 울타리 역할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쓰임새가 많은 고마운 친구다.
사철나무 가림막
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2~3m 작은 키의 넓은 잎 늘푸른나무다. 잎이 사철 푸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회 먹은 뒤 나오는 매운탕처럼 색깔 없는 이름이라 다소 싱겁긴 하다. 왜냐하면 어디 이런 나무가 한둘인가! 바늘잎나무 대부분과 넓은잎나무의 많은 종이 ‘사철 푸른 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의 동청나무(冬靑木)인 것을···.
사철나무 울타리
뭐니 뭐니 해도 사철나무의 쓰임새는 산울타리다. 촘촘한 가지에 사철 잎을 달고 있어서 가리개의 역할을 충분하게 해주며 이리저리 잘라 대도 금세 가지를 내민다. 그런데다 햇빛을 잘 받지 못하는 아래 잎도 위 잎과 어우러져 잘 자란다. 그래서 쥐똥나무와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울타리 나무가 됐다.
은테줄사철
형제뻘인 줄사철나무는 사철나무와 생김새는 같으나 줄기가 나무나 바위를 기어오르며 자라는데 진안 마이산 산사의 줄사철나무와 보리암이 있는 남해 금산의 그것이 필자가 본 것 중 으뜸이었다.
황금사철
이외에도 원예품종으로 개량한 것이 많은데, 잎이 길쭉한 긴잎사철, 잎가장자리에 반점이 있는 은사철, 잎가장자리에 하얀색 줄이 들어간 은테사철, 온통 노란색인 것은 황금사철이라고 부른다. 특히 황금사철은 다른 것들과 섞여 있으면 도드라진다.
사철나무 꽃
※ 관리 포인트
- 사철나무는 해풍(海風)과 염기(鹽基)에 강하며, 습지와 건조지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 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고 공해(公害)에 강하며, 비옥한 모래질 흙에서 잘 자란다.
- 건조한 기후에도 잘 견디고 양지에서도 잘 자라며,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난다.
- 번식은 씨를 뿌리거나 꺾꽂이로 하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언제라도 옮겨심기(移植)할 수 있다.
- 가지치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생육하므로 가지가 자라는 데 따라 두세 차례 해주면 아름다운 수형(樹形)을 만들 수 있다.
- 새로 나온 잎은 백분병(白粉病)에 걸리기 쉬우며 잎이 하얗게 된다. 이때 질소 비료를 줄이고 인산, 칼리 비료를 많이 준다. 약제로는 카라센을 뿌리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