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신심명 강설] <1> 강의를 시작하며
총무원장 진우스님의 신심명 강설
발심에서 성불까지 가져야 할 신심 제시한 게송
삽화=김계윤 작가
그림자 피하려 달리고 달려 도망가나
달리면 달릴수록 그림자는 따라오듯이
좋은 것 구하려 욕심내면 낼수록
고통과 괴로움의 그림자 떨어지지 않는다네
신심명은 내용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표현들이 가슴을 울려준다
처음 발심할 때부터
마지막 성불할 때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신심에 대해
지극한 마음으로 남기신
사언절구의 146구 584자로
되어 있는 게송이고 시문이다
선(禪)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달마(達磨)와 혜가(慧可)를 이은
선종(禪宗) 제3조 승찬(僧璨)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은 내용이 매우 뛰어날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감동적인 표현들이 가슴을 울려준다.
처음 발심 할 때부터 마지막 성불(成佛)할 때까지 우리가 가져야 할 신심(信心)에 대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남기신 사언절구(四言節句)의 146구 584자로 되어 있는 게송이고 시문(詩文)이다.
선(禪)이란 참선(參禪)의 준말로서 곧 부처님의 마음을 가리킨다.
마음이 선정(禪定)에 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관념(觀念)을 완전히 벗어나서 언어와 문자,
그리고 생각조차 필요치 않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야말로 생사(生死)를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말하는데,
이를 해탈, 열반, 피안, 성불, 견성,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고 표현은 하지만,
인간적인 생각과 감정으로는 전혀 닿을 수 없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막힌 경지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은 지극히 상대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마음에서 나온 실존(實存)의 세계 즉, 나의 몸이 디디고 있는 이 세상 역시
상대적으로 만들어진 허상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인과(因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설사 지금은 비록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마음이 사라지면 연이어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웃는 일이 생기니 우는 일이 상대적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차일 뿐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이 좋아지고, 발에 흙 안 묻히고 하늘을 날며,
눈 깜빡할 사이에 우주를 돌고 오는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한번 좋으면 한번은 싫은 감정이 생기는 것이 중생의 분별(分別)심이다.
때문에 분별된 마음으로는 극락과 지옥,
배부름과 배고픔의 윤회(輪廻)를 계속하여 반복할 수밖에 없으므로, 좋고 싫은,
웃고 우는, 나고 죽는, 상대적인 분별(分別)된 업식(業識)을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법이고 중도(中道)의 가르침이다.
세상의 철학과 과학, 그리고 불교 이외의 종교들 모두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의 구원으로서 천당에 갈 수 있는 믿음을 강요하고 있으나,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하느님도, 부처님도, 편안함도,
천당도, 모든 것이 내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설파하셨다.
따라서 좋은 것을 얻으려고 하면 할수록 그만큼의 나쁜 것이 생길 수밖에 없고,
젊음을 추구하면 할수록 늙음이 코 앞에 올 수밖에 없으며,
살려고 바둥거릴수록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내려오는 길이 멀어지며,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불만의 마음은 깊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 모든 업(業)의 대가는 상대적인 분별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분별심을 없애려면 선(禪)의 마음이 되어야 하고,
선(禪)의 마음이란 상대적인 분별심이 사라진 상태이므로, 고락(苦樂)의 인과도,
생사(生死)의 인과도, 모두 분별심에서 나오는 산물들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더라도,
분별심이 있는 한 결국에는 부질없는 짓이 될 수밖에 없으며,
그 가운데 고통과 괴로움, 성냄과 불만을 피할 도리가 없다.
그러하여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깨쳐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길 밖에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나방이 불에 뛰어들 듯,
쓸데없는 욕심에 끄달려 스스로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말고
하루빨리 마음을 가다듬어 선(禪)의 경지에 들어서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승찬대사의 신심명(信心銘)은 그 가르침의 정점(頂点)에 있는 법어(法語)라고 하겠다.
총무원장 진우스님
2023. 02. 13
■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강백 백운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8년 관응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8년 청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몽성선원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으며
교구본사 백양사 총무국장 및 용흥사 등의 사찰 주지로 재직하며
본사와 말사의 종무행정을 두루 경험하며 스스로의 수행과 전법포교, 가람수호에 매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를 역임하며
지방과 중앙의 종무행정의 조화로운 가교역할에 헌신했다.
스님은 호계원 재심호계위원으로 청정승가의 발원과 함께 수행종풍 진작에 진력했으며,
총무원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등 중앙종무기관 주요 소임을 역임했다.
나아가 총무원장 권한대행 시기에는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헌신했다.
이어서 불교신문 사장으로 부임하여 고유한 전통문화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불자와 국민,
그리고 사회에 널리 전하며 국민과 사회에 공헌하는 종교적 위상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다.
스님은 2019년 우리 종단 제8대 교육원장으로 취임하여
‘승가교육이 미래’라는 일념으로 교육 교역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면서
현실여건을 극복하는 효율적 승가교육 발전에 진력해 왔다.
승가의 정진이 사회와 교감하는 공동체의 공덕을 쌓일 수 있도록
주어진 자리마다 최선을 다해 온 스님은
2022년 9월1일 실시한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1994년 조계종단 선거제도 도입 후
경선없이 추대된 첫 총무원장으로 당선돼 종단사에 큰 획을 그었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신심으로 포교하며
공심으로 불교중흥의 새 역사를 열겠다’는 원력으로 종단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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