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는분을 아실꺼다.
자석요... 피라미드 방식으로 물건 파는 것...
한때는 나두 거기 대리점에 끼여서 으쌰 으쌰! 구호를 외쳤던 시절이 있었다.
허! 참!
92년도 가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을 뿐이다.
군대 마치고... 제대하는날(그려... 소집해제여~) 곧바로
입사한 게임회사는 석달을 못 버티고 망해버려따.
어쩔 수 없이 백수건달이 되느니 차라리
아르바이트로 했던 학원 강사라도 하자고 생각하다가
전주에서 컴퓨터 학원 강의를 다시 시작했다.
어느날 군대에서 PX로 물건 나르던 형뻘되는 양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지금 머하냐?"
- 컴퓨터 학원 강사하고 있는디...
"그냐? 여기 서울에 컴퓨터 학원에서 강사 안할래?"
- 헉 먼소리여?
"너 월급 얼마받냐? 여그는 한달에 백마넌 정도 되드만"
- 나는 40마넌이여.. 그려? 그럼 조치!
(그 당시 백만원은 진짜 큰 돈이었다.)
"그럼 짐싸가지고 와라~잉..."
그래서 부랴부랴... 학원강의 한달을 채우자 마자 서울로 떳다.
처음에 그 형은 나를 여관에서 재웠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꺼낸다.
내일 학원에 가자면서...
그 담날 간 곳은...
"흐미 이게 뭐시다냐 ?"
양복 입은 셀러리맨 들이 콩나물 독대기 시장처럼 바글바글 거렸다.
기쁜 꿈에 젖어서 학원 강의를 하려 했던 마음은 아직
가슴 깊이 남아 있거늘...
처음엔 설마하는 마음에 강사들이 이렇게 많은 건가보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 형이 학원강사는 애시당초 없었다는 말 투로 내게 말한다.
"딱 일주일만 나랑 함께 여기서 지내자!"
이게 먼소리일까?
우선 속았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고...
이왕 서울까지 온김에
무슨 일인지 알고나 할껏인지 말것인지 생각하기로 했다.
첫날... 다섯평 남짓되는 학습실에...
자리도 의자 달랑 있는 곳에서... 학습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무지기로 많고 다들 눈이 초롱초롱 빛이 났다.
도대체 이 놈의 곳이 머다냐?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눈에는 이글거리는 불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초보용 수업인 즉슨...
-산융산업 이라는 회사에서 자석 요를 만든다.
-자석의 힘으로 숙면을 취하게 함으로써
-노약자... 병자... 수험생.... 모두에게 필수품이다.
-아파트도 로얄석은 자성이 있는 3~7층이다.
(그럼 지하 단칸방은 더 좋겠다~ 치~)
-산융산업은 권투 게임 공식 광고 후원자이다.
(공신력을 키우려고... 광고 한거다.)
이렇게 자석요가 좋고 산융산업이라는 곳은 건실한 기업이라는 얘길 들었다.
둘째 시간...
일반 시중의 유통구조 개선점에 대해서 강사가 연설한다.
-소비자가의 제품의 기본 원가는 20%
-나머지는 도매상을 거쳐서 중간도매상, 소매상까지 오면서
붙어버리는 유통비다.
-음료수 오백원짜리 원가는 150원 정도밖에 안된다.
-이런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제품 원가가 싸진다.
-산융(피라미드 유통회사)은 이러한 유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중간 유통을 여러분에게 나누어 준다.
셋째 시간...
육개월 만에 일억버는 방법(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위해서는 자석요(300만원)을 사야지 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자석요를 사게하면
자신에게 ?% 이윤이 떨어진다.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려와서 요를 사면
또 ?%의 이윤이 떨어진다.
-자기가 10명만 사람을 데려오면... 6개월 후에 일억번다.
-채소장수 아저씨도 지금 오억벌었다.
-그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청소부 아저씨는 팔억벌었다.
-해병대 고참 하나는 전 부대원을 데려와서는 10억넘게 챙겼다.
-...
이 얘기를 듣고 존나 골치가 아팠다. 뽀개지려했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긍정적인 부분
-300만원의 기본원가 100만원 빼고 나머지 금액은
피라미드식으로 데려온 사람에게 돈을 분할해서 준다.
-내가 열사람만 데려오고 그 사람들이 또 열사람씩 데려오면 백명이다.
또 그 사람들이 열사람씩 데려오면 천명이고 한단계만 더 내려가면
만명이다. 만명에 십만원씩만 떼어내도 10억이다.
-내가 부르면 올만한 넘이 ...셋... 넷... 여섯... 여덟은 된다.
부정적인 부분
-처음 시작한 놈이야 올만한 놈 다 불렀겠지... 지금은 씨도 안남았겠다.
-그럼 대한민국 4천만이면 10단계 조금 넘으면 다 꽉 찰텐데...
-유통마진 운운하던 놈들이 요하고 이불하나에 삼백이면 넘 비싸다.
-지금 삼백을 어디서 훔쳐야 될까?
첫날... 이런 회의와 고민...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삼백이 없다는 것이고
내가 불러도 와줄 친구들 또한 삼백만원의 여유자금은 없을 거라는 거다.
그러면서...
에이 못하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를 꼬신 형에게 "못하겠다! 내려가겠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형이 애원을 하면서...
일주일만 버텨달라고 사정사정하는 거다.
교통비며 숙식비 모두 대줄테니... 일주일만...
난 또 맘이 약해서 강하게 뿌리칠 수 없었다.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그 피라미스 교육장을 다니면서
나도 느낄 정도로 내 눈에도 불꽃이 튀는 것을 느꼈다.
즉... 나도 모르게 세뇌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놈들은 완전히 그것을 "사업"이라고 하는데 그걸 결심하면
"깬다"라고 표혔했다.
내가 "깨기"를 나를 데려온 형이라는 넘이 간절히 바랬던 거다.
집에 연락안한지 사흘만에 집에 전화했더니
난리가 났다. 너 도대체 어디 있냐고...
그래서 그냥 잘 있다고만 말하고... 끊었다.
그 당시에는 그곳에서 6개월 그리고 1년만 버티면
진짜 1억이 생긴다고 모든 사람이 믿고 있었고
나도 그걸을 사실화 시켜가고 있었다.
6일 되던 날... 누나네에 전화했더니...
누나네랑 형네랑 다 모여서 나를 걱정하던 때였나 보았다.
친형이 내게 그랬다.
"니가 돈에 대해서 염려하는 걸 보니
너 피라미드 사기단 있는 곳이지?
너 당장 와라잉~. 안오면 죽여버릴텐게..."
그날... 친형 집에 가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다... 모두 사기고 거짓이고 몸 베리고 돈 뺏기고..."
"당장 짐 싸서 와..."
결국 일주일이 다 되었을 때...
나를 데려온 넘에게 "잘 있어라..."라고 했다.
거기에는 월급이 없다. 자기 밑으로 사람을 데려와야 몇푼이 생긴다.
그러나 그 돈으로 자기 먹고자고 하는 금액도 못 된다.
도저히... 내가 벌어서 일년... 아니 6개월도 버틸 자신이 없었다.
나 뿐인가?
만일 내가 데려온 놈들이 있다면 그놈들 먹이고 재워야 하는데...
그거는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일주일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양반인 편이다.
다른 친구넘들 중에도 거기에 빠진 애들은...
거의 목숨 내놓을 정도로 메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요를 하나 사고 그것도 모자라서 두개.... 세개까지 샀단다.
자기 모든 가족을 끓여 들여서...
온 가족이 풍지박살난 경우도 있고...
...
친구의 우정을 믿고 거기에 빠진 친구들은 모두 우정이 깨졌단다.
다행이었다.
돌이켜보면... 그곳에 푹 빠지지 않았던 덕분에
금전적인 손해뿐만이 아니라...
나와 우정이 깊은 몇 안되는 친구와의 우정을 지킬수 있었던 게
너무 너무 다행이다 싶은 거였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아니 정말 우끼는 세상이다.
돈이... 무섭긴 무섭다.
사람의 정신을 완전히 미치게 만들어 버리는 힘...
그게 돈 이라는 것에 있었다.
자석요... 피라미드... 산융...
그때의 악몽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거늘...
요즘도 그런 피라미드 회사들이 성업중이란다.
나쁜 놈들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 지라도...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임에는 틀림없다.
...
그 때는 인생이 참 슬프다고 생각했다.
젊은 놈이 그런 한탕주의에 빠졌다는게... 참 어이없었다.
그리고 악착같이 살아보자고 굳게 다짐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