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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양양 활어난전 人山人海에 내몰린 人心 여기 왔구나! | |
동해안까지 갔으니 회 한 점 먹는 것은 기본. 관광명소가 된 대포항은 너무 분주하고 식상하다. 또 주머니 사정 안 좋을 땐 휘황찬란한 횟집 문턱도 높아 보인다. 이럴 때 포구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노상 활어난전을 찾으면 20∼30% 저렴한 가격에 물 좋은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바캉스철을 맞아 속초,양양 일대의 활어난전을 집중 소개한다. 양양의 활어난전은 해수욕장을 곁에 뒀고,속초의 활어난전은 산책로를 품고 있다. ■후진 활어난전+설악해수욕장 “10년 전만 해도 한두 집이 파라솔을 치고 장사했더래요.” 양양 후진 활어난전 초입에서 ‘옥경이네’를 운영하는 임병여 할머니(61). 12년 전부터 좌판에 횟감을 내다팔아 이곳 ‘빠꼼이’로 불린다. “올해는 관광객이 구경만 하고 통 돈을 안 쓰네요. 작년에 비해 수입이 3분의 1은 줄었더래요”라며 푸념이다. 제법 깔끔하게 단장된 후진 활어난전에서는 어촌계 주민들이 직접 잡은 광어,가자미 등을 내다판다. 예전에는 대포항에서 직접 경매,입찰을 받아오기도 했다. 회를 먹고 난 뒤 매운탕은 길 건너편 횟집에서 끓여 와야 한다. 4인 기준 3만원. 오징어 3마리 1만원. 유료 주차. 설악 해수욕장이 옆에 붙었고,24시간 찜질방인 테마랜드도 걸어서 닿을 수 있다. ■전진 활어난전+낙산해수욕장 양양 낙산사 뒷길로 돌아서면 절벽밑에 난전거리가 위치했다. 전진 1리 어촌계에서 직접 운영하며 가자미,광어 등 자연산 위주로 판매한다. 양양 주민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밤이면 해변 평상에 앉아 낙산해수욕장의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입맛을 돋울 수 있다. 대부분 횟감은 대포항보다 싸지만 오징어는 팔지 않는다. 전진항 포구에서 잡은 광어가 대포항으로 곧바로 넘어가기도 한다. 인근 낙산해수욕장의 관광객들을 겨냥해 지난 24일부터 맨손 오징어잡기 축제를 진행 중이다. 한 어촌계 할아버지는 “대포항에서 오징어를 사다가 풀어놓는다”고 귀띔한다. 축제참가비는 1인 1만원. 회는 4인기준 4∼5만원. 도다리잡이 낚싯배 대여는 1인 2만원이다. 주차비가 3시간에 5,000원으로 비싼 게 흠. ■물치 활어난전+물치 해수욕장 난전 형태였다가 99년 현대식 실내 건물로 탈바꿈했다. 물치리 어촌계(양양)에서 운영하는데 2,3층 36곳에 가게가 들어서 있다. 광어,우럭,농어 외에는 대부분 자연산. 물치 어촌계에서 자연산,양식을 구분해 팔도록 하고 있으며 속여서 팔면 한달간 영업정지를 받는다고. 주민들이 직접 출자한 뒤 활어회센터를 운영해 바가지 영업과 호객행위가 없다. 어촌계장이 직접 불편 신고도 받는다. 물치포구는 방파제 공사 중이라 해안 경치가 예쁘지는 않다. 물치 해수욕장 역시 휴양지로 삼기에는 다소 협소하다. 가격은 노상 난전보다는 약간 비싸다. 자연산,양식,오징어를 섞어서 4인 기준 5만원. 유료 주차. ■외옹치 활어난전과 전망대 속초 일대에서 가장 아담한 활어난전이다. 언덕 아래 포구옆에 자리잡은 이곳 난전에서 바라보는 부채꼴 모양의 해안경관이 제법 운치 있다. 10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난전이 운영된 지는 9년 정도 됐고,진입로 공사가 끝나면서 최근 알려지기 시작했다. 활어난전 1호점을 9년째 운영했다는 한 아주머니는 “다른 곳은 매운탕 야채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데 이곳은 4인 기준 5만원 가격에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이곳 주민들이 추천하는 정치망 어장에서 직접 잡은 ‘떡마림’ 자연산회를 먹어볼 것. 군부대가 철수한 포구옆 언덕은 속초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포인트다. 무료 주차. ■동명 활어난전과 방파제 속초시 북단에 위치한 가장 큰 활어난전이다. 속초 주민들에게는 영금정 회타운으로 더 알려졌다. 자연산 회만 취급한다. 난전 초입에는 할머니 해녀들이 직접 물질해 잡아올린 성게알,홍합 등을 판다. 4인 기준 3∼4만원. 하지만 야채,양념장 등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난전 자체는 너무 복잡하니 횟감을 구입한 뒤 난전 뒤에 이어진 방파제에 자리잡을 것. 동명항 방파제는 데이트 코스일 뿐 아니라 일출,일몰 때 속초항의 정경을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오징어 2마리에 1만원. 무료 주차. 대리운전도 해준다. ■장사,대포,남애항 활어난전 편하고 분위기 있게 회를 맛보려면 동명항 북쪽 장사항 활어난전이 좋다. 가격은 4인 6∼7만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주변 시설이 깔끔하고 모래사장이 회타운 앞에 펼쳐져 있다. 북적대지 않아 여유롭게 회를 맛볼 수 있다. 조개구이 한 바구니에 3만원. 무료주차. 이밖에 갓 잡은 오징어를 구입하려면 집어항인 대포항을 찾을 것. 영화 고래사냥의 촬영지인 양양 남애항에도 수협에서 직접 운영하는 실내 활어난전이 있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하조대의 전설’ | ||||
양양의 바다와 숲
강원도 양양 법수치계곡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메일이 날아왔다. 지난 봄 산불이 난 양양군 주민들이 요즘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산불 이후 여행객이 확 줄었다고 한다. 산불에 휘둘리고 여행객 감소에 우울해 있을 양양군 주민들을 위해서 나는 지난 주말 1박2일 양양으로 나들이를 갔다. 강원도 대관령을 어슬렁거린 지 불과 열흘 만에 다시 강원도를 찾아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새벽 6시에 집을 출발한다. 사위는 이미 환하다. 아침 식사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피하고 단골집인 평창군 진부면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감미옥(033-335-6337)을 찾아가 해장국을 먹는다. 시래기와 선지가 잘 어울려 구수한 맛이 살아 있는 해장국이다. 다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강릉분기점에서 동해고속도로로 바꿔 탄 뒤 연곡분기점으로 나간다. 동해고속도로 최북단의 현남분기점을 빠져나가는 것이 곧장 양양군 땅으로 진입하는 최단 코스지만 주문진항구와 아들바위가 있는 소돌항 풍경을 잠시 보기 위해서다. 주문진항은 늘 외지에서 찾아온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 횟집도 많고 건어물상점도 많아 쇼핑하기가 좋다. 횟집들은 대부분 지역을 강조한 간판을 달고 있다. 손님을 끌고싶어 그리 했겠지만 횟집간판에서조차 지역주의가 만연하고 있음은 그리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다. 주문진항에 비해 소돌항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회를 먹고 조개구이도 즐기면서 아들바위라는 기묘한 형태의 바위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강릉시 주문진읍에서 양양군으로 들어가면 지경해수욕장을 위시해서 남애·인구· 죽도해수욕장 등이 7번 국도변을 따라 펼쳐져 있다. 요즘은 낮 기온이 때로 20도를 훌쩍 넘어가는지라 성급한 젊은이들은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모래밭을 뒹굴기도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도 철조망이 곳곳에 남아 시야를 방해하고 바다 접근을 어렵게 한다. 철조망이 남김없이 제거된, 아름다운 동해 바다는 언제나 볼 수 있을지. 38선휴게소를 지나면 하조대에 닿는다. 돌너와를 지붕에 얹은 낡은 카페를 가운데 두고 오른편에는 ‘하조대’라는 이름의 정자가, 왼편에는 하얀 등대가 있다. 조선왕조의 개국 공신 하륜과 조준이 고려말에 이곳 해안 절벽을 찾아와서 미래의 역사를 논한 것을 기념하여 정자를 지었고 그들의 성에서 한 자씩 따 하조대라 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신라 때 견원지간이던 지방호족인 하씨와 조씨 문중의 하랑 총각과 조당 처녀의 비극적인 사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남몰래 사랑을 나누던 사이. 끝내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하랑과 조당은 이곳 해안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만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깃든 곳이어서인지 하조대 부근 절벽에서 피는 해당화는 유난히 붉다.
등대로 가는 길에는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난간과 나무로 만든 계단을 설치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망무제의 바다 풍치를 감상하고 있으면 흔한 말로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하조대 북쪽의 낙산사 주변은 산불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눈길을 주기가 민망하다. 복구 불사가 하루 바삐 완료되기를 기대하면서 속인은 후진항포구회센터 바닷가로 차를 댄다. 자그마한 방파제로 둘린 포구에는 간이횟집 예닐곱 개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그중 5호 횟집(033-671-5244, 671-5091)을 찍어서 횟감을 고른다. 전복만 먹는다는 전복치 한 마리에 손바닥만한 가자미 몇 마리, 산오징어 한 마리, 멍게 3마리에 4만원. 전복치는 일명 미역치라고도 하는데 양식이 되지 않는다. 이런 데 와서는 잡어회를 먹어야 한다. 횟집 주인 아낙은 지난번 산불로 살림집이 반파됐노라면서 횟감을 썬다. 그 말에 가슴이 아파 산오징어구이 두 마리를 추가한다. 횟집에 앉아서 남쪽을 보면 시커멓게 타버린 나무들 뒤로 낙산사의 해수관음상 머리 부분이 살짝 시야에 들어온다. 가을동화 촬영지 가운데 하나였던 속초해수욕장 해변까지 올라갔다가 되돌아 내려와 양양읍내를 거쳐 56번 국도에 올라 미천골휴양림 방면으로 이동한다. 양양군 서면 논화리 갈림길에서 미천골로 가려면 송천떡마을을 지나야 한다. 유명세를 타게 된 이후로 마을 입구에는 떡을 파는 가게가 생겨났다. 두어 봉지만 사면 밤참으로 그만이다. 이제 하루 해가 저무는 시간. 미천골휴양림에 미처 예약을 못해 입구의 바람골민박(033-673-0757)에 짐을 푼다. 주인 박행일씨는 다방이 유행하던 시절, 원두커피와 다양한 부자재, 기계를 판매해 돈을 벌었다. 나이가 들면서 전원생활을 하고자 이곳 양양군 서면 서림리 골짜기를 찾아들어왔고 밭농사를 지어가며 민박집도 운영하고 있다. 민박집 앞으로는 양양 남대천의 지류인 후천이 흐른다. 방 안에서도 쉴 새 없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박씨 내외는 아침이면 투숙객들에게 원두커피를 서비스한다. 그런 친절이 있어 단골들은 계절에 상관없이 바람골민박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새소리와 물소리에 잠이 깬 이튿날, 박행일씨가 건네주는 커피 한 잔에 토스트 한 조각을 곁들여 가벼이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미천골휴양림(033-673-1806)으로 들어서서 선림원지를 답사하고 흠뻑 산림욕에 빠진다. 미천골휴양림은 매표소에서부터 마지막 주차장에 이르기까지 장장 7㎞를 넘는다. 큰샘실폭포와 상직폭포에서는 그냥 받아마셔도 좋을 것만 같은 맑은 물이 쉬지 않고 쏟아진다.
미천골에서 나와 해발 1011m의 구룡령 고개를 넘으면 홍천군 내면 땅이다. 내면 창촌리의 두 갈래 갈림길에서는 귀로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 오른편의 서석면 길로 접어들면 모둘자리관광농원, 수타사 등으로 갈 수 있고 왼편 길을 타면 운두령 고개를 넘은 뒤 영동고속도로 속사나들목으로 이어진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33)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670-2723, 양양군종합관광안내센터 670-2397, 강원여객 시내버스 671-3013, 양양개인택시조합 671-3113. 맛집/양양읍내에 천선식당(뚜거리탕, 672-5566), 단양식당(막국수, 671-2227) 등. 숙박/법수치계곡에 연어의 꿈(673-0108, 011-703-7018), 흐르는 강물처럼(673-0941), 자연과 우리(673-1637), 캐디스(673-3439) 등 펜션이 많다. |
*속초8경(2) |
속초 시내에서 청초호를 지나 시청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속초등대전망대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어선의 밤길을 인도하기 위해 세워진 속초등대는 동명항 옆에 자리잡고 있다.
등대가 위치한 일대를 영금정이라 부르고 해안 쪽으로는 해돋이 정자가 오롯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해돋이 정자를 가기 위해선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이 다리는 미니 사장교라 불릴 만했다.
예전 이 일대에 커다란 석산이 있었는데 파도가 석산벽을 때리면 신묘한 거문고 소리가 난다 하여 ‘영금정’이라고 불렀단다. 그러나 일제 시대에 속초항 축조 공사를 위해 석산을 깨뜨렸기 때문에 지금은 석산의 흔적만 남아 있다.
당시 석산의 웅장하면서도 기묘한 모습을 짐작할 정도로 석산의 흔적도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이 석산 위에 등대 전망대가 눈부신 백설의 기둥인 듯 당당히 서 있는데 약 200미터의 철재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오르면 속초 시내가 훤히 보이고 아주 맑은 날이면 금강산 자락의 일부까지 볼 수 있다.
이 속초등대전망대가 ‘제5경’이다. 기자가 올라 간 날은 흐린 날씨라 아쉽게도 금강산 자락을 볼 순 없었다.
아쉬운 맘을 뒤로 하며 기자는 동명항으로 발길을 돌렸다. 동명항에도 활어 판매장이 있는데 주로 자연산 잡어와 닭새우, 털게 등 순수 자연산만 취급하기로 유명하다. 방파제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펄떡 펄떡 뛰는 닭새우를 맨손으로 까서 그 육향을 맛보았다. 입안에서 해풍처럼 밀려오는 바다향이 단연 일품이었다.
동명항을 빠져나와 바로 직진하여 약 3km정도 가면 ‘제6경’으로 일컫는 범바위가 있는 영랑호가 나온다. 영랑호 주변에 잘 조성된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천천히 가다보면 호수의 규모에도 감탄이 일고, 호수 중간 중간에 누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채 물그림자를 드리운 바위들의 형상에도 눈길이 간다.
신라 시대 화랑 영랑이 금강산 수련을 마치고 명승지를 유람하던 중 이 호수를 발견하였고, 그 경치에 너무도 취해 서라벌로 돌아갈 생각을 잊었다지. 그때부터 이 호수를 영랑호라 했다고 하며, 이를 기념하듯 호수 한 편에 청동으로 만든 화랑과 용 형상을 조각해 놓았다.
범바위는 영랑 리조트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데, 예전에는 호수 중간 서남쪽에 웅장하게 잠겨있는 바위였다. 지금은 그 옛날 원형이 사라져 아쉬운 감도 있으나, 범바위는 그 호방한 위용을 묵묵히 간진한 채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 보는 이를 질리게 한다.
울산 바위가 뾰족한 첨탑을 하늘로 향한 커다란 돌산의 이미지를 주는 반면 범바위는 둥굴게 말린 모서리의 부드러움을 간직한 아주 엄청난 규모의 바위라고 분명하게 인식된다. 기자는 속초 8경 중 가장 뛰어난 경치로 영랑호와 범바위를 추천하며 독자들도 속초에 오면 영랑호는 반드시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자 역시 영랑호의 경치에 취해 하루에 세 번씩이나 가보았다. 일출 때, 물안개가 희붐하게 피어오르는 호수는 처음에 붉은 색으로 물들었고, 이내 물색과 태양색이 잘 교배된 맑은 색으로 바뀌더니 차츰 쪽색으로 변해갔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땐, 호수는 온통 은색으로 물들었고, 황혼 무렵엔 엷은 오렌지색으로 뒤덮였다.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른 밤이면 동경을 닮은 달이 호수에 비치었다. 달은 호수의 물결에 따라 이지러졌다가 다시 제 형상을 찾는 양을 반복하였다. 범바위 위에 앉아 사랑하는 벗과 함께 술 한 잔 할 때, 향내 고운 술잔 속에 고요히 떠있는 달을 한번 상상해보라! 호수에 취해, 술에 취해, 그리고 벗에 취해 새벽은 어느새 저 만치서 달려오누나.
‘제7경’은 청대산인데, 청대산을 멀리서 보면 우똑 솟은 산이 마치 그림을 그려놓은 병풍을 둘러친 것과 같다 하여 청대화병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기자가 보기에 특별한 풍광은 별반 없고, 다만 산 정상에 올라 주변 설악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약간 있을 뿐이다.
‘제1경’인 설악 해맞이 공원 맞은편의 길을 따라 가면 전통 한옥촌이 나타나고, 그 한옥촌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학무정’이라는 다소 낡은 정자가 나타난다. 이 정자가 ‘제8경’이라고 한다.
이 학무정은 울창한 송림 속에 위치하고 있는데 1933년 성리학자인 매곡처사 오윤환이 선비들과 유학을 논하는 장소로 건립하였다고 한다. 육각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육모정이라고도 불리는데, 바로 앞에 쌍천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갔을 때는 한창 가뭄 때라 물이 거의 흐르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3·1 만세 운동에 제자들과 참여한 오윤환은 일경에 피체되어 곤혹을 치른 후 이 정자를 건립하여 시를 읊으며 망국의 설움을 달랬다고 한다.
쇠잔한 학무정은 오래 전에 인적이 끊긴 듯 거미줄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고, 칠이 벗겨진 현판의 애닯은 글씨는 망국의 치욕을 잊으려 애썼던 마지막 선비들의 회한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 땅엔 일제의 치욕이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 민족의 지조를 지켰던 그 선비들은 지하에서 얼마나 통곡하고 있을까? |